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을 쓴 한 여성이 변호사를 수신인으로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탄원하며 자신을 변호해 주기를 간청하는 서간문으로 시작하는 초반부터 바로 몰입이 되었다. 서간문으로 사건의 자초지종을 낱낱이 밝혀내는 미스터리라니 작가의 필력이 아니면 성립할 수 없었던 작품인 것 같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울하고 으스스한 외딴 곳에 홀로 처한 여성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28세 어린이집 교사인 로완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조건이 너무 좋은 입주 아이 돌보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스코틀랜드의 외딴 곳에 있는 저택에 면접을 보고 온 후에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먹는다. 유서 깊은 저택을 첨단 스마트 시스템으로 리모델링한 이 집의 주인 부부는 함께 건축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출장이 임박하여 아이 돌보미가 매우 급한 상태이다. 로완은 꿈에 그리던 저택의 아이 돌보미로 바로 채용된다. 적응할 여유도 없이 주인 부부는 출장을 떠나버리고 여자아이 셋과 집안 곳곳의 일을 봐주는 매력적이지만 정체 모를 남자 잭, 잠깐씩 들러서 집안일을 해 주는 쌀쌀맞은 가정부 진과 함께 남겨진다.
사실 맘에 걸리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너무나 자주 바뀐 아이 돌보미, 그리고 면접 때 로완에게 안겨 유령들이 싫어할 거라는 의미 불명의 말을 한 8살짜리 매디, 첨단 IT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는 저택의 분위기가 맘에 걸렸지만 로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이들을 돌보려 한다. 그러나 첫날부터 소중히 아끼던 목걸이가 없어지지 않나, 침대 옆 협탁 서랍에서 이전 아이 돌보미가 남긴 끝부분이 잘린 쪽지가 발견되지 않나, 방 위에는 아무 것도 없을 터인데 끼익끼익거리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나, 빌어먹을 스마트 시스템 때문에 전등 하나 켜고, 샤워기 켜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시종 로완에게 적의적이고 영악한 태도로 골탕을 먹이려는 매디와 언니인 매디 말에 절대적으로 따르지만 어딘가 심약해 보이는 엘리, 그리고 16개월인 막내까지 데리고 하루 종일 고군분투한다. 매디와 엘리가 보여줄 곳이 있다며 데리고 간 곳은 독이 있는 식물들이 있는 화원이었다. 그런 곳에 데리고 갔다며 아이들의 엄마에게 핀잔을 들었다. 적대적인 아이들, 오래된 저택에 어울리지 않는 최첨단 스마트 시스템, 그리고 밤에 들리는 인기척 등 로완의 정신이 소모되어 가며, 언제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나타나는 매력적인 남자 잭을 의존한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기에 잭이 오히려 의심스럽기도 하다. 로완은 어느 누구 하나 기댈 이 없는데, 세 자매의 언니인 십대 리안논까지 나타난다.
대체 이 저택에는 뭐가 있는 걸까? 그러다가 급기야 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잡히게 되는데... 그리고 로완이 감추고 있던 비밀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