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 Loveholic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책 중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문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을 패러디한 느낌의 이 작품은 그 참을 수 없는 욕망, 그것도 성적(性的) 욕망에 대해서 그린 영화다. 그렇다고 다분히 성적인 표현으로만 점철된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래도 나름 몇 컷은 수위가 높았으니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른바 '시크릿 로맨스'라 불리며 그녀들의 비밀스런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작품은 전작 <싱글즈>와 <뜨거운 것이 좋아>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이 또 한번의 공감가는 비밀스런 멜로물을 만든 것이 이번 영화다. 특히나 2003년작 <싱글즈>는 지금은 고인이 된 장진영, 엄정화와 김주혁 등 남녀 간의 쏠라닥질 같은 연애사를 잘 담아내 호평을 받으며 지금도 회자되는 상큼한 로맨스의 전설로 남아 있다.

'싱글즈' 권칠인 감독의 시크릿 로맨스, <참을 수 없는>

그런 감독이 이번에 연출한 이 영화 <참을 수 없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싱글즈처럼 상큼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지만 꽤나 더 솔직하고 비밀스럽고 소위 '수위'가 다소 높은 편이다. 저 포스터처럼 말이다. 그래서 강호는 더욱더 이목이 갔고, 그 참을 수 없는 이 남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엿보게 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두 여자를 보게 된다. 그런데 어찌보면 여기 여자들은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여자다. 한 여자는 출판업에 종사하는 직장녀지만 직장 생활이 잘 되지 않고 매 항상 스트레스에 빠져 살지만 가식없이 한 성질하는 여자다. 그리고 또 한 여자는 남편이 외과의사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만을 바라보며 소위 우아한 미시족으로 지낸다. 단지 삶히 무료했을 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한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작가를 꿈꾸는 출판사 직원 지흔(추자현). 단지 싱글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가장 먼저 해고를 당하고, 7년 사귄 남친마저 이별을 통보한다. 술김에, 홧김에 저지른 사고로 빈털터리가 된 지흔은 결국 나이 서른 둘에 친구 경린(한수연)의 집에 얹혀 사는 굴욕을 겪는다. 완전 재수, 경린의 잘난 남편 명원(정찬)과의 동거가 불편하기만 하다. 우연히 실내 야구 연습장에서 명원과 만난 지흔은 의외로 소박한 꿈을 가진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점차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잘나가는 의사 남편을 둔 경린.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숨이 막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매력적인 연하남이 나타났다!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오는 남편의 직장 후배 동주(김흥수). 그의 저돌적인 매력에 빠진 경린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에 아슬아슬, 위험한 사랑을 시작한다.



줄거리는 '사랑과 전쟁' 같은 한 편의 이야기

이렇게 줄거리만 놓고 보면 딱 그림이 떠오른다. 그렇다. 바로 K 방송국에서 매주 금요일 밤마다 10여 년 가까이 방영되었던 그 유명한 '사랑과 전쟁'의 부부클리닉을 보는 듯 하다. 아니, 보는 듯이 아니라 그 '사랑과 전쟁'의 한 사례를 스크린으로 옮겨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여기 소재는 벌써 감히 오듯이 소위 바람 피는 이야기 즉 '불륜'에 관한 것이다. 그래도 불륜에는 종류도 각양각색인지라 여기서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 본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팀장으로 이쪽 계통에서는 나름 열실히 달려온 지흔(추자연), 그녀는 성격이 소위 괄괄해서 가식없는 싱글녀다. 더군다나 술 특히 '맥주녀'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매번 맥주를 즐기는 그녀의 주량은 꽤 세다. 아무튼 그녀가 직장내에서 일이 안 풀리자 후배와 가진 술자리에서 사소한 싸움 끝에 지나가는 깡패의 뒷통수를 소주병으로 내리쳐 사고를 친다. 그리고 친구 경린(한수연)의 도움으로 풀려나 이젠 직장도 잃고 집도 절도 없이 경린 집에 칩거하게 된다.

이때부터 외과의사 명원(정찬)과 경린 이 두 부부와 같이 살게 된 지흔, 물론 여기 남편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지만 한 집에서 사니 서먹할 수밖에 없다. 신세를 지는 입장이기에.. 어찌됐든 그렇게 그 아파트에서 같이 지내게 되고, 잘나가는 외과의사를 둔 젊고 예쁜 미시족 경린은 삶이 무료한지라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실내에서 즐기는 '암벽타기' 레포츠를 한다. 그리고 그 암벽타기 강사인 젊은 남자 동수(김흥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어느 날 남편이 이 동수를 데리로 집에 온다. 바로 자신이 다니는 병원 후배로 이 친구는 그 병원 방사선과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대를 받고 다음날 아침 카풀을 하는 찰나 동수가 경린에게 어제 응대에 고마웠다며 선물을 건넨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물론 집에 들어와 혼자 뜯어보니 형형색색의 브레지어 몇 개와 동수의 핸드폰 번호가 적힌 쪽지가 있었다.

순간 깜놀하는 경린, 이래서는 안되는 마음에 어찌할 줄 모르는데 그 젊은 동수로부터 문자가 온다. 브레지어는 어떠냐, 실제로 보고 싶다면서 경린을 괴롭힌다. 이에 경린은 동수를 찾아가 '어디서 이런 개수작이냐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른다. 하지만 여자의 힘으로 남자를 이길 수는 없는 법, 도리어 이런 반응을 즐기듯 동수는 그녀를 버럭 안고 급키스를 하며 둘은 그렇게 라커룸 비스름한 곳에서 격정적인 정사를 갖는다. 우아한 미시족이자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 것 같은 경린은 그렇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남편에게 그렇게 불평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 20대 후반의 젊은 혈기에 몸과 마음을 허락하고 만 것이다. 이때부터 이들의 은밀한 연애질이 시작이다. 남편 명원은 이런 불륜도 모른 채, 하지만 지흔은 담배사러 갔다가 우연히 둘이 차에서 격정적인 키스 현장을 보게 되면서 이 둘의 사이를 알게 된다.



