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 백 - The way ba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인간은 누구나 살기를 원한다. 간혹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있어도, 어쨌든 인간은 죽기보다는 살기를 위해서 몸부림치는 영장류다. 그런 인간이 어떤 고통과 억압에 의해서 통제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아마도 그 압제의 현장 속에서 죽지 못해 사는 그냥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며 스스로를 위로할 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시련과 고통이 더 혹독할수록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무한의 자유의지가 있음을 견지한다면, 여기 이 영화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담아낸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즉 죽기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그 가열한 본성이 지배한 채, 이들은 그 대자연 속에 한 몸을 던지고 만 것이다.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담아낸 리얼한 대서사 <웨이 백>

이것이 바로 대자연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웨이 백>의 플롯이자 기본 스토리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큰 줄거리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그 머나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여정을 담은 일종의 '로드무비'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출은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피터 위어' 감독이 그려냈으며,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깊이 박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트루먼쇼>를 잇는 감동 3부작의 완결판으로 이 영화는 방점을 찍는다. 감동을 일부러 자아내는 것이 아닌, 그들이 살고자 하는 대탈주의 여정을 날것 그대로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이목을 끌었으니, 영화 <웨이 백>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40년,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라 불리는 '캠프 105'! 7명의 수감자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살을 파고드는 시베리아의 살인적인 추위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고비사막의 폭염을 이겨내며 오직 자유를 찾아 6,500KM라는 믿을 수 없는 거리를 탈주한 이들의 리얼 감동 실화가 시작된다!


(강제 노역으로 끌려가던 중, 눈폭풍을 맞아 엎드린 채 한 노인이 버티자 총을 겨눈다.)

이렇듯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한마디로 줄이면 '강제 노동수용소를 탈출한 이들의 살아남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1940년 전후로 전세계가 대전으로 몸살을 앓으며 특히 유럽쪽이 그 포화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고 이른바 수용소로 끌려가는 그때, 여기 악명이 높기로 소문난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 '캠프105', 이곳에 유럽 각 지역의 정치범과 범죄자들이 끌려와 수용돼 살고?있다. 그러면서 거기 소장이 말한다. '이곳에서 너희들을 감시할 필요도 없이 시베리아 한복판이기에 도망치는 거 자체가 죽음이다' 라는 거. 그렇다. 그곳은 영하 30도를 오르락하는 맹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곳, 그러니 도망가다가 얼어죽을 판이다. 하지만 이곳에 부인의 피치못할 밀고로 끌려온 주인공 야누스(짐 스터게스)는 터줏대감으로 오래 눌러있던 정치범 스미스(에드 해리스)와 탈출을 감행하기로 한다.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를 탈출 후, 가열한 여정의 시작과 끝

이 두 명과 함께 몇몇 인사도 가담하고, 뼈속까지 러시안이지만 악명 높은 범죄자 발카(콜린 파렐)도 가세하며 총 7명이 야밤에 그곳을 탈출하고 만다. 앞을 못볼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그 밤에. 물론 이를 알게 된 수용소측에서 그들을 쫓지만 허사다. 그렇게 그들은 우선 탈출엔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생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거친 눈보라의 혹한 속에서 무작정 걷기가 시작되고, 그 속에서 한 명이 동사하고, 점점 식량과 마실 물마저 떨어지며 그들은 지쳐간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몇 주를 걸어 드디어 큰 호숫가를 발견하며 한 고비를 넘긴다. 그런면서 어디 집단농장에서 탈출한 가녀린 소녀 이레아(시얼샤 로넌)가 이들 일행에 가담한다. 처음에는 안 받아 줄려고 했지만, 소녀도 일행과 함께 대탈주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고달픈 여정은 계속된다.

이제는 혹한을 넘어선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횡단하며 이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다. 바로 마실 물이 떨어지며 그 강렬한 태양빛에 일사병으로 죽기 일보 직전,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사막 한 가운데서 우물가를 발견해 한숨을 돌리고, 또 긴 여정은 계속된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는 남쪽나라.. 이 사막을 횡단하며 무려 3명이나 죽게 된다. 그 속에는 바로 가녀린 소녀 이레아도 끼어 있었으니, 완전 메말라버린 소녀의 육신은 그렇게 사막 한 가운데 묻히고 만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야누스와 스미스 할배를 비롯해 이젠 4명.. 그렇게 그들은 또 계속 걷고 걸으며 마지막 순간에 결국 티베트 고원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그곳의 마을에서 칩거를 하게 되고, 결국 그 자유를 향한 의지는 계속 되는 가운데 또 험준한 산맥을 넘고 넘어서 결국 인도 땅을 밟게 된다. 그리고 그들 세명은 그곳 사람들한테 나름 환송을 받는다. '어디서 오셨수? 시베리아에서요.. 아니 그 먼 곳에서.. 어떻게.. 걸어서 왔지요..' ;;;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걷기'다. 눈밭이든 사막이든..)

