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소금 - Hindsigh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제는 한국 영화계의 '넘버3'를 뛰어넘는 아우라와 함께 대표성을 뛴 배우 송강호, 그리고 충무로에서 아직은 '글쎄..'라는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여배우 신세경, 이 둘의 무언가 언밸러스한 만남 만으로도 화제가 된 영화 '푸른 소금'. 전단지 홍보 문구에서 "2011년을 긴장시킬 가장 강렬한 만남"이라고 기치를 내건 이 영화는, 사실 강렬하기 보다는 그 반대로 제목에서 언급한 소금이 빠진 듯 밋밋하고 임팩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더군다나 송강호식 주특기라 할 수 있는 그만의 느와르도 힘이 빠지게 주체를 못하고 그냥 드라마처럼 묻혀버리고 말았다.

전작 '우아한 세계'에서 그런 모습이 송강호식의 제대로 된 생활형 느와르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영화는 그보다도 못한 느낌이 많다. 대신에 감각적인 영상미는 볼만했지만, 그 영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도 중구난방 식에다 갈피를 못 잡고 루즈하면서 때꾼하기까지 했으니, 이래저래 많이 아쉽다. 기대가 커서 그런지, 킬러로 분전한 신세경도 그다지 임팩트하지 못하게 그냥 기본만 한 느낌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다르게 본 이들도 있을 테지만, 막상 개봉 후 뚜껑을 연 평가는 호평보다는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는 평이 많은 걸 보면, 이 영화의 앞으로 성적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르게 나올 수도 있음이다. ~

그렇다면 킬러 처자와 전직 조직 보스가 만난 이 둘의 위험한 동거?는 어떠했는지 시놉시스는 이렇다. 

일부러 접근한 거예요. 아저씨 감시하려고…
전설로 불리던 조직 세계를 떠나 식당 하나 차려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남자, 두헌(송강호). 그를 감시하라는 의뢰를 받고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 요리학원에 나타난 여자, 세빈(신세경). 과거를 숨기고 싶은 두헌과 정체를 숨겨야만 하는 세빈은 서로를 속인 채 조금씩 가까워진다.

가까워질수록 위험해진다!
두헌이 조직 보스의 후계자로 거론되자 조직 내 분열이 일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빈은 그를 죽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받는다. 두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저격할 기회를 노리는 세빈.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흔들리고, 두헌은 마침내 세빈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그를 죽여야 하는 세빈, 그녀를 믿고 싶은 두헌,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요리학원에서 만난 두 남녀의 전직이 수상하다. 한쪽은 은퇴한 조폭이요, 한쪽은 킬러다.)

여기 두 남녀가 있다. 이들은 요리학원에서 만났다. 한 남자는 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은퇴한 조직 보스 윤두헌(송강호), 한 여자는 그 윤두헌을 감시하고 종국엔 죽여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 킬러 조세빈(신세경). 이 둘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중반까지 펼쳐진다. 보통의 드라마처럼 튀지 않고 전개된다. 세빈은 다 허물어진 컨테이너 박스에서 친구와 같이 살면서 전직 사격 선수 출신답게 킬러로 밥벌이를 하는 처자다. 하지만 어디서 사채를 끌어다 쓴 건지 해운대파 깍두기들에게 수천만 원 빚에 쪼들리면서 두헌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 거. 그런데 세빈이 본 두헌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요리학원과 집을 오가는 동선 이외에 의심이 갈만한 사항이 전혀 없다. 그러면서 둘은 점점 친해진다.

신세경 특유의 목소리로 "아저씨 나 좋아하지.."


(신세경의 킬러 보다는, 김민준의 킬러가 더 와닿는 건 왜일까.. 역시 마초적인 게 어울린다.)



한 사람은 20대 초반의 젊은 처자요, 한 사람은 40대 후반의 아저씨지만 이들은 두헌이 자주 쓴 '급우'라는 설정하에 육체적이 아닌 어떤 정신적 교감으로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두헌도 슬슬 눈치를 까고 자신의 오른팔 애꾸(천정명)을 통해서 그녀의 뒷조사를 해가며 세빈의 정체를 알아가고, 시시각각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이 자신을 음해하려는 계획이 수면으로 부상하면서 그도 준비를 한다. 그러는 사이 세빈의 친구가 교통사고로 위장돼 사라지면서, 세빈은 또 다른 청부살인업자 강여사(윤여정)를 만나며, 두헌을 반드시 죽여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진행되는 동안 두헌과 세헌은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마치 연인처럼 지내게 된다. 서로가 알면서도 모른 척 정체를 숨긴 채, 세빈이 아프면 두헌이 병구완을 해주고, 아저씨 두헌의 식사를 차리는 등, 이들은 이미 친해진 상태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그림이 조금은 많이 할애가 돼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말 하품나게 지루했다는.. 한편, 시시각각 과거 몸담았던 조직에서 마수가 계속 뻗쳐 오면서 정치권과 연계시킨 범죄로 두헌은 위험에 빠지고, 세빈마저 그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디데이가 다가오면서 고심한다.

