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 Poongs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인간의 유구한 역사와 같이 해온 유일한 동물 중 하나인 '개', 귀엽게는 '강아지'라 부르지만 우리에게 한 글자로 불리는 '개'의 의미는 다양하게 쓰인다. 욕설에도 쓰일 정도니, 그런데 이런 개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의 토종개만 해도 진돗개나 삽살개, 또 뭐가 있을까.. 그중에서 웬지 낯설기도 하고 어디서 들어봄직한 개가 있으니 바로 '풍산개'다. 바로 위키에서 찾아보니 그 위용이 남다르다. "풍산개(豊山-)는 개 품종 중 하나로, 한국의 대표적인 사냥개이다. 겉모습은 진돗개와 비슷하나, 추운 날씨에 적응하여 털이 굵다. 풍산개는 큰 짐승을 사냥하는 데에 주로 쓰였으며, 시베리아호랑이 같은 맹수를 사냥하기도 했다." 이렇게 소개된 내용만 봐도 나름 알려진 바대로 '호랑이를 사냥하는 '개'인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이 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과거 남북정상회담 때 선물로 보내기도 한 전력이 있다고 하는데, 남한의 진돗개처럼 꽤 유명 인사라는 거. 여기에다 북한에서는 그 풍산개를 모델로 하는 담배가 있었으니, 바로 위의 그림이 그것이다. '우리 나라의 자랑 풍산개'라고 적힌 문구와 함께 말이다. 실제 이 담배가 아직도 북한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하는데 니코틴도 엄청 센 게 꽤 독한 담배라고 한다. 이번 영영화에 출연한 애연가 윤계상도 꽤 곤욕이었다는 후담이다. 그런데 북한 담배가 다 그렇듯 디자인은 과거 우리의 '거북선'이나 '솔' 담배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풍산개는 실제 존재하는 '개'를 의미하면서 이번에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이게 돼 나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영화는 그 '개'가 주인공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이고 그 인물이 북한의 '풍산' 담배를 즐겨 피면서 붙여진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의미적으로는 '호랑이를 사냥하는 개'의 이미지처럼 꽤 마초적인 남자 주인공을 통해서 남북 분단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으니, '풍산개'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 그 분의 여자를 배달하라! 
김기덕 감독, 3년의 침묵을 깨고 제작한 바로 그 영화!!

휴전선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윤계상). 이번에는 물건이 아닌 사람을 빼오라는 사상 초유의 미션을 받는다. 그녀는 바로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층 간부의 애인 인옥(김규리)이다. 두 사람은 철조망을 넘다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를 눈치 챈 ‘남한 요원들’은 이들에게 위험한 제안을 해온다. 한편, 망명남을 처단하기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던 ‘북한 간첩단’은 인옥을 납치하는 계획까지 세우며 이들을 둘러싼 예측불허 작전이 시작되는데…



(오늘도 내일도 불철주야 휴전선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한 남자, 그는 이름도 말도 없다.)

여기 이름도 말도 없이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생사의 휴전선을 넘나드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전직 특수요원 출신인지 몰라도 그는 서울과 평양을 왕복 3시간에 주파하는 최고의 첩보? 능력을 지니고 있다.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의 '톰'보다도 더 뛰어나다. 무술 실력은 기본이요 뜀박질 실력도 좋아서, 남북한의 철저한 경계망을 뚫고 갈대밭을 눈에 안 띄게 누비고 긴 장대로 철조망을 넘으며 이 일을 해온지도 언 3년.. 아니 횟수는 모르겠고, 어쨌든 그는 이런 소일거리?로 먹고 사는 남북한 사통팔달 전매특허 1호 배달부다. 그렇다면 무슨 배달을 하는 것일까? 그렇다. 그는 남북한 이산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 등 유품을 전해주는 일을 하는 그런 남자다. 사실 이게 휴전선이 가로 막혀 있어서 그렇지, 우리가 통일만 되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일. 하지만 그는 지금 자유자재로 남북한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남한 사람일까? 아니면 북한 사람일까? 하지만 그는 좀처럼 말이 없다. 그를 사주한 조직들에게 잡혀서 남조선이야? 북조선이야? 로 일관된 질문과 갖은 고문에도 말이다. 일견 벙어리 같지만 그는 묵직하게도 '말이 없는 사나이'로 통한다. 김기덕 감독의 그 '나쁜 남자' 조재현처럼.. 그러면서 새로운 일감이 들어온다.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층 간부가 꿈에도 그리던 애인 '인옥'을 찾는다는 거. 그래서 그는 평양으로 가 그녀를 남한으로 데리고 온다. 그 스스로 주어진 3시간 안에, 대단하다. 물론 사선을 넘는 과정에서 경계병들에게 발각이 될뻔한 위기를 맞는 등 고초가 있었지만 어쨌든 임무는 완수했다. 하지만 그에게 합당한 몫이 안 떨어지고 그를 사주한 일당들이 그를 잡아들이기에 이른다. 북한 고위층 간부를 보호하고 있는 남한의 정보부 요원들이 한 짓인데, 남북한을 자유자재로 오가니 성분이 의심이 가는 건 당연할 터. 이때부터 말이 없는 사나이는 풍파를 겪는다.


