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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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정한 언어’에 대해 생각한다. 다정은 문자 그대로 정이 많다는 뜻인데, 혹시 다정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다정한 언어란 사람을 살피고 배려하는 언어다. 말씨가 곱고 예쁜 것도 좋지만 그 안에 애정이 없으면 그것이 다정한 언어랄 수는 없다. 상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 섬세한 언어. 내가 생각하는 다정이란 그런 것이어서 귀에 듣기 좋은 말이라기 보다는- 두고두고 마음 속에서 ‘그의 언어는 조금 달랐어. 나를 하나도 불편하게 하지 않았지.
나를 잘 아는 아니 적어도 알려고 애쓰며 조심하는 언어였어. 그래서 조금 기쁘고 조금 슬프고 많이 고마웠지’라고 되새기게 되는 그런 언어. 때론 위안이 되기도 하고 맑은 기분으로 만드는 그런 언어. 물기어려도 눅눅하지 않고 밝은 그런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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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언어들 덕에 감질나게 울었다. 시인의 사인에 ‘울어요, 우리’라고 쓴 것처럼 함께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혼자 감질나게 찔끔찔끔 울었다. 언젠가부터 내 눈물은 나를 향해 있지 않은 것이 적당히 괜찮아진 모양이다. 더는 애처롭고 불쌍하지 않다. 그런 시간도 마음도 다 지나온 것만 같다. 물론 종종 너무 늙어버린 마음이 짠해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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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일에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할 일에 충분히 아파하는 것처럼 분개할 일에 일어 나기도 하고 또 견딜 일에 이를 악물기도 하면서 그렇게들 산다. 그래도 펑펑 울고 쏟아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거창한 도움과 위로와 조언에도 꿈쩍않던 마음이 어깨를 스치는 손길 한번에 터져나오기도 한다. 할 수 있다면 어깨를 두 번 툭툭, 약지와 새끼 손가락을 슬쩍 잡아주고 싶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길도 떨구고. 슬쩍 스치듯. 할 수 있는 것이 기껏 이것이라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을 담아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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