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강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개봉관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안다. 왜냐? 독립영화니까.. 그런데 우리 시골 동네에는 어제(30일) 개봉을 해서 아침 댓바람부터 보고 왔다. 그것도 큰 극장안에서 아무도 없이 강호 혼자서 두 다리 쭉펴고 봤다. 더군다나 장르가 '스릴러'였기에 다소 긴장하면서 말이다.ㅎ 하지만 스릴러다운 요소는 많이 떨어져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 순간 깜놀한게 한두 번 있긴 했지만서도.. 그렇다. 이 영화는 스타급 주연배우도 아니요, 잘 나가는 감독이 합작한 충무로의 웰메이드급 영화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뮤지컬계에서 나름 잘 나가는 배우들 신상록, 김다현 투톱을 써 독립영화를 표방한 만큼 영화 자체는 무대극?을 보듯 사실 심플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시대극을 다루고 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부터 90년대 초 학생운동등, 2000년대까지 무려 10여 년의 세월을 벅차게도 스크린에 담아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실제로 일어났던 1980년대 시골 마을 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 1990년대 기지촌 여성의 살인사건 등 큰 사건 두개의 모티브를 차용하고, 그 사건에 얽힌 두 남자 주인공이 내외면적으로 고통에 빠지며 무너져가는 모습을 중점으로 그린 영화 <살인의 강>이다.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순수한 소녀 명희를 짝사랑했던 두 소년 승호(김다현)와 동식(신성록)은 명희를 두고 비밀스런 내기를 한다. 그러나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그날 이후 명희는 처참하게 능욕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놀랍게도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동식의 형 경식이었다. 동식은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이후 친형제와도 같았던 승호와 동식의 우정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명희가 죽은 후 6년, 노동운동을 하다가 교도소에 수감된 승호는 그곳에서 거짓말처럼 동식의 형 경식과 재회한다.

승호는 경식이 명희가 죽던 그날에 대한 진실을 들려줄 것이라 믿었지만 경식은 돌연 독약을 마시고 자살해 버린다. 다시 만난 승호와 동식, 동식은 명희에 이어 자신의 친형의 죽음까지 승호와 연관되어 있음에 승호에게 왠지 모를 증오심을 느끼게 되고, 명희가 죽던 그 순간부터 승호와 자신의 운명이 마치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 저주와도 같은 운명의 그림자는 동식의 누나 진희에게 이미 드리우고 있었다. 과연 14년 전 그날 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 소녀와 두 소년의 사랑

이렇게 영화는 어느 한 소녀를 짝사랑하게 된 두 소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시대 배경은 1980년대 중반으로 그들은 중학생이다. 도심이 아닌 한가로운 어느 농촌 마을에서 그들은 둘도 없는 막역지우다. 그런데, 어느날 그들이 짝사랑했던 '명희'라는 소녀가 갈대밭에서 처참하게 능욕당해 시체로 발견된다. 곧바로 학교 체육관에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학교 학생들을 대거 잡아와 체육관에서 취조를 한다. 바로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똑같은 길이의 음모를 찾겠노라 거시기 털을 뽑아내는등 어찌보면 희극적인? 폭력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런 그림은 마치 송강호 주연의 대히트작 <살인의 추억>을 분명 오마쥬한 느낌이다. 향숙이를 대하듯 말이다. 여기 학생들이 그렇게 대놓고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살인의 추억'이 좀더 리얼한 영화적 그림이라면 '살인의 강'은 좀더 현실적인 느낌으로 그들을 대한다. 벽면에 전장군의 액자를 걸어놓은채 말이다. ㅎ 이렇게 중학생 시절 자신들이 좋아했던 여자 아이가 죽으면서 이 둘의 우정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금새 범인은 동식의 형 경식으로 밝혀져?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88년 고교생 시절에 둘이 룸싸롱에 가서 대차게 술 퍼 마시고, 1992년 대학생 시절 노동 운동하다가 승호는 감옥에 가 그곳에 경식이 형을 만나지만 경식은 트라우마에 지내온 세월앞에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승호는 출소한뒤 90년대 후반 사회 초년병 시절 승호는 신입 검사가 된다. 그럼, 친구 동식은 뭐하고 지냈을까..

그는 잘생기고 공부잘하며 착한 승호와는 완전 딴판으로 원양어선을 타며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등 불만 가득한 사회 반항아로 허송세월한다. 자신의 형이 살인자로 감방에 가 죽었고, 자신의 누이마저 기지촌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군에게 죽게 되면서 이 모든 불행과 울분을 친구 승호에게 결국 쏟아 붓는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들이 소싯적 좋았던 소녀의 죽음을 떠올리며 그들은 운명의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과연 누가 운명을 강을 건넜을까 아니면 건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들이 소싯적 사랑했던 소녀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영화적 결말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다. 반전을 기대한 만큼 실망도 적잖이 안긴 셈이다. 아니.. 소녀를 죽인 범인도 못 밝힌 채 말이다.



시대극이지만 시대를 모두 담긴 힘들다

이렇게 영화는 전체적인 구도 특히 영화 초중반은 1980년대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목가적인 농가 풍경이라든지 전원의 모습은 잘 살렸지만 처참히 죽은 소녀를 둘러싼 사건 해결의 그림은 분명 '살인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하지만 범인을 잡는데 주력한 느낌보다는 이 두 남자에 초점에 맞추다보니 그들이 지내온 삶과 인생을 이후에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 소녀의 죽음은 뒤로 한 채.. 그리고 중간중간에 그 상처로 아파하며 트라우마에 갇힌 두 남자의 모습을 간간히 보여준다. 그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듯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연속성을 억지로 만들어낸 짜임새가 조금은 엉성하고 이야기의 흡인력 또한 부족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어떤 임팩트한 대사가 없이 무대에서 대사치듯 다음 장면이 나오는 식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모든 것이 독립영화의 분위기라면 할말이 없지만서도 대중적인 영화로 다가서기에는 한계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느낌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편견을 배제한 채 본다면 때로는 관조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두 주인공의 고통스런 내면을 그려내는 힘의 강도는 꽤 강렬한 편이다. 특히 영화 초중반 1980년대를 묘사한 부분은 시대극답게 잘 표출이 된 것 같다. 이후 90년대, 2000년대는 조금은 엉성한 느낌이지만서도..

그래서 100여분 안에 이 모든 시대를 담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대에 벌어진 참혹한 살인사건의 실체까지 조합해야 하니 힘이 부친것도 사실이다. 결국 장르는 분명 '스릴러'였지만.. 초중반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한 마이너한 느낌에서 중반이후 마지막까지는 다른 구도로 가며 영화의 초반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한 느낌이다. 그래도 강호는 볼만했다. 혼자서 봐서 그럴지도 모른다. 누가 같이 볼지 모른다는 기시감? 때문일지도.. 아무튼, 한 소녀를 짝사랑했던 두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얼개이자 플롯이다. 그리고 그 소녀의 죽음이 가져온 두 남자의 트라우마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보여주는게 이 영화의 핵심인 것이다. 그것이 승호가 됐든 동식이 됐든 말이다.

그리고 그 둘은 루비콘의 강을 아니, 살인의 강을 두고 서 있다.
건너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빠져 죽든지.. 결국 선택은 그들의 몫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