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어 회화 1 -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미국 영어 회화 1
김아영 지음 / 사람in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고 보는 김아영 교수님 영어회화 책이다. 품격 있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영어와 인터뷰 내용의 충실성, 가독성 높고 독자 친화적인 장치(QR코드 등)으로 최고의 영어회화 책 중 한 권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 영어 회화 1 -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미국 영어 회화 1
김아영 지음 / 사람in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아영 교수님의 책이라면 일단 믿고 본다. 문화라는 컨텍스트 속에 언어를 잘 녹여내시는 고수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급 이상 되는 학습자를 위해 기획된 책으로 생각된다. 90년대 유행했고 지금도 여전히 효용성이 있는 상황별 회화책들로 어느 정도 기초 회화를 다졌다면 원어민들이 실제 쓰는 다양한 영어를 경험해보는 게 더없이 좋은 것 같다.

이 책은 인터뷰 기반으로 다섯 명의 인터뷰 대상자를 소개하고 그들과 김아영 교수님이 인터뷰한 내용의 스크립트를 제공하고 우측 상단에 QR 코드로 음원을 제공한다. 그리고 스트립트에 볼드체로 표시된 유용한 어휘들과 문법, 미국 문화에 대한 쉬어가는 페이지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인터뷰 대상자가 다양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분들을 선정하셔서 우리 같은 학습자가 그대로 스크립트를 외워버려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고 싶다. 다양한 국적, 다양한 계층, 다른 성별 등 다양한 영어를 듣고 알아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우리가 구사할 때 참고할 영어는 우리나라의 표준어가 그렇듯이 미국(반드시 미국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이 '미국 영어 회화'이므로 미국 기준으로 씀)의 중산층 이상이 쓰는 품위 있는 영어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There ain't nothing. 이런 식의 영어는 들으면 알아듣긴 해야겠지만, 우리가 구사하기에는 그리 좋은 영어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터뷰 한글 해석과 영어 스크립트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의문점을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우측 상단의 QR 코드를 찍으면 이 페이지에 해당하는 원문 음원을 들을 수 있다. 거의 씹어서 떠먹여 주는 수준의 친절함이다.


다음은 단어, 이디엄, 구동사 등에 관한 설명과 예시 대화이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게다가 가독성 높은 페이지 구성으로 인해 눈도 편안하고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



원어민들이 매우 자주 사용하는 문법을 선별하신 것 같다. 시제, 가정법, 태 등을 정확히 구사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어설프게나마 노력해서 표현하면 원어민은 알아듣긴 할 테지만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깔끔한 영어 문장을 구사하기 위한 문법과 예시 대화문이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발화를 위한 문장 끊어 읽기와 문장 구성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단어 조합하기를 연습할 수 있다.


그리고 Step 4에서 실제로 각자가 생각하여 작문도 해 보고 그걸 그대로 외운다면 토익 스피킹까지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읽을거리까지 충실하게 소개해준다. 미국 문화의 여러 단면들과 김아영 교수님의 견해가 같이 들어가 있어서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첫 번째로 소개된 potluck party는 교환학생 시절에 실제로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었고 재미있었다. 당시 라면도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는 언니와 아시아 마켓에서 만두(고향 만두였던 것 같다.^^;)를 튀겨서 갔었는데 얼마나 큰 인기를 모았는지 모른다. 또, 11년 전 남편의 미국 어학연수 때 학교에서 potluck party를 한다기에 네이버를 참고하고 온갖 재료를 다 사다가 잡채를 만들어 가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여 4달러짜리 쿠키를 상으로 받아왔었던 기억도 난다. (재료비는 거의 20~30달러 들었다.)

정말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내것으로 만들 귀한 자료인 것 같다. 뒤표지에 독해/작문 중급, 회화 초급 학습자 대상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정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미국에서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뿐더러 고급 영어로 찬사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먼 인 캐빈 10>을 읽고난 후 루스 웨어 작가님의 팬이 되어 이후에 나오는 책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헐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이자 애독가로 알려진 리즈 위드스푼이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인 어 다크, 다크 우드>(2015)가 작가님의 데뷔작이다. 2015년 데뷔 이후 꾸준히 일 년에 한 편씩 작품을 내고 계신데 이번에 읽은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The Turn of the Key )>는 2019년에 발표하여 큰 히트를 친 작품이라서 더욱 기대를 많이 했다. 작년에도 <One by One>을 내셨는데 이 책도 기대가 된다.


