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 - Champ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기라성 같은 남자 배우들을 제쳐두고, 차태현하면 빈틈이 없는 아니 빈틈이 있어서 도리어 친숙해 보이는 이미지로 굳어진 배우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가 영화판에서 활약한 캐릭터들을 보면 다 그런 케이스들이 많다. 악독한 악역은 고사하고, 무언가 허술하고 허접하면서도 정이 가는 캐릭터, 그의 이름를 제대로 알린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서 그런 이미지로 굳어진 것인지 몰라도, 그 이후에도 나름 흥행작 '복면달호',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까지, 이런 영화의 공통 분모는 차태현식의 웃음과 감동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가족애를 내세우며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에 방점을 찍는 식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챔프'라는 추석용 이 영화도 그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노래 한방으로 인생 역전을 한 트로트 가수에서 이젠 젊은 아빠티를 제법 내며 말을 타는 기수로 나와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 그만의 스타일대로 보여주었다. 사실 소스는 이미 깔아놨고, 어찌보면 흔한 설정의 영화인지라, 큰 기대는 없이 루즈함만 없다면 오케이. 그런데 보고 나니 역시나 영화는 드라마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웃음과 감동'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신파의 수위를 조절하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사실 뻔한 영화인지 알면서도 그것에 어느 정도 공감과 감흥을 받았다면, 이 영화 '챔프'도 차태현의 흥행작 릴레이에 당당히 올려놓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가 보여준 '웃음과 감동'의 챔프는 무엇이었는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사실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을 하고 연일 홍보와 이미 시사회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영화기에, 내용은 새로운 건 없다. 제목 '챔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인간이 어떤 것에 도전하면서 어려운 역경을 딛고 불굴의 의지로 감동을 선사하며 '챔프'를 먹었다는 아주 뷰피풀한 영화라 보면 될 터.. 그 이하 그 이상도 사실 아니다. 그렇다면 이게 다인가.. 그래도 드라마기에 스토리는 있기 마련이다. 먼저, 이 영화의 소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실제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를 모티브로 했다는 극 중의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사고 경력의 말과 그 말을 몰게 된 아픔을 간직한 기수의 사연을 매칭시켜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영화는 여기서 나온 경주마 '우박이'와 기수 '승호' 둘 사이의 교감에도 초점을 맞추며 경마 영화로써 본연의 임무를 다했다. 과거 잘 나가던 기수였던 그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신경을 다친 채 기수생활을 잠시 접고 말똥이나 치우며 딸 '예승이'와 함께 열심히 살아간다. 그때 교통사고로 경주마 우박이는 새끼를 잃었으니,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가 된 사이였다. 그러면서 승호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 불법 사설경마 일당에게 승부조작 건으로 낚여서 경주를 간만에 뛰다가 낙마. 이 사건으로 그는 '제주기마경찰대' 숙소로 들어가 칩거 생활을 한다. 그곳에는 명품조연 배우 김상호를 비롯해 허당 3인방이 있었으니, 이들이 가끔씩 허무한 개그를 선보인다. 좀 억지스러운 것도 있고.. ㅎ



아무튼 그곳에서 이제는 퇴물이 된 절름발이 경주마 '우박이'를 만나게 된다. 과거 자신과 교통사고로 인연이 되었던 그 '말'이다. 이때부터 이들의 교감이 시작된다. 아무리 잘 나갔던 기수라도 새로운 말을 길들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지, 승호 역에 차태현은 말과 일심동체가 된다. 처음에는 줄에 끌려가는 수모를 겪지만 씻기고 같이 자고, 심지어 바다 속에 빠져 생사고락?을 같이 할 정도로 우박이와 승호는 서서히 하나가 돼간다. 조련사 유호성의 코치가 있었지만서도.. 한편, 과거 불법 사설경마 일당이 승호를 찾아내고 그의 딸까지 납치하며 허당스럽게 좌충우돌하는 해프닝을 벌이며 이들이 잡힌다. 

