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 War of the Arrow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더운 여름을 한방에 날려버릴 기세로 호쾌한 활시위를 마음껏 구사하는 액션 활극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이름하여 그 제목도 포스가 좋게 '최종병기 활'이다. 작금의 총이 난무하던 시대가 아닌, '활'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역사물이다. 조선왕조 오백년 역사에서 치욕으로 기록된 인조시대에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병자호란(1636년)의 팩트를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그 굴욕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 죽어나간 민초들을 그리며 가족을 구하기 위해 나선 한 젊은 청년의 무용담이라는 픽션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팩트와 픽션이 가미된 퓨전사극이라 보면 편하다. 대신에 그 픽션이 영화적 아우라를 뿜으며 TV사극의 픽션과는 다르게 비주얼틱하게 연출이 돼 이목을 제대로 집중시켰다.

제목처럼 '활'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담아낸 것인데, TV처럼 활이 '풍쑹' 날아가 새색시처럼 꽂혀 적이 죽는 게 아니라, 적어도 여기서 보여주는 활은 그 제목처럼 정말로 치명적인 살인병기다. 뱀처럼 휘어서 날아가는 건 물론, 한번 맞으면 목이나 가슴을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위력으로써 '활'의 포스를 제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마치 서부극의 총잡이들이 마주보며 누가 먼저 권총을 뽑아 죽이는 그 게임처럼, 여기서도 그렇게 활시위를 당긴 채 서로를 노려보며 활을 통한 사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해일 류승룡, 영화 초반부터 서로가 '강자'임을 안 이들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마지막까지 선사하며 눈길을 끌었으니, 영화 '최종병기 활'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영화는 조선시대의 시절이 그렇듯, 하루 아침에 역적으로 몰리는 그 세상에 어느 사대부 집안에 관군들이 들이닥치며 풍비박산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역적이라며 모두 도륙을 낼 판, 하지만 주인공 소년 '남이'(박해일)는 아비의 마지막 부름과 언질을 받고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데리고 간신히 산속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먼 발치에서 아비의 죽음을 목도한다. 창자가 찢겨나갈 슬픔에 이를 악물고 여동생과 함께 탈출해 아비의 친구(이경영) 사대부 집안에 당도하니, 그곳에서 10여 년을 넘게 산다. 이젠 소년이 아닌 허헌장부가 된 남이는 조선 최고의 '신궁'이 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활과 동거동락하더니 그렇게 된 거. 물론 그 과정은 생략됐지만, 최종병기 활을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할 주인공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여동생 자인도 절세가인으로 성장, 그 사대부 집안의 도령 '서군'(김무열)이 그녀를 점찍고 둘은 혼례를 치르게 된다. 물론 형님될 남이는 마뜩치 않았지만, 어쨌든 자인과 서군은 마을이 떠들썩하게 혼례 행사를 치르는데.. 그 순간 지축을 울리는 천지가 개벽할만한 울림이 저 먼 곳에서 전해져오며, 만주족 청나라 군대가 이 마을을 습격한다. 이때 남이는 산속에서 있다가 그들의 침입을 목격하고 내려오다가 그들 부대의 습격까지 받고 간신히 피해 마을로 내려온다. 하지만 이미 여러 사람이 죽고 없어지는 등 완전 쑥대밭이 된 거. 바로 병자호란이 일어난 해 조선의 저잣거리는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죽는 것도 다반사요 수많은 사람들이 포로와 인질로 청국에 잡혀가는데, 그 속에 남이의 여동생은 물론 서군도 함께 끼어 있었다.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 야사에 묻혀사는 그에게 닥친 위험천만한 활의 사투..)

이때부터 남이는 전사로 돌변한다. 아니 돌변하기 보다는 매 항상 활을 끼고 살았던 그인지라, 다시 한 번 장비를 챙기고 동생네를 구하기 위해서 적지로 뛰어든다. 그렇다고 청국의 그 많은 군대를 상대로 하는 건 아니고, 소수정예부대 '니루'라 불리는 청의 명장 '쥬신타'(류승룡)가 이끄는 그 부대와 맞딱뜨리며 매 순간 위기에 처한다. 한편 인질로 잡혀간 여동생은 서군과 헤어져 젊은 도르군 앞에 바쳐지게 되는데 -(강호가 알고 있는 도르곤과는 다르게 꽤 능글맞은 한량스럽게 나와서 실망, 중드 '대청풍운'에서 장풍의가 맡았던 그 도르곤이 아니었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무장의 딸인지라 자인도 정절을 지키며 끝까지 버틴다.

그리고 서군쪽 인질들은 압록강을 건너는 찰나, 그들이 살려준다는 미끼로 사람들을 도륙하는 야만적 행동에 분기탱천해 일어나 그들을 제압하고 이들의 동선을 쫓아온 남이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군과 남이 일행은 여동생 자인이 잡혀있는 그들의 본거지를 치러 가는데, 하지만 수많은 적들을 제압하기는 힘든 상황. 그래서 남이가 몰래 잠입해 도르곤을 인질로 잡아 여동생을 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불을 질러 탈출하게 되는데.. 이때 소수정예로 몰려다니는 쥬신타 일행은 매 항상 한 템포 늦은 타임으로 뒷수습하며 남이의 행방을 쫓는다. 도통 알아먹을 수 없는 희한한 만주어로 '내 이놈을 죽이고 말겠다'는 다짐의 눈빛을 날리며, 본격 추격전을 시작하게 된다. "남이야 내가 간다.. 게 섰거라.." ㅎ


(만주족 소수정예부대 '니루'를 이끄는 쥬신타 일행, 이들의 포스가 꽤 볼만하다.)

