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 Detective Dee and the Mystery of the Phantom Fla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적인걸'은 추리활극을 표방한 오락영화다.

먼저, 이 영화는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급에서도 '추리활극'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표방한 역사물이다. 그래서 기존에 특히나 중국 역사를 고양시킨다는 이른바 '중화주의'를 표방한 영화로 평가받은 <공자-춘추전국시대>나 <뮬란:전사의 귀환>과는 차별화를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도 그런 유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호가 봤을때는 그것은 인지된 역사적 기록으로서 측천무후가 690년 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로 옹립하는 과정의 배경일뿐.. 그것을 고취시키기 위한 의도보다는 전개되는 내용의 한 부분일 뿐이다. 대신에 영화는 무척이나 현란하고 볼거리가 많다. 다만 CG가 많이 들어가 보여서 그렇지, 분명 눈이 즐거운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동방불패>, <천녀유혼>, <영웅본색>, <첩혈쌍웅>등의 제작과 <황비홍>의 신화를 만들어낸 '아시아의 스필버그'로 불린다는 '서극' 감독이 <칠검>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으며 감독은 물론 제작까지 도맡아 제대로 연출한 무협액션 영화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제 6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을 한 작품으로 해외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배우 이제는 50살의 미중년이 되버린 '유덕화'가 주인공 '적인걸' 역을 맡아 눈길을 끌며 그의 이름값 하나만으로도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극중에서 그는 당나라 시대 아니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수사관으로 부활하며 활약했으니 영화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서기 690년 당나라, 고종 승하 이후 대륙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를 노리는 측천무후 (유가령 분). 화려한 즉위식을 앞둔 어느 날, 그녀의 심복들이 차례로 불에 타 죽는 의문의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하늘의 분노라며 백성들의 공포가 커져가자 황실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측천무후는 최후의 수단으로, 누명을 쓴 채 변방으로 좌천당한 천재적인 수사관 ‘적인걸’의 환궁을 명한다. 적인걸에게 빼앗았던 휘장을 되돌려주며 자신의 호위를 부탁하는 측천무후. 불타버린 시신의 재만으로 수사에 착수한 적인걸은 심층적인 과학수사를 통해 대신들의 죽음이 ‘황린’이란 성분에 의해 인체가 자연발화 되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 사건이 단순 범행이 아닌, 황실을 노린 누군가의 음모임을 감지하는데...



측천무후 즉위식을 앞둔 연쇄살인 미스터리

이렇게 영화는 당 고종 사후 측천무후의 섭정 8년이 지나고, 여황제로 등극하는 순간에 벌어지는 모종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 우선은 눈이 즐겁다. 사실 역사적 기록에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현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방불케하는 엄청난 규모의 측천무후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위 그림처럼 말이다. 물론 CG지만 그렇게 티가 많이 나지도 않는데, 이것은 무후의 즉위식에 맞춰 완성 예정인 거대 불상 '통천부도'로 그 규모가 장대하다. 중국인들의 통이 큰 스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이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진두지휘 하던 두 대신이 뚜렷한 외부 발화의 원인 없이 신체가 타버려 죽고 만다. 소위 '인체자연발화'로 일컫어지는 이 살인사건 앞에 조정은 발칵 뒤집힌다.

이에 측천무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때 자신의 섭정을 반대해 옥고를 치르게 변방으로 내쫓았던 천재 수사관 '적인걸'(유덕화)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적인걸은 측천무후의 최측근인 상관정아(이빙빙)와 범죄수사관인 배동래(등초)와 함께 살인사건의 배후세력을 밝혀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역사극이 아닌 추리활극적 요소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다. 서극식의 무협액션이 현란하게 펼쳐지는데, 특히 상관정아역을 맡은 이빙빙의 채찍 무술은 또 다른 매력으로 눈에 뛴다. 그리고 배순검으로 불리는 창백한 페이스의 빨간 눈동자를 가진 등초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모습은 무협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여기 적인걸도 한 가닥 무협액션 하는 인물이다.

결국 세 명은 같이 활약하는 동안에 '인체자연발화'의 원인이 '황린'(인燐과 동일한 고체로 발화점이 낮아 물속에 보존하는 맹독성 물질)이라는 독성분 때문이란걸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 독을 가진 맹독류 '적염금귀'를 찾으러 어느 지하 귀도시에 들어가면서 영화는 좀더 액션너블하게 보여준다. 판타지 무협을 보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적인걸을 죽이려는 배후세력이 계속 상존하는 가운데 적인걸 본인의 목숨을 물론 가까운 사람까지 잃게 되고, 믿었던 사람의 또 다른 정체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절정을 향해 달린다. 과연 인체가 아무 이유없이 자연발화된 정체는 무엇이며,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마지막에 모든 것이 밝혀진다. 추리물이 다 그러하듯이 말이다.




