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피니시드 - The Deb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헐리웃 영화의 전형적이자 인기있는 장르 중 하나인 '액션 스릴러' 영화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정말 오락무비로 손색이 없는 것들인데,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정작 많은 이들이 안봐서 그렇지, 사실 여기 포스터처럼 '액션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단언하고 싶다. 가열한 액션도 아닌 그렇다고 스릴 만점으로 가득한 그런 무비가 아니다. 그렇기에 비주얼적 쾌감은 덜하더라도, 이 영화는 꽤 진중한 매력을 내뿜는다. 시각으로 즐기는 영화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영화, 영화적인 수사로 포팅된 일당백의 그런 요원들이 아닌 실제 요원들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그들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그런가, 영화는 꽤 현실감이 느껴질 정도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액션 보다는 드라마적으로 진중하게 전개가 되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바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에 대한 처리와 처단을 다룬 영화인지라, 때로는 정치사회물 같은 성격을 띄기도 하는 게, 영화는 지극히 사회적이다. 60년대 동베를린과 90년대 미국을 오가며 교차 편집돼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최정예 요원으로 구성된 첩보조직 '모사드'(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이스라엘 중앙공안정보기관이자 첩보조직)에 몸담은 그들에겐 무슨 일이 부여되고 벌어졌는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66년 이스라엘 최정예 모사드 요원 세 명이 귀환하며 시작을 알린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최정예 비밀 요원, 사상 최악의 나치 전범을 처단하라!
이스라엘 모사드 최정예 요원 레이첼’(제시카 차스타인), ‘데이빗’(샘 워싱턴), ‘스테판’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끔찍한 살상을 했던 나치 전범 ‘보겔’ 박사를 처단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작전을 준비하던 중 ‘레이첼’은 세심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데이빗’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레이첼’을 마음에 둔 ‘스테판’이 이를 눈치채면서 세 명의 요원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세 사람의 비밀스런 감정이 폭발할 때쯤, 드디어 ‘보겔’ 박사 납치 작전의 D-day가 다가오고, 이들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해 조국의 환대를 받으며 귀환한다.

30년간 감춰진 비밀, 모든 비밀에는 대가가 따른다!
현재 ‘레이첼’(헬렌 미렌)은 극적인 상황에서 ‘보겔’ 박사를 암살한 공로로 온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암살 사건 이후 오랫동안 모습을 감춰왔던 ‘데이빗’의 충격적인 근황과 함께 이보다 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자신이 나치 전범 ‘보겔' 박사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는 것. 과연 그는 암살 요원이 죽인 것으로 알려진 ‘보겔’ 박사일까? 그렇다면 30년 전 작전은 실패한 것일까?

30년 동안 은폐된 거대한 진실을 끝내기 위해 결국 ‘레이첼’은 최후의 작전을 거행하는데…



(허름한 오피스텔 안에서 나치 전범을 잡아두고 매 항상 노심초사하는 세 명의 이스라엘 요원들..)

위처럼 시놉시스를 보듯이 내용이 다소 길다. 하지만 의외로 내용은 간단, 바로 국가의 부름을 받은 세 명의 요원들이 나치 전범을 찾아서 처단하는 거. 하지만 그런 임무에 진실이 숨겨지면서 세월이 흘러 나이든 요원들이 고뇌를 한다는 일종의 드라마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듯 교차 편집으로 내달린다. 과거 60년대 동베를린의 음습한 상황과 30년이 흐른 90년대 미국의 상황을 오가며 과거 요원들이었던 이들이 현재 어떻게 대접받으며 지내는지 보여주는 방식이다. 시작은 이들이 1966년 거대한 군용 수송기에 내리면서 서막을 연다. 이들은 조국 이스라엘의 환대 속에서 요원으로써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다.

그런데 정말 임무를 잘 마쳤던 것일까? 다시 현재로 와 이젠 늙은 할머니가 된 요원 레이첼(헬렌 미렌), 그녀의 딸내미가 쓴 책의 골자는 '우리 엄마는 과거 이런 요원으로 영웅이었어요' 모드의 책 출간회를 통해서 레이철은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1965년 어느 동독의 허름한 오피스텔 공간에 세 명의 남녀가 있다. 이들은 조국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으로 바로 나치 전범인 '보겔' 박사를 잡아서 법정에 세우는 게 임무였던 거. 그래서 이들 첩보 요원의 일상과 작전이 세심하게 펼쳐진다. 영화적인 수사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식이다. 젊은 레이첼(제시카 차스타인)은 보겔이 산부인과 의사로 있는 걸 알고서, 임산부로 위장해 그 사람 앞에서 환자로 접근한다. 그러면서 나름 친숙해지는데..


(극 중 '나치 전범' 보겔 박사 역은 실제 아우슈비츠의 악의 화신 '요제프 맹겔레'를 모델로 했을까?)
그 정도로 둘은 너무 닮아 보인다. 모습과 해온 행적까지도.. http://mlkangho.egloos.com/10414167


그러던 어느 날, 디데이가 다가오자 레이첼은 그의 목을 두 다리로 조르며 주사 한방으로 혼절시키고, 두 명의 남자 요원에게 연락해 그를 빼내기에 성공한다. 아주 간발의 차이로.. 그리고 우편배달 업무차로 위장해 그 지역을 벗어나 자신들의 아지트로 그 보겔을 묶어두게 되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즉, 세 명이 이 놈을 잡기 전에는 나름 의기투합하며 끈끈한 정이 있었다. 그 속에서 알듯 모를 듯 사랑까지 새록 피어나는 등, 분위기는 꽤 좋았다. 하지만 이 보겔 박사를 잡아두게 되면서 문제가 꼬인다. 미국과 연락해 진행될 사항이 취소가 되면서 또 이스라엘 정부의 송환이 늦춰지면서 이들이 보겔 박사를 포로로 잡아 감시하는 일에 서서히 지쳐간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그를 지키고 밥을 먹이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챙기는 상황이 반복되며 서로에게 짜증이 솟구친다.