살인 누명을 쓴 한 여성이 변호사를 수신인으로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탄원하며 자신을 변호해 주기를 간청하는 서간문으로 시작하는 초반부터 바로 몰입이 되었다. 서간문으로 사건의 자초지종을 낱낱이 밝혀내는 미스터리라니 작가의 필력이 아니면 성립할 수 없었던 작품인 것 같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울하고 으스스한 외딴 곳에 홀로 처한 여성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28세 어린이집 교사인 로완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조건이 너무 좋은 입주 아이 돌보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스코틀랜드의 외딴 곳에 있는 저택에 면접을 보고 온 후에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먹는다. 유서 깊은 저택을 첨단 스마트 시스템으로 리모델링한 이 집의 주인 부부는 함께 건축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출장이 임박하여 아이 돌보미가 매우 급한 상태이다. 로완은 꿈에 그리던 저택의 아이 돌보미로 바로 채용된다. 적응할 여유도 없이 주인 부부는 출장을 떠나버리고 여자아이 셋과 집안 곳곳의 일을 봐주는 매력적이지만 정체 모를 남자 잭, 잠깐씩 들러서 집안일을 해 주는 쌀쌀맞은 가정부 진과 함께 남겨진다.

사실 맘에 걸리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너무나 자주 바뀐 아이 돌보미, 그리고 면접 때 로완에게 안겨 유령들이 싫어할 거라는 의미 불명의 말을 한 8살짜리 매디, 첨단 IT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는 저택의 분위기가 맘에 걸렸지만 로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이들을 돌보려 한다. 그러나 첫날부터 소중히 아끼던 목걸이가 없어지지 않나, 침대 옆 협탁 서랍에서 이전 아이 돌보미가 남긴 끝부분이 잘린 쪽지가 발견되지 않나, 방 위에는 아무 것도 없을 터인데 끼익끼익거리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나, 빌어먹을 스마트 시스템 때문에 전등 하나 켜고, 샤워기 켜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시종 로완에게 적의적이고 영악한 태도로 골탕을 먹이려는 매디와 언니인 매디 말에 절대적으로 따르지만 어딘가 심약해 보이는 엘리, 그리고 16개월인 막내까지 데리고 하루 종일 고군분투한다. 매디와 엘리가 보여줄 곳이 있다며 데리고 간 곳은 독이 있는 식물들이 있는 화원이었다. 그런 곳에 데리고 갔다며 아이들의 엄마에게 핀잔을 들었다. 적대적인 아이들, 오래된 저택에 어울리지 않는 최첨단 스마트 시스템, 그리고 밤에 들리는 인기척 등 로완의 정신이 소모되어 가며, 언제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나타나는 매력적인 남자 잭을 의존한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기에 잭이 오히려 의심스럽기도 하다. 로완은 어느 누구 하나 기댈 이 없는데, 세 자매의 언니인 십대 리안논까지 나타난다.

대체 이 저택에는 뭐가 있는 걸까? 그러다가 급기야 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잡히게 되는데... 그리고 로완이 감추고 있던 비밀은 무엇일까?


로완의 편지만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내레이션이 이렇게 등골을 서늘하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전작들에서도 심리 스릴러 장인의 면모를 과시했었는데 이번에는 100년 넘은 저택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최첨단 스마트 시스템의 괴리, 게다가 유령이라는 요소까지 가미하여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를 독자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영리한 장치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으로 영리하게 독자의 허를 찔렀다.

여전히 루스 웨어 작가의 최고작은 <우먼 인 캐빈 10>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작품도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진 스릴을 전해주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인 미우라 시온 작가님의 책이다. 원서로 먼저 만났고 번역서로 또 한 번 만났다. 몇 번을 읽어도, 무슨 언어로 읽어도 그 재기 넘치는 필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이다. 한두 권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은 있었지만 출간작품을 거의 다 읽었으니 명실상부한 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가족은 아니지만 한 지붕 아래서 함께 먹고 마시고 자며 가족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 네 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을 오마주한 작품이기도 하다.

부잣집 아가씨로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70대 여성 쓰루요, 그녀의 딸이자 30대 후반 자수작가인 사치, 사치가 정말 길거리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친구가 되고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 동갑내기 친구 유키노, 유키노가 끌고 들어 온 회사 후배 20대 다에미. 그리고,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쓰루요와 그녀의 딸 사치를 호위무사처럼 지키고 있는 수수께끼의 남성 야마다.

이들은 적어도 '현재' 가족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설사 언젠가는 뿔뿔이 흩어져버릴 인연이라 할지라도. 이들에게도 각각 마음 속에 숨겨진 비밀과 고민, 상처가 있다. 그 모습들을 제3자의 시선으로 읽어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 까마귀도 등장한다. 그리고 뜻밖의 갓파 유령 사건이 등장함으로써 이들의 마음 속을 엿볼 수 있기도 하며 뭔가 사랑의 시작이 예감되는 설렘도 느낄 수 있다.


