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에는 속하지만 도쿄 중심부에서는 살짝 벗어난 무사시노 지역. 이 지역은 전통적인 유서 깊은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거나 엄청난 때부자가 아닌, 전통적으로 부유하고 자부심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저택이라고 부를 만한 널찍하고 한가로운 집에서 살아가는 네 여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기숙사가 나오는 소녀 소설을 읽으며 여자들의 공동체를 꿈꾸어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70대~20대의 폭넓은 세대의 여성들이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우는 이야기는 또 다른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의 교환학생 기간과 일본에서의 연구생 기간 동안 실제로 이런 기숙사 생활을 경험해보았는데 역시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일본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까마귀와 갓파의 등장이 너무 뜬금없으며 갑자기 SF적 요소가 등장하여 감흥이 깨졌다는 글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팬심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개인적으로 그 설정이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까마귀는 부잣집 딸로 곱게만 자라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지금도 자기 본위인 것처럼 보이는 쓰루요의 청춘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노인,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싸잡아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녀에게도 찬연하게 빛나는 청춘이 있었고, 모든 걸 내던진 사랑이 있었음을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느닷없는 갓파 사건은 쓰루요의 청춘 때의 사랑의 결실인 사치의 37년 인생이 늘 내재되어 있던 고독,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의문, 허전함을 채워주는 아버지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아, 미우라 시온의 세계 속에 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