더군다나 이 보겔 박사는 아주 악마주의적 인물로, 사람 좋게 대하다가도 여기 유태인 요원들을 상대로 과거 사실을 들춰내 속을 박박 긁어내며 이들을 열받게 한다. 극 중에서 '비르케나우 수용소의 도살자'로 나온 '보겔'은 아마도 실존인물 '요제프 맹겔레'를 룰모델로 삼은 게 아닐 정도로 그 싱크로율은 맞아 떨어진다. 그러면서 그 보겔은 '너희 민족성은 의외로 약해서 4명이 수천 명을 가스실로 끌고가도 꼼짝도 못해 다들 죽은 거라는' 등 특히 데이빗(샘 워싱턴)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다. 이에 격분한 데이빗이 보겔을 반 죽여놓듯 패는데.. 이렇게 이들이 보겔에게 지쳐가는 사이, 레이첼이 또 다시 감시 업무를 보던  날, 보겔이 도망가는 사고가 벌어진다. 너무 급작스런 상황에 그녀는 온몸으로 그를 잡으려다 얼굴에 상처까지 입으며 이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된다.

그렇다면 보겔은 죽은 것일까? 아니면 살아서 처단이 안 된 것일까..
당시 상황에서 과연, 30년이 지난 그 세 명의 요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젊은 레이첼 요원 역에 '제시카 차스타인'과 늙은 레이첼 역에 '헬렌 미렌', 둘의 싱크와 호연이 빛났다.)

'언피니시드', 오락적 첩보 스릴러가 아닌 리얼리티를 살린 그들의 고뇌극..

이렇게 영화는 '나치 전범'에 대한 처단을 다루고 있는 첩보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완벽한 스릴러라고 보기엔 영화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느낌이 다분하다. 액션도 그렇게 많지 않거니와, 이들 세 명이 이스라엘 특공무술인 '크라브마가'를 서로가 연마하는 모습이나, 보겔 박사를 빼내는 과정에서 몇 번의 총질이 있을 뿐, 그렇게 임팩트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이런 점 때문에 더욱 와 닿는 현실감이 있다. 절대 위장과 포장되지 않은 60년대 요원들의 모습에서 때론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게 된다. 그것은 30년이 흘러 이젠 늙어버린 그들의 모습에서도 더욱 그러한데, 자신들이 처단했다고 아니, 처단된 것으로 믿고서 행동해온 이들에게 옥죈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영화는 포커스를 맞춘다. 그것이 바로 리얼리티를 살린 요원들의 고뇌인 것인데, 그런 역에 세 명의 연기자는 호연을 펼쳤다.

젊은 미모와 실력까지 겸비한 여성 '레이첼' 요원으로 분전한 '제시카 차스타인', 그녀의 차가우면서도 이지적인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30년이 흘러서 노년의 레이첼 요원 역에는 '헬렌 미렌' 할매가 나와 호연을 펼쳤다. 얼마 전 '레드'에서도 그렇게 보여주더니, 여기서도 나름 첩보 액션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과거 보겔 박사를 찾는 과정에서 두 남자 요원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까지, 역시 연기파 배우에 걸맞은 관록의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젊은 데이빗 요원으로 나선 '샘 워싱턴'의 패기와 심도있는 연기는 '아바타'와 '타이탄' 이후 그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었고, 스테판 요원 역에 그 중년 남자는 물론, 특히 나치 전범 '보겔' 박사로 분전한 '제스퍼 크리스텐슨'의 연기는 아주 임팩트하게 볼만했다. 이들에게 잡혀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이 아주 리얼할 정도로, 그도 호연을 펼쳤다.

이렇듯 영화는 세 명의 요원들 캐릭터에 중점을 맞추며 전개되는 첩보물이다. 물론 이게 영화적으로 포팅된 첩보 오락무비는 절대 아니다. 다소 초반은 심심하게 나서지만, 중반 전후로 해서 몰입감 좋게 지켜보게 하는 일종의 드라마성 첩보물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교차 편집해 중복된 화면 연출로 사건의 당위와 개연에 초점을 맞춰 꽤 짜임새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현실감이 살아있는 리얼리티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첩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중하고 묵직하다. 그냥 가볍게 볼만한 첩보물은 아니고 무언가 울림이 있고 흡인력이 좋은 영화이자, 자신들이 만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뇌하는 요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이 좀 허망하게 마무린 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헐리웃에서 첩보를 오락이 아닌 메시지화 시키는 모양새는 꽤 그럴싸해 보이며 나름 성공적인 느낌이 든다. 

영화 '언피니시드', 원제는 'Debt' 이지만.. 결국 이들의 그 빚은 끝나지 않은 채 계속 된 것이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3117&mid=1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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