지흔은 오래된 친구로서 경린에게 '그러면 돼냐.. 남편이 알면 어쩔려고 그러냐, 난 모르겠다. 너 조심해라'로 우선 넘어가 준다. 그러면서 이 셋이 있는 풍경은 예전과는 다르게 서먹하게 흐른다. 그런데 역시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남편 명원이 눈치를 채고 부인의 불륜 현장을 급습해 소위 이 두 연놈을 잡아죽일듯 처치하려다 그 자신이 도리어 무력함에 빠져 집에 온다. 그리고 지흔을 바라보며 '왜 알고 있었으면서 말을 안해 주었냐'며 다그친다. 이에 지흔도 '나만 없어주면 되겠네'하며 돌아서는 찰나, 명원이 지흔에게 급키스를 날리고 둘은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게 된다. 마치 명원은 부인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분풀이?로 지흔을 상대로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다. 그런데 지흔도 절대 싫어하는 내색이 아니다. 그동안 함께 살면서 나름 이 남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상황은 주객이 전도돼 명원의 처 경린은 집을 나가서 동수랑 살게 되고, 지흔은 이 집의 안주인이 돼 명원의 아침상도 차리는 등 나름 부부 행세를 한다. 그러면서 지흔은 그 집에서 소설 쓰기에 몰두한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지속되고 전개될 것인가, 정말 소위 자신의 짝이 체인지된 이 상황에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아니면 파국을 맞이할 것인가.. 영화 종반에서 모든 것이 나오지만, 보통 '불륜'이란 그림 뒤에 나오는 결과를 생각한다면 뻔한 결말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뻔한 결말 대신에 다른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내용만 보면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불륜'스런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남편의 후배 동료랑 놀아난 우아하면서도 그녀 안에 색기로 충만한 미시족 경린, 그런 경린을 사랑하며 잘나가던 외과의사 명원, 그 명원을 계속 지켜보며 맥주 한잔을 자주 마시며 가까워지면서 급키스도 하고, 동전 넣고 치는 야구를 함께 하며 가깝게 지낸 친구의 남편과 결국 폭발해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 지흔, 그 집에 언처살며서 소설 쓰기에 여념이 없는 동안 그녀도 나름 실속?을 차린 셈이다. 물론 경린이 젊은 혈기의 남자 동주와 불륜에 빠지고, 남편이 그것을 안 이후에 관계를 가졌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여기 네 남녀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듯 서로의 성적 욕망을 분출하고 만 것이다. 그것이 어떤 파국을 몰고 올지 그것은 나중에 일이고, 그 순간을 탐닉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들의 비밀스런 성적 욕망들, 참을 수 없다면..

그리고 이런 불륜은 바로 극 중 여주인공 '지흔'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게 된다. 즉, 지흔은 친구 경린의 불륜을 알면서도 경린의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나중에 이 불륜을 알게 된 명원을 도리어 위로는 못할 망정 '나만 빠지면 모두 행복해진다'는 견지하에 순간 지흔은 명원과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었다.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차치하고, 그녀도 그 순간 감정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방사선과에 일하는 동수라는 젊은 남자도 경린과의 사랑을 지속하기 보다는 어떤 '엔조이'로서 접근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렇게 이들 넷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성적 욕망의 판타지로 변모되면서 아주 근원적이면서도 원초적으로 서로의 몸을 탐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그림들이 기실 낯설지가 않다는 것이다. 왜 저 여자가 저 젊은 남자와 소위 '놀아나야 했는지' 이해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것은 바로 성적 욕구의 표출인 셈이고, 그 동수라는 남자도 그런 여자에게 성적 충동을 느꼈기에 둘은 몇 번의 탐닉에 빠진 것이다. 또한 친구 집에서 상주한 지흔도 친구 남편과의 오랜 동거동안 그 남자가 그런 위기에 처했을 때 보듬어주는 성적 탐닉으로 둘은 빠져든 것이다. 즉, 갑자기 성적 욕구의 탐닉이 아닌 물 흐르듯 남녀가 함께 있다보면 빠져드는 그 원초적인 성적인 자극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처럼 '참을 수 없는' 그 성적 욕망, 특히 여자들이 30대 이후에 남자들보다 더욱더 활발해진다는 '섹스 라이프' 보고가 있듯이, 이 영화는 그 참을 수 없는 성적인 욕망의 불륜을 담담하게 또 공감가게 그려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수많은 연인들이 사귀고 헤어지듯 또 결혼 커플들이 '불륜' 때문에 수없이 이혼을 하듯, 여기 영화는 그런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서 자극적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며 다소 수위가 높은 듯 아닌 듯 시크한 그녀들의 '시크릿 로맨스'가 아니었나 싶다. 즉, 남자가 봐도 공감이 가는 30대 활화산 같은 여자들의 성적 욕망, 절대 낯선 풍경이 아닌 것이다. 

성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문제인 것이지, 성(性)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쾌락이자 오락인 셈이다. 단지 일부일처제가 공고화된 현대사회에서 이 쾌락의 상대가 바뀌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만서도, 제목을 빌어 참을 수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의 지배속에 그 지배에 움직이는 몸의 쾌락은 별도인 것이다. 그래서 강호는 이들 아니, 그녀들의 위험스런 '불륜'에 심히 공감하며 박수를 보낸다. '선탐닉 후수습'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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