이때부터 영화는 본격 스릴 만점의 재미진 추격전이 펼쳐진다. 역시 액션 무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런 동선을 쫓아 움직이는 추격전이 아닌가 싶다. 보통 현대물에서는 익숙한 총격전으로 점철이 되지만, 이 영화는 역사극으로써 총이 아닌 활이라는 병기를 앞세워 추격전의 묘미를 살린다. 즉 산속에서 그 활을 두른 채 숨가쁘게 뛰고 넘어지고 숨고, 때로는 두 절벽 사이를 건너기 위해 그곳을 날아오를 정도로, 호쾌하면서도 원초적인 맛과 비주얼을 자랑한다. 바로 이런 장면들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정도로, 마지막 30여 분의 시퀀스는 백미중 하나다. 바로 남이와 쥬신타가 이끄는 정예 부대원들과의 추격전..

이때 남이의 주요 무기인 활 '곡사'(바람을 이용해 휘어 날아가는 활)와 '애깃살'(크기는 작지만 엄청난 속도와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조선의 비밀병기)을 무기로 그들을 하나 둘 제압해가고, 남이가 만만치 않음을 안 쥬신타는 자신만의 강력한 활무기 '육량시'(화살촉 무게 240g, 활 길이가 170cm에 달하는 치명적인 무기로 순식간에 팔다리가 잘려나갈 정도로 강력하다)로 그를 위기로 모는데, 하지만 이때 흑기사로 나선 숲속의 맹수 호랑이 한 마리가 있었으니, 좀 CG스러운 게 아쉽지만 그 호랑이 때문에 구사일생 위기를 모면한 남이.. 이젠 남은 건 쥬신타와 멋진 한판이 남는데, 이 둘은 살아돌아온 자인을 가운데 두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허허벌판에서 활시위를 당긴채 마지막 목숨을 건 한판승부를 하게 된다.

과연 누가 죽고 누가 살 것인가.. 영화는 마지막에도 그 엣지있는 활시위를 뽐내며 이들을 운명을 점친다.



'최종병기 활', 제목에 충실하게 그리며 추격전의 백미를 살린 활 액션극

이렇게 이 영화는 '활'을 소재로 한 액션 활극이다. 그런데 이 '활'이라는 게, 어떤 문화적 코드로 읽어내는 그런 드라마가 아닌, 바로 앞선 제목에 부쳤듯이 바로 '최종병기', 즉 살인도 서슴치 않는 치명적인 무기로 그 중심에 놓는다. 그렇기에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건 어떤 이야기의 전개 보다는 중반 이후 그들의 추격전을 보듯 '활'로써 서로 죽여야 하는 이들 상황에 포커스를 맞춘 느낌이 다분하다. 그래서 그렇게만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제목에 충실하게 액션 '활극'으로써 본연의 책무를 다한 셈이다. 어떤 활동적인 액션극은 물론 활의 이름처럼 활을 소재로 한 '극'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활극'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사극의 액션이 보여준 검과 창 뒤에 가려진 활이라는 무기가 그냥 '병풍'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주인공으로 나서며 이들 활이 무기로써 어떻게 활용이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곡사와 애깃살, 그리고 육량시의 포진은 물론, 활시위에서 날아가는 그 모습까지 시각과 음향 효과를 살려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다만 조선 최고의 신궁으로 활약한 남이 역의 박해일이 말 그대로 신궁 포스가 조금은 덜해 보여서 아쉽지만, 그래도 그의 연기력은 볼만했고, 청의 명장 쥬신타로 분전해 자신도 알아듣지 못하는 만주어로 변발을 하며 포스를 나름 보여준 류승룡은 꽤 어울려 보였다. 여주인공 문채원은 지금 한창 나오는 TV사극 '공주의 남자'에서 그 스타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다. 다만 인질로 잡히고 민낯에 지쳐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탕웨이'를 보는 듯.. ?!

아무튼 역사물이라서 다소 고리타분할 거라고 이 영화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목 '최종병기 활'이라는 의미처럼, 조선시대 최고의 무기로 자리매김한 아니, 우리나라 역사에서 '활'이 어떤 병기로써 활약하는 모습을 영화적으로 포팅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액션 활극에 제대로 방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물론 시대적 배경으로 '병자호란'이라는 굴욕의 역사를 깔며 민초들의 지난한 고초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나선 남이장군 아니 픽션으로 가미된 '신궁 남이의 무용담'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무용담은 꽤 재밌고 몰입감 좋게 산속을 넘나들며 제대로 활 액션을 보여준 '최종병기 활'.. 역사극이지만 액션 오락극으로써 그 활시위는 제대로 당겨졌다 할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볼만하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3084&mid=156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