그냥 이것은 영화상 미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코믹이 좀 억지스럽기까지 한 느낌이다. 어쨌든 이 공으로 승호는 마사회장(백윤식)으로부터 말을 다시 탈 기회를 얻게 되고, 다시 찾아온 2011년 위너스컵 경주마 대회에 우박이와 함께 나가게 된다. 토너먼트식으로 치뤄지는 그 경주에서 그는 과거 실력을 발휘하며 연승가도를 달리고, 자신의 맞수였던 조성현 기수와 마지막 결승을 앞두고 멋진 대결을 펼치게 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승호의 시력이 더 안 좋아지고, 우박이까지 한쪽 다리를 다시 다치면서 위기가 찾아오는데.. 과연 이들은 그 마지막 결승전에서 멋지게 우승하며 챔프의 휘날레를 날렸을까.. 아니면 '꼴지여도 좋다' 모드로, 그런 감동의 갈무리를 했을까..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



'챔프', 차태현식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는 이번에도 기본은 했다.

이렇게 영화는 경주마와 기수의 교감과 질주를 보여주며 감동의 드라마를 완성시키는 가족형 무비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라는 어찌보면 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여주는 감동의 신파는 그렇게 억지스럽지는 않다. 실제 말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와 보기에 좋았고, 차태현의 어린 딸로 나온 아역 김수정 양의 능청스런 연기를 통해서 잔잔한 웃음은 물론 마지막에 눈물을 쏟아내는 호연까지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것이 좀 과잉되게 보여도, 이런 것에 약한 이들에게 나름 눈물샘을 자극한 측면은 있다. 아빠가 앞을 점점 못 보게 되자, 죽을지 몰라서 경기에 나가지 말라며 말렸던 그 어린 딸의 심경을 말이다. 마지막 휘날레는 분명 이 부녀의 모습이 우리네 가족애를 근원적으로 끄집어내고 있음을 본다.

그렇다고 영화는 감동으로만 점철된 영화는 아니다. 차태현식의 영화가 그러하듯, 그의 영화는 웃음이 매 순간 배어 있다. 그가 툭툭 던지는 대사와 자연스런 표정 연기는 물론, 그의 주변 인물들의 애드립인지 몰라도, 생활형 웃음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조연들의 웃음 코드는 조금 억지스러운 건 있어도, 그 정도면 익스큐즈다. 물론 주인공 역의 차태현이 중심을 잘 잡으며 경주마 우박이와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으로 열연을 펼쳤고, 한 세네 번을 통해서 보여준 경주마의 질주는 큰 스크린으로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스펙타클하게 연출돼 '말의 질주'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물론 여기서 조연으로 출연한 아역 김수정을 비롯해 유오성, 김상호, 박하선, 김광규, 박원상 등 이들이 보여주는 연기도 드라마에 딱 맞게 표출이 잘 됐다.

아무튼 이제는 명절 때마다 이런 식의 드라마로 찾아오는 느낌이 드는 배우 '차태현', 그가 이번에는 말 타는 연기에 도전하며 무모한 듯 보였지만 자연스럽게 동화되며 말 영화 즉, 경마영화가 그려낼 수 있는 인간 승리의 '웃음과 감동'이라는 코드를 잘 버무려 그려낸 '챔프'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 감동이 과잉의 경계에서 아슬하게 줄을 타며 이래저래 완벽한 영화라고 말할 순 없어도, 차태현식 드라마는 이번에도 기본 이상은 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역시 차태현의 영화 속 그런 캐릭터는 특출나지 않아도 질리지 않게 길게 가는 것 같다. 어찌보면 운빨도 좋은 게, 그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영화가 편할 정도다.

그리고 여담으로, 마지막 스페셜 영상에서 보여준 실제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의 레이스는 또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에 남을만 했다. 치고 나가는 게 '우싸인 볼트' 저리가라다.. 보시면 안다. ~


루나와 관련된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4736&mid=1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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