이렇듯 이 영화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감행한 대탈주의 가열한 여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 초반에 자막 설명에도 나오듯이 여기 세 명의 남자가 인도까지 살아서 왔고, 이 영화를 그들을 위해서 바친다는 조사(弔詞)로 포문을 연다. 즉 그들이 걸었던 거리는 시베리아에서 인도까지 장장 6,500km나 되는 목숨을 건 사투였던 것이다. 그 7명 중에서 4명은 죽고 3명이 살아남은 영화 같은 실화, 그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자 리얼하게 그려낸 여정이다. 그런 그림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마치 리얼 다큐를 보듯 광활한 대자연을 있는 그래도 담아내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베리아의 매서운 혹한과 사막의 강렬한 태양빛 아래의 폭염, 그러면서 살고자 물을 찾는 이들의 사투, 자세히 설명 안해도 그림이 그려지는 시퀀스다.

대탈주의 가열한 여정 속에서 광활한 대자연을 탐미한 영화 <웨이 백>

그러면서 영화는 이들의 탈주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쫓기는 탈주의 긴박감 보다는 인간이 고통의 탈주 속에서 어떻게 메말라가며 살고자 하는지 그 자유의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그려낸 느낌이 많다. 즉 보통의 탈주영화들이 쫓고 쫓기는 자의 액션적 그림으로 그려냈다면, 이 영화는 그 대자연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그려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런닝타임이 2시간이 훌쩍 넘을 정도로 길다. 초반 30여 분 강제 노동수용소 생활과 탈주 후부터는 이들 여정을 로드무비를 보듯 날 것 그대로 담아낸 거. 특히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사막씬은 보는 이가 목이 탈 정도로, 그들의 목마름은 정말로 와 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직접 몸을 불사하며 연기한 모습은 리얼 그 자체였다. 특히 가슴에 스탈린 초상을 문신으로 새긴 러시아 출신의 범죄자 '발카'는 중간에 이들과 헤어지게 됐지만, 얼추 모습이 '브래프 피트'인줄 알았지만 바로 매력남 '콜린 파렐'이었던 거. 제대로 호연을 펼쳤는데, 또한 주인공 야누스 역의 '짐 스터게스'도 이들의 탈주를 이끄는 리더로서 끝까지 살아남는 열연을 펼쳤다. 그는 실제로 전쟁이 끝나고 조국 폴란드가 공산주의로부터 해방된 그때, 50여 년이 지나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를 맞이한 것은 이젠 다 늙어버린 부인.. 캐감동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다. 눈물 찔금.. ~~


(정치범 스미스 역의 '에리 해리스'와 가녀린 소녀 탈주범 '이레나' 역의 '시얼샤 로넌')

<웨이 백>, 감동 이전에 7인의 생존본능의 자유의지를 보시라..

또한 극 중에서 미국인 정치범으로 끌려와 이들 대탈주 여정에 동참한 최고참인 할배 '스미스'역의 '에드 해리스'도 호연을 펼치며, 갈수록 수척해지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가열한 여정의 유일한 홍일점 '이레나' 역의 '시얼샤 로런'은 결국 일사병으로 쓰러져 메말라진 육신으로 사막 한 가운데 묻히고 말았다. 그런데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는데, 찾아보니 바로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그린 영화 <러블리 본즈>에 나왔던 그 소녀 주인공이었다. 여기서는 고통의 탈주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소녀 역이었는데, 그렇게 장렬하게 산화하고 만 것이다. 아...

아무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는 그 여정을 담아낸 일종의 로드무비다. 그렇지만 절대 가벼운 영화가 아니거니와 꽤 묵직한 그림과 울림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 큰 화면 속에서 광활한 대자연을 만끽하는 비주얼과 영상까지 한 편의 리얼 다큐를 보듯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감동 이전에 그들의 사투를 날것 그대로 담아내며, 그토록 살고 싶은 그들의 무서운 생존본능과 자유의지를 향한 그들의 몸부림을 만나보시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화가 그들 앞에 아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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