(휴전선을 넘나드는 그 3시간 동안 그들은 연정이 쌓인다. 그래도 남자는 말이 없을 뿐...)

전기 고문을 당하는 건 물론, 그 인옥이라는 여자를 데리고 오면서 연분이 든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그 고위층 간부로부터 협박까지 받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는 입만 더 다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을 모두 지켜보는 여자 '인옥'의 마음은 쓰라리고 아파온다. 짧은 3시간 동안 생사를 넘나들며 자신의 목숨까지 구해준 이 남자에게 애틋한 연정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것을 단박에 눈치를 깐 망명남은 앙앙불락되며 매 항상 히스테리로 일관, 그녀와 사나이를 압박하기에 이른다. 인옥의 애인이라고 하지만 마치 아빠뻘 되는 듯한 인상의 이 남자는 그렇게 남북관계보다 복잡하다는 삼각관계의 중심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거. 결국 남쪽의 정보원과 작당해 그를 겁박하기에 이르고 이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나 싶었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일당이 가세하면서 드라마는 블랙코미디로 급전향이 되고 만다.

바로 남쪽에 내려와 있는 북한간첩단 4~5명이 망명한 그 고위층 간부와 애인 인옥을 처단하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 그 와중에 말 없는 사나이 '풍산'이 또 잡혀가 고문을 받는 등, 그는 여러모로 고초를 겪는다. 그냥 유품 같은 거나 배달하던 그에게 북한 고위층 간부의 애인을 데리고 오면서 이렇게 일이 꼬여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휴전선을 넘나들던 관록이 있기에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남쪽 정보원까지 구해준 덕택에 그로 인해서 잠시 빠져 나오는가 싶었는데, 이 와중에 망명남은 나름대로 처단이 되고, 인옥이는 북한간첩단에게 인질이 돼 잡히게 된다. 물론 그 '풍산'도 같이 생사의 고비를 이런 지하실에서 맞이하게 된다. 결국 처단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풍산은 어떻게든 이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려 한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남쪽 정보원과 북쪽 정보원을 하나 둘 한 곳에 가두어 놓고 한바탕 쇼를 벌이는데.. 이게 정말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마지막에 전개가 된다는 거. 참 난감하다.. ㅎ

그렇다면 '풍산'이라 불리는 이 사나이는 어떻게 됐을까? 또 그 여자와 러브는 어떻게 됐던 것일까?
영화는 그 웃지못할 해프닝만 빼면 마지막엔 나름 멋지게 갈무리가 되었다. 사선을 넘나드는 그곳에서..


(풍산과 인옥의 생사의 고비는 휴전선 뿐만 아니라, 서울 한복판 지하실에서도 이루어진다.)

이렇게 내용을 보듯이 영화는 다분히 남북 분단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아니 실제로 아직도 휴전 상태인 남북한의 대치된 상황을 그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방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다. 왜냐면 이 영화는 일종의 허구 즉 판타지가 가미돼 그려졌다. 영화 포스터 문구도 그렇지만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 그 분의 여자를 배달하라!'라는 것처럼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통일이 되면 가능할지 몰라도, 지금 우리 실정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 그러다 보니 영화는 그 어떤 이념을 초월한 판타지가 들어가게 된다. 그 무이념의 중심 인물은 바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전혀 말문을 열지 않았던 윤계상이 열연했던 정체불명의 그 사나이로, 남조선인지 북조선이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영화는 그런 무게로 말문을 열지 않는 사나이를 통해서 초중반까지 나름 묵직하게 전개가 된다. 

