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책이 단박에 끌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사게 된 책, 아니 책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대서사라 불릴 정도로 무언가 울림이 있는 제목 그대로 '대장정', 알다시피 중국의 대장정은 인류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건이자, 특히 중국인들에게는 인민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본 정신의 원류, 곧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대장정이 주는 임팩트는 대단할 수 있는데, 우리가 보통 국민당의 장제스와 공산당의 마오쩌둥의 '국공내전'으로 비춰지는 이 대장정 속에는 어떤 일이 가열하게 펼쳐진 것일까? 그래서 이참에 고증에 입각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컬렉한 것인데, 기존 실록집처럼 사진이 담긴 두 권의 두꺼운 책에서 좀더 쉽게 판화처럼 그림이 그려진 한 편의 서사드라마로 나왔으니 바로 '소설 대장정' 총 5권이다. 자.. 그럼 실사를 먼저 보시죠.. ~~















위처럼 책은 다소 독특하다. 기존의 소설 책같은 구성이지만 크기가 반양장본 스타일로 좀 큰 편이다. 그리고 안에 보다시피 판화가 매 그려져 있어 퀼리티를 높이고 있다. 즉 말글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해당 페이지마다 판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거. 특히 이번에 한국어판을 펴내면서 중국 혁명이나 중국 근현대사가 낯설고 어려울 한국 독자들을 위해 여섯 해에 걸쳐 대장정의 속살을 900여 컷에 담아낸 선야오이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최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웨이웨이'가 치밀한 고증을 거친 뒤 빛나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대장정을 완벽에 가깝게 되살려낸 것이 바로 '대장정'인 것이다.

대장정,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서사시" - 조너선 스펜스

그러면서 이 책은 확신과 경외로 가득 찬 채 거대한 대륙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인 '대장정'을 흡인력 있게 되살린 문학적 성취라는 평가다. 77명의 실존 인물과, 23명의 꾸며낸 인물들을 씨줄과 날줄 엮듯 촘촘히 엮어 대장정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고, 모스크바 출신 볼셰비키들에게 밀려 늘 찬밥 신세였던 촌뜨기 '마오쩌둥'이 어떻게 중국 혁명 세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는지, 또 쓰라린 패배와 고난을 딛고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인민의 마음을 얻어 누구도 감히 짐작하지 못한 운명을 기어이 거머쥐게 되는지, <소설 대장정>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소개다. 5권의 목차는 이렇다.

1권
1. 붉게 물든 샹 강
2. 남으로 머리를 돌려라
3. 마침내 우 강을 건너다
4. 쭌이 회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다

2권
5. 츠수이 강을 건너 시베이로
6. 다시 쭌이로 총부리를 돌려라
7. 난징 성을 뒤흔든 쭌이 대첩

3권
8. 구이양을 거짓 공격하라
9. 윈난 땅을 가로질러 진사 강으로
10. 총을 쏘지 않고 이 족 지역을 지나다

4권
11. 천연 요새 다두 강을 앞두고
12. 루딩 교를 빼앗으라
13. 눈 덮인 자진 산을 넘다
14. 드디어 만난 두 방면군

5권
15. 물거품이 된 쑹판 작전 계획
16. 신비롭고 잔혹한 땅, 쑹판 대초지
17. 마침내 북쪽으로 가는 길이 열리다
18. 마지막 고비, 라쯔커우
19. 뒷이야기 

이렇게 《소설 대장정》은 소설의 흐름과 긴장감을 살리면서 독자들이 한 권 한 권 손에 쥐고 읽기 쉽도록 모두 다섯 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368일 동안 산 열여덟 개를 넘고 강 스물네 개를 건너 12,500킬로미터를 행군한 목숨을 건 여정 '대장정'.. "근대의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오디세이"라는 '애드거 스노우'의 말처럼, 시대와 장소를 넘어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들을 북돋우는 이 가슴 벅찬 이야기는 판화 기법으로 대장정을 충실히 되살린 선야오이의 그림을 만나 제대로 방점을 찍는다. 감히 한낱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그 어떤 가열한 울림과 서사, 중국 공상당 역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서사시로 불릴만한 이 거대하고 매혹적인 엄청난 사건의 모든 것을 만나보자. 그것이 현재 중국을 아는 근원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기 윤구병의 추천사를 음미해 보자.  

   
  오늘 여기, 이 남녘땅에서 대장정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에는 아직도 대장정이 끝나지 않았다.
독재와 특권의 험로를 뚫고 그 많은 목숨을 민주화의 제단에
올렸는데도 통일 조국은 아직도 저 멀리 아득하게 비켜서 있다.
숨 막히게 다가서는 그림들이, 그 그림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서는 것은 이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바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윤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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