그런데 이때 또 다른 킬러 'K'라 불리는 사나이(김민준)가 두헌을 죽이려 하면서 세빈도 난관에 봉착한다. 어차피 죽여야 한다면 자신이 죽이겠다며 직접 나서게 된 킬러 세빈 처자.. 이들의 삼파전이 저기 어느 지방의 유명한 염전의 갈대밭에서, 간만에 파워풀하게 보인 차량 추격씬과 함께 멋진 영상미를 과시하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그렇다면 세빈은 임무대로 두헌을 죽였을까.. 아니면 살리고 둘이 도피했을까?!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안다. 마지막 그 결말에 대해선 말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서도.. ㅎ


(어느 염전에서 벌어진 이 둘의 저격은 나름 멋지게 연출이 잘 됐다. 근데 그게 다다..ㅎ)

이렇게 영화는 어찌보면 단순한 구도의 플롯이다. 소위 밥 먹고 살려고 한 킬러 생활에 찾아온 임무, 한 남자를 감시하는 것에서 시작돼 종국엔 그를 죽여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이를 눈치 챈 전직 조직 보스는 그녀를 도리어 해치기 보다는 연민의 정으로 감싸며, 그녀를 돕기까지 한 대척점에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느와르 영화다. 하지만 '푸른 소금'은 완벽한 느와르 영화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액션의 강도나 씬은 많지 않다. 오히려 '드라마' 장르라 내건 것처럼 이른바 드라마적으로 일관하며, 이 둘의 만남부터 사귐과 운명까지 둘의 동선을 쫓는데만 치중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드라마 전개가 밀도감은 없이 감각적인 영상미만을 내세우며 멋내기에 치중한 느낌이 다분하다.

'푸른 소금', 감각만 내세우며 정작 소금이 빠져 맛을 잃은 멜로 느와르

그것은 '그대안의 블루''시월애'등을 연출한 영상미학에 나름의 일가견이 있는 '이현승' 감독이 10년 만에 메가톤을 잡으면서 나온 시퀀스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후반에 염전에서 맞닥뜨린 이들의 운명을 건 대결은 한 편의 뮤비처럼 잘 빠지게 나왔다. 그런데 사실 그게 다다. 그 앞전까지는 심지어 강호가 시간까지 재봤는데, 120분 런닝타임에서 90여분 정도는 한 편의 멜로드라마에 치중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간간히 그들 조직 간의 암투와 배신이 그려지는 상황이나 다른 여타 그림들이 보여졌지만, 이마저도 어떤 연결고리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전개가 돼 무람없어 보인다. 툭툭 끊긴다고 해야하나.. 두헌과 세빈의 해변가 '포차' 데이트도 그런 게, 이들이 정말 전직 조폭 보스인지 킬러인지 캐릭터 몰입이 안 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조연급 캐릭터들이 꽤 화려하다 할 수 있다. 송강호의 오른판을 자처한 꽃동안 천정명을 비롯해서 그의 막역지우이자 조직의 2인자로 나선 이종혁, 그리고 신세경과 다르게 오로지 두헌을 죽이는데 온몸을 쏟는 킬러 김민준, 그런데 신세경보다 김민준이 더 킬러에 어울려 보이는 건 왜일까..ㅎ 이외에도 '내마들'에서 봉영규의 엄마로 활약했던 윤여정이 색다르게 청부살인업자로 나와 눈길을 끌었고, 신세경을 가르쳤던 스승 오달수와 조직의 라이벌로 나온 이경영과 김뢰하 형님까지.. 이렇게 조연급 배우들의 위용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화려한 레시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버무리지 못하고, 둘의 멜로적 느와르에만 치중하다 날려버리고 말았다.

아무튼 영화는 기대를 나름 해서 그런지, 꽤 아쉽다. 감독 스타일대로 감각적인 영상미는 좋지만 그것을 담아낸 그릇에 양념이 제대로 안 된 채, 때꾼하게 만들어 버린 '푸른 소금'. 이 제목의 의미가 염전에서 진짜 소금이 되기 전의 상황인지 몰라도, 영화 자체로도 완성도가 높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송강호라는 충무로 대표 배우를 쓰면서 대중적인 스타일로 포팅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신세경이라는 나름의 캐릭터 벽에 부딪히면서 크게 빛을 못 본 느낌이 다분하다. 역시 송강호는 전작 '우아한 세계'에서 나온 '강인구' 캐릭터 같은 생활형 조폭이 어울린다. 여기서처럼 센치한 척 전설로 남는 조폭이 아닌, 그냥 인간적으로 그려질 때 더 와 닿는다. 물론 신세경 앞에선 너무 인간적이어서 탈이었지만, 이마저도 둘의 만남은 강렬함 대신 밋밋했을 뿐이다.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2562&mid=1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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