휴전선을 넘나들며 연분이 쌓인 '남남북녀' 로맨스에 블랙코미디적 드라마

그런데 이게 망명남과 함께 남쪽 정보원들이 그 사나이를 잡아들여 고문을 하고 북한간첩단까지 가세하면서 마치 블랙코미디로 전개가 되는 느낌이 다분하다. 남쪽 정보원 쪽의 뚱띵이의 연기도 그렇고, 간첩으로 나온 4~5명의 연기들도 어디 연극배우스러운 대사 톤처럼 한 편의 촌극을 보듯이 펼쳐진다. 이것 때문에 앞서서 윤계상이 보여주었던 나름 묵직한 연기의 기운이 사라지는 느낌인데, 그래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지키며 마지막까지 제대로 방점을 찍었다. 물론 그의 연인으로 나온 위험한 평양 여자 '인옥' 역의 김규리도 나름 호연을 펼치며 그녀만의 우울하고 애틋한 연정을 잘 표출했다. 다만 그녀의 나이든 애인으로 나온 아버지 같은 그 망명남 아저씨는 희비를 오가는 연기가 좀 오바스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어쨌든 여기 세 명의 주축 인물은 볼만했는데, 그 주변 인물들 즉 남북한의 정보 요원들의 정제되지 않은 연기와 발성으로 영화는 꽤 저예산의 독립영화 같은 필로 표출돼 아쉬움이 남는다. 정말 그 지하실에서 서로들 죽이려는 상황은 코미디가 따로 없었던 게 일부 관객들도 실소를 금치 못했으니..ㅎ 그렇다면 이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김기덕 감독, 3년의 침묵을 깨고 제작한 바로 그 영화'라는 홍보답게 사실 영화는 그런 기운이 다분히 감지된다. 물론 이 영화를 김기독 감독이 직접 연출한 것은 아니고, 제작과 각본 또 투자까지 하며 기존의 아웃사이더에서 한발짝 나서며 참여한 상업영화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김기덕 사단이 배출한 실력파 감독으로 인정받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날>의 장철수 감독과 함께, 데뷔작 <아름답다>를 통해서 베를린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무서운 신예 전재홍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기존에 김기덕 사단이 그려내며 유명세를 치렀던 <나쁜 남자>, <빈 집>, <숨> 등에서 연출부로 일한 그에게 있어 이 영화는 사실 색다른 건 없다. 다만 남북 분단이라는 소재를 진중하게 가져가는 게 아니라, 일종의 판타지로 이야기를 내세우고 여기에 블랙코미디적 요소로 그리며 종국에는 '남남북녀'라는 국경을 초월한 남녀간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풍산개'에서 제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윤계상, '최고사'의 아무나 한의사도 나름 성공적)

영화 '풍산개' 남북 분단의 이야기지만 주인공 윤계상만 남은 로맨스물

결국 영화의 전체적 느낌은 자연스런 전개 보다는 일종의 연극 같은 컷을 보듯 진행돼 개연성이 떨어지고 멜로코드가 심하게 배어 있어 한 편의 로맨스물을 본듯 하다. 왜 그 남자는 말이 없이 살았던 것일까?라는 근원적 질답은 차치하더라도, 사선을 넘나드는 그 자체만으로 존재적 이유가 되었던 그 남자, 그리고 그 남자와 생사를 넘나들며 연정을 품게 된 한 여자, 여기에 이를 시기하며 의심하게 된 고위급 간부 망명남, 또 이들을 처단하려는 블랙코미디적 남북한의 정보요원들, 이들에게는 그 어떤 남북 분단의 현실을 직시한 가열한 정서나 메시지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건 그런 진중함보다는 그런 쪽인 건 느낌이 오지만서도, 그렇게 디테일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건진 게 있다면 평양 처자 김규리(과거 김민선) 여배우는 기존의 이미지처럼 나와서 기본은 했지만, 기존의 이미지 때문인지 유약해 보였던 윤계상의 '나쁜 남자' 같은 스타일의 재발견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 연기력에 터닝 포인트가 될 뻔했던 영화 <집행자>나 전쟁드라마 <로드 넘버 원>이 나름의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 그런데 얼마 전에 끝난 '최고의 사랑' 드라마에서 맡은 '아무나 한의사' 역 윤필주는 나름 로맨스물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주며 성공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는 아직도 그런 꽃미남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계속 각인이 되나 싶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김기덕 사단이 그를 살린 건지, 윤계상이 그를 살린 건지 한 쪽은 나름 살아났다는 거.

특히나 영화에서는 말이 없는 사나이 '풍산' 윤계상 연기 때문이라도 볼만은 하다는 게 다소 위안일지 모르겠다. 김규리를 비롯해 노 개런티로 출연을 하며,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를 악 다문 그의 표정처럼 영화 '풍산개'의 이미지 컷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윤계상에게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영화 '풍산개'는 사실 그를 위한 것이었다. 다만 영화는 분명 괴작의 필이 있다는 거, 이것저것 담아냈지만 역시 남는 건 '남남북녀'의 로맨스다. 생사를 넘어 들었으니 당연한 거다. ~


풍산개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9159&mid=1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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