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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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오에 겐자부로
; 오에 겐자부로의 글은 처음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상 수상 소감에 대해 생각하다가 언급된 오에 겐자부로가 궁금해졌다. 대조적인 두 작가와 노벨 문학상. 일정 시기(전쟁 전후-)의 일본 문학은 허무주의와 유미주의에 붙들려 있다. (이런 생각도 어쩌면 단편적인 접근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 지식인 특유의 자기부정일 수도 있겠다 싶어졌다. 내부와 외부의 갈등에서 회피하려는(회피할 수 밖엔 없는 현실) 태도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일본 문학이 대체로 편하다. 적당히 날카롭고 슬쩍 덮여있다. 찔리게 아프고 상처가 벌어진 느낌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오에 겐자부로는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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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속에 이 정도를 담을 수 있다니 놀랍다. 이 만큼의 문제의식 이 만큼의 소재를 집어 넣다니. 무수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머릿속이 엉클어지고 찬찬히 모두 뜯어가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것이 너무 강렬하고 적나라해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고개를 젖혔다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이런 걸 써내다니 70대라고 다 노인은 아니구나. 형형한 눈으로 하나도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가 노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당분간은 빠져나오기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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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다른 번역본을 구해 읽어야지.

#아름다운애너벨리싸늘하게죽다 #오에겐자부로 #문학동네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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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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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시작은 가이도 다케루였다. 그 전까진 하루키나 바나나 정도였고, 가이도 다케루에서 온다 리쿠로 그 다음은 미야베 미유키,히가시노 게이고 순이다. 시작점이지만 언젠가부터 뜸했는데 간만에 그의 소설을 읽었다. 작가가 소설을 언제 썼던 그것이 독자와 만나는 시점은 순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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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미스테리를 주로 쓰는데, 이 책도 역시. 콜드슬립. 냉동인간과는 조금 다른 초기버전 쯤이랄까? 나는 확고하고 분명한 미래가 있다해도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하고 제약이 많은 일상에서 일시정지 후 건강하고 활력있는 상태로 재시작할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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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감정이 그려진다. 어쩌면 모성일 수도 있고 그저 동정일 수도 있고 인류애일 수도 있고 동지애일 수도 있다. 난 왜 스톡홀름 증후군이 떠올랐을까. 주마등 같은 생각들을 몰아내자 내가 알든 모르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오직 한 명의 희미한 미소만 남았다. 그렇더라도 그 미소마저 기꺼워할 마음은 없다. 소설은 소설이고 소설적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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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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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정한 언어’에 대해 생각한다. 다정은 문자 그대로 정이 많다는 뜻인데, 혹시 다정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다정한 언어란 사람을 살피고 배려하는 언어다. 말씨가 곱고 예쁜 것도 좋지만 그 안에 애정이 없으면 그것이 다정한 언어랄 수는 없다. 상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 섬세한 언어. 내가 생각하는 다정이란 그런 것이어서 귀에 듣기 좋은 말이라기 보다는- 두고두고 마음 속에서 ‘그의 언어는 조금 달랐어. 나를 하나도 불편하게 하지 않았지.
나를 잘 아는 아니 적어도 알려고 애쓰며 조심하는 언어였어. 그래서 조금 기쁘고 조금 슬프고 많이 고마웠지’라고 되새기게 되는 그런 언어. 때론 위안이 되기도 하고 맑은 기분으로 만드는 그런 언어. 물기어려도 눅눅하지 않고 밝은 그런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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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언어들 덕에 감질나게 울었다. 시인의 사인에 ‘울어요, 우리’라고 쓴 것처럼 함께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혼자 감질나게 찔끔찔끔 울었다. 언젠가부터 내 눈물은 나를 향해 있지 않은 것이 적당히 괜찮아진 모양이다. 더는 애처롭고 불쌍하지 않다. 그런 시간도 마음도 다 지나온 것만 같다. 물론 종종 너무 늙어버린 마음이 짠해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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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일에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할 일에 충분히 아파하는 것처럼 분개할 일에 일어 나기도 하고 또 견딜 일에 이를 악물기도 하면서 그렇게들 산다. 그래도 펑펑 울고 쏟아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거창한 도움과 위로와 조언에도 꿈쩍않던 마음이 어깨를 스치는 손길 한번에 터져나오기도 한다. 할 수 있다면 어깨를 두 번 툭툭, 약지와 새끼 손가락을 슬쩍 잡아주고 싶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길도 떨구고. 슬쩍 스치듯. 할 수 있는 것이 기껏 이것이라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을 담아 슬쩍.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박준 #난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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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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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회색이라는 이유로 구입한 책이었는데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조적인 가정, 인물, 상황 그 속에 놓여진 사춘기 아이들. 어떤 것을 겪었느냐 보다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경험이든 각자에게 다르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과정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회색 노트 속의 두 아이는 깊고 소중한 우정을 나누었으나 현실의 두 아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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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대이건 적용할 수 있을 법한 상황과 사건이 면밀하게 그려져있다.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두 개 중 어느 것이 옳다고 믿는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를 지녔는가. 그런 우리가 어떤 미래에 닿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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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아이에게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너를 떠나지 않고 버리지 않고 외면하지 않겠다. 그것이 내가 부모로서 네게 줄 수 있는 약속이다라고.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 뿌리가 되고 버팀목이 되고 안식이 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지만 최소한 나는 돌아가고 싶은 곳, 돌아갈 수 있는 곳이 되고 싶다. 그게 부모로서의 유일한 다짐이다.

#회색노트 #로제마르탱뒤가르 #민음사 #쏜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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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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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궁금해진다. 아니 작가를 상상하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 이라는 작가는 그 상상을 무참히 깨곤한다. 어느 쪽인지 잘 알 수 없달까? 다정하고 섬세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람과 사건을 바라보는 각도가 아주 약간 달라서 크게 부담없으면서 새롭다. 사람과 삶에 대해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글 속의 유머나 경쾌함은 또 다른 상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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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베라는 남자’가 베스트셀러로 인기몰이를 할 때만도 큰 관심이 없었는데- ‘베어타운’을 읽으며 어쩐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작가가 왜 필요한지, 이런 글을 왜 좋아하는지. 울고 웃으며 이야기와 함께 할 수 밖엔 없었다. 관찰자여도 아주 가까운 사이, 친구나 가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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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같은 짧은 이야기도 잠깐 울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빨리 늙고 싶다. 늙으면 이런 감정의 주침들이 덜할 것만 같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근사하게 보였던 것과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막상 그 자리와 시간에 이르면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뿐이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 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스펙타클한 판타지는 아니면 좋겠다.

#하루하루가이별의날 #프레드릭배크만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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