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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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상식을뛰어넘어야 가능하다. 보통 어떠어떠한 게 상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무엇무엇이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약자를 대할 때는 버려야 하는데, 그렇게 사고하고 말하는 게세련된 시민의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그럴 거면 사회적 약자‘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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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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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일기‘ 계정주와 나는 나이도 비슷하고 둘 다 일을 하고있는 임산부다. 우리가 다른 점은 사는 나라뿐이다.
나는 밖에 나가서도 엄청 많은 배려를 받는다. 사실 조금 용쓰면 혼자 앉았다 일어날 수 있고 문도 혼자 열 수 있고 장볼 때 다른 사람들이랑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기다릴 수도있다. 그렇지만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문을 잡아준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는 "도와줄까?" 하고 물어본다. 줄 서 있을 때도 앞에 있는 사람이 "너 먼저 계산할래? 난좀 더 기다려도 돼"라고 말해준다. 그 사람들은 나를 오늘 처음 봤고 다시 볼 일도 없을 텐데 내가 임산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 배려해주고, 축하해주고, 먼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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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18 소설 보다
박상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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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가 모두 아주 친근한 작가는 아니다. 문지 문학상에 대해서도 이번에야 알았다. 세상엔 작가들도 많고 문학상도 많고 좋은 글들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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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에 대해서는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예를 들어 이렇게 문학상 수상집이라거나-) 또 다른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슬쩍 미루게 된다. 어떤 글을 읽곤 펑펑 울고 어떤 것을 읽으면서는 좀 짜증이 났고 어쩐지 황정은 작가가 생각난 이유를 거듭 생각 중이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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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 작가는 몇 번 쯤 더 만나고 싶다고 그러면 어떤 부분이 좋은지 알 수도 있다고 언젠가를 기약한다. 최근 읽은 애호가들에 수록된 글이라 인터뷰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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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쇼코의 미소겠지만 그것은 읽지 않았고 내게 무해한 사람은 표지가 생생한데, 집에 보이질 않는다. ‘몫’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변해왔던가를 생각하다가 쓰는 능력, 쓸 수 있는 자격, 쓰고 싶다는 소망에 대해 생각하다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다가를 반복했다. 짧고 짧은 그랬다더라 같은 이야기를 한참이나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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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달라진 것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급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별반 다른 것 없이 성장도 없이 제자리 걸음으로 바빴는지도 모르겠다. 인식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린가? 많고 많은 사람들만큼 많고 많은 이야기가 있으니 이런저런 것들은 엇비슷해서 일까? 3개의 짧은 소설이 인터뷰와 함께 있어서 게다가 몹시 저렴하고 가벼워서 종종 찾아 읽어야겠다. 올 가을에도 나왔나? 문학상은 대체 얼마나 많나? 겹쳐지는 글들을 계속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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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비온다, 주륵주륵. 박자를 살려서 읽어줘야 제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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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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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가 그로커룸에서 머리를 맞대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시 거기에서 나와 모두 잠든 사이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을 누볐던 그 시간이 뭔가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그렇게 서로가 특별해질 수 있었다면 그것이 멈춰져야 하는 데도 일종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자기 자신만 이 공간에 있는 것처럼 다른 모든 힘의 간섭을 무화시키며, 차와 자신과 그것을 이끄는 동력만 감각하는 물아일체의 집중력이었다. 밖은 캄캄하고 차들은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간격을 유지했다. 그 사이를대기중에 은은하게 떠 있어 무게와 부피와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안개가 메웠다. 나는 장인이 주는 뭔지는 몰라도 남자에게 그렇게좋다는 정체불명의 과실주를 받아 마신 터라 끓아떨어졌는데 비몽사몽간에 기가 말하는 걸 들었다. 뭐야 저 차들을 좀 봐, 저렇게다들 안개등을 켜고 가니까 꼭 별빛 같잖아.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집까지 두 시간은 걸릴 것 같은데 이 곡예운전이 대체 어떻게끝날지도 모르는데 기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동면을 지속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은 다 잊은 봄날의 곰처럼, 아니면 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을 일찍이알아버린 세상의 흔한 아이들처럼.

나는 담요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그 기적의 길을 걷지 못한 채 끝나는 여름 바캉스가 아쉬워서가 아니라, 몸살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지금 저 광경처럼 아주 거대한 반구 모양의 세숫대야에 불과하다면 손을 담그고 마구 흔들어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과 함께, 그런 맹렬한 적의와 분노로 이제 모든 게 철저히 망가지거나 훼손되어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가 뭔가를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느꼈다. 뭔가를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다. 견뎌야 하는 것은 삶이었고 비닐봉지의 무게였고 호박이었고 사과였고 운이 좋다면 바나나였고 아직 이름은 알 수 없는 시든 푸성귀들이었다. 걷다가문득 서서 다 죽어버려라,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내지는 곧 다 죽어버릴걸,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 곧 가족 중한 사람의 비참한 죽음 — 그는 그것에 대해서 평생 단 한 사람에게만 털어놓았을 뿐이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 이 떠올랐고 공포가 밀려들면서 그렇게 비참하게 죽은 가족이 어떤 형태로든 불행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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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좋다 나쁘다 괜찮다 싫다를 넘어 그냥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이었고, 누군가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십대 시절의 감각과는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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