서극표 무협액션을 제대로 보여준 '적인걸'

이렇게 영화는 측천무후 즉위식을 앞두고 벌어지는 중국황실을 발칵 뒤흔든 연쇄살인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다. 그것은 어디 신비한 과학물에서나 나올 법한 '인체자연발화'라는 소재로 눈길을 끌며 그 사건를 해결하는 인물이자 실제로 무후시절 재상까지 지녔던 적인걸을 천재수사관으로 둔갑시켜 그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적인걸은 숱한 사건을 해결한 명판관으로도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모티브를 따와 그렸으니 크게 어폐가 있는 것은 아닐지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서극 영화 스타일답게 무협액션을 표방하듯이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액션이 현란해 눈이 즐겁다. 축지법은 물론이요, 날아다니며 칼과 검을 자유자재로 쓰는 그런 그림들로 넘쳐난다. 전혀 어색하지도 않거니와 무협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보기 좋은 서비스인 셈이다.

그것은 기본 추리극이라는 뼈대위에 무협액션이라는 살을 덧붙여 완성시키고 있다. 그것은 한정된 공간과 어우러지는 호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무협액션신은 무술감독 홍금보의 손에서 그려졌다는 점이다. 적인걸이 측천무후의 부름을 받기 전 맹인인 척 상소문 소각로에서 함께 일하던 맹인 파트너와 수십 명의 적을 상대하는 장면과 지하 귀도시에서 빨간 옷의 기이한 요괴와 액션씬, 거대 불상인 통천부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적인걸과 일대 다수의 대결 장면등은 똑똑하고 재치있게 합을 짜는 홍금보의 진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들이다. 물론 이외에도 액션씬은 많다. 그리고 마지막 '통천부도'가 무너질때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소위 CG티가 난다고 해도 그렇게 어색하진 않다. 영화적 상상이 빛을 발하는 순간으로 본다면 눈은 즐겁다 할 수 있다.

이렇듯 매번 언급하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눈이 즐거운 무협액션 추리활극이다. 물론 실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하고 또 그것을 그리며 말하고 있다. 측천무후가 어떤 인물이며 그녀가 후에 어떻게 중국을 지배했는지 마지막에 언급도 한다. 실제 적인걸의 직언을 듣고 아들 '이현'(중종)에게 이씨 왕조를 권력승계한 일화가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것 때문에 중화주의에 물든 중국역사 고취용이라고 이 영화를 매도?한다면 강호는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한 역사적 사실인 것이고, 그것을 표출한 작은 메시지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것에 거부감이 인다면 중국 역사물은 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파란색 측천무후 역의 유가령, 옆은 상관정아 역의 이빙빙..
9월 5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국제 영화제 시사회에서 무대인사

'적인걸'외 극중 캐릭터들 모두 잘 어울렸다.

아무튼 오랜만에 재미나게 눈을 못 뛸 정도로 중국 무협액션물을 본 느낌이다. 그런 그림에다 추리라는 요소까지 있어 누가 죽였고, 배후 세력은 누굴까라는 의문점을 끝까지 유지하며 생각케 만든 영화였다. 물론 추리물이 그렇듯 적은 바로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이런 추리활극치곤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극중에서 건진 뉴페이스가 하나 있다면 물론 측천무후역을 한 '유가령' 이 아줌씨도 진중하니 극에 너무 잘 어울렸지만..

특히 실제 역사에서도 그렇고 측천무후가 딸처럼 총애했다는 시녀? 상관정아역의 이빙빙.. 순간 양자경삘이 났지만 더 예뻐보이면서 그녀의 여린 몸에서 펼치는 무협액션이 눈에 각인됐다. 그 채찍을 휘두는 모습은 예전에 임청하를 보든 듯 했으니 위 사진에서 보듯 눈매가 닮아 보이기도 한다. 그외 배순검역의 '등청'이라는 배우의 비주얼도 새롭고, 물론 주인공 덕화옹은 연기력은 물론 배역에도 잘 녹아들었다. 다만 이제는 좀 노쇠한게 역력해 보여 액션 할 때 좀 힘에 부친 느낌이다. 또한 적인걸의 친구역의 '양가휘'까지..

아무튼, 제목처럼 이 영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은 오락적 재미가 충만한 역사극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눈이 즐거운 흥미 만점의 활극이다. 물론 인체자연발화의 소재인 '황린'등 스토리적 요소도 탄탄하다. 다만 전개에 있어 임팩트가 없이 밋밋하게 흐른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중국 무협액션을 좋아하거나 이런 유에 익숙한 분들에게 이 영화는 서극표의 또 다른 액션을 즐기에 꽤 괜찮은 영화라는 점이다. 즉, 중화주의를 표방한다해도 비주얼한 영화적 재미로 커버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인 것이다. 그래서 강호는 이 영화를 감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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