도쿄도에는 속하지만 도쿄 중심부에서는 살짝 벗어난 무사시노 지역. 이 지역은 전통적인 유서 깊은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거나 엄청난 때부자가 아닌, 전통적으로 부유하고 자부심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저택이라고 부를 만한 널찍하고 한가로운 집에서 살아가는 네 여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기숙사가 나오는 소녀 소설을 읽으며 여자들의 공동체를 꿈꾸어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70대~20대의 폭넓은 세대의 여성들이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우는 이야기는 또 다른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의 교환학생 기간과 일본에서의 연구생 기간 동안 실제로 이런 기숙사 생활을 경험해보았는데 역시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일본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까마귀와 갓파의 등장이 너무 뜬금없으며 갑자기 SF적 요소가 등장하여 감흥이 깨졌다는 글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팬심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개인적으로 그 설정이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까마귀는 부잣집 딸로 곱게만 자라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지금도 자기 본위인 것처럼 보이는 쓰루요의 청춘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노인,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싸잡아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녀에게도 찬연하게 빛나는 청춘이 있었고, 모든 걸 내던진 사랑이 있었음을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느닷없는 갓파 사건은 쓰루요의 청춘 때의 사랑의 결실인 사치의 37년 인생이 늘 내재되어 있던 고독,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의문, 허전함을 채워주는 아버지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아, 미우라 시온의 세계 속에 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어려서 읽었을 때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삽화와 어딘가 미스테리한 구절들이 좋았다. 군데군데 깊이 다가오는 그 또래 수준이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여중, 여고를 나왔기 때문에 여우와의 만남에서는 소중한 단짝 친구와의 의미 깊은 우정을 대입하며 공감하며 읽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구절은 뭔지 모르지만 멋있게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 읽은 『어린 왕자』는 더 풍성한 정서적 충족감과 통찰력을 선사해주었다.

"어떤 날에는 해가 지는 것을 마흔네 번이나 보았어요."

그리고 잠시 후에 너는 이렇게 덧붙였지.

"아저씨도 알겠지만······ 마음이 몹시 슬플 때는 노을이 너무 멋져요."

"노을을 마흔네 번이나 본 날은 무척 슬픈 날이었구나?"

내가 물었지만, 어린 왕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38쪽)

노을을 보며 슬픔을 삼킨 경험이 생긴 어른인 나에게 무언가 목구멍에서 울컥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구절이었다. 비교적 평탄하게, 무난하게 20대, 30대, 그리고 40대의 반 정도까지 살아온 내게도 마흔 네 번이나 노을을 보며 슬프고 외로웠던 경험이 있기에 이 구절이 내게 위로를 전해주었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요. 그 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하는 건데······. 그 꽃은 나를 향기로 감싸주고 빛으로 밝혀주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어요. 어쭙잖게 꾀는 부려도 바탕은 상냥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꽃들은 하는 짓이 엉뚱해서 종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한다는 걸 미처 몰랐어요." (48쪽)

그리고 까다롭고 거만하고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왕자의 장미꽃은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는 것만을 믿지 말고 행동 속에 드러나는 진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사랑의 표현이 서툰 내 아이들과 내 부모님. 나 역시 과도하게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이라 보이고 들리는 대로 판단해 버리는 우를 범할 때가 허다하게 많다. 매 순간 그렇다. 그들이 나의 하나뿐인 장미꽃, 내가 관계를 맺고 유리 덮개를 씌워준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깊이 깊이 마음 속에 아로새겨야겠다.

임금, 허영꾼, 술꾼, 장사꾼, 점등원, 노신사를 만나며 어린 왕자는 일곱 번째 별 지구에 와서 파일럿을 만났다. 어릴 적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어린 왕자가 만난 여섯 사람 속에서 내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중용'이라는 이름으로 타협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순수와 순진을 간직하면서도 세상에서 고생하며 살지 않을 정도로는 재리에도 밝으면 좋겠고 남을 위한 이타적 행위를 하면서도 내 것은 견고한 담 속에 간직하길 원한다. 나는 남이 가진 것으로 함부로 판단하려 하지 않지만, 남이 나를 그런 잣대로 판단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남에게 무시당하거나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 만큼은 권위와 명예도 있길 바란다. 세상에서 살면서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갖추어놓고 적절히 바꿔 써 가면서 능숙하게 살아온 것 같다.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의 내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겠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123쪽)

끝없는 사막 같은 생애 속에 우물을 꿈꾸며 줄곧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생애 속에 장미꽃, 그리고 사막 여우를 만나는 행운이,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 삶의 보람이 찾아오길 바라며 새해를 시작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