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라이프 - After Life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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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햄릿의 그 유명한 독백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같은 문제 제기가 보는내내 단박에 느껴지는 영화 <애프터 라이프>.. 아니 사느냐 죽느냐 본인 주체의 결정권을 떠나서 "살아있느냐 죽어있으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귀결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까지 살고자 했던 한 사람과 그 살고자 했던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한 사람, 이 두 사람이 영안실에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잔잔하게 때로는 시종일관 고혹적인 분위기속에서 인생에 대해서 토킹 어바웃을 즐긴 미스터리 스릴러영화 <애프러 라이프>.. 사실, 포스터 홍보문구 "<식스센스>후 10년만에 다시 찾아온 전율의 미스터리"라는데 혹해서 주말에 봤다.

물론 이런 유의 미스터리류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또 개인적으로 손꼽는 중후한 매력의 소유자이자 미중년 배우 '리암 니슨' 주연이라서 더욱더 끌렸다. 여튼, 영화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해보면은 아니 이 영화의 소재인 '신드롬'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신드롬'들이 참 많다. 신드롬(syndrome, 증후군) 어떤 전염병같이 번져가는 사회적 현상을 말하기 이전에, 이 말의 본뜻은 공통성 있는 일련의 병적 징후를 나타내는 용어로 증세로서는 일관되나 어떤 특정한 병명을 붙이기에는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현상을 신드롬이라 명명한다.

바로 이 영화가 그런 신드롬중 하나인 '라자루스 신드롬'을 다룬 영화다. 그 신드롬의 정의는 이렇다. 라자루스 신드롬(lazarus syndrome)이란, 심장 박동이 멈추고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죽은 나사로(Lazarus)의 부활'을 따서 그런 이름이 붙었으며, 매년 해외 토픽이나 뉴스를 통해 이 현상을 체험했다는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의학계와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라자루스 신드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이 미스터리한 현상의 원인은 아직까지 불명하다고 한다. 그렇다. 바로 '라자루스 신드롬' 즉, 죽었다고 믿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 '라자루스 신드롬'을 다룬 미스터리 의학스릴러가 <애프터 라이프>다.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교통사고 후 눈을 뜬 애나(크리스티나 리치)는 자신이 시체실에 누워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 장의사 엘리엇(리암 니슨)은 단지 무덤에 묻히기 전 3일 간 영혼이 떠도는 것일 뿐이라며 이제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고 한다. 한편 애나의 약혼자 폴(저스틴 롱)은 죽은 애나의 시신을 보기 위해 찾아가지만, 엘리엇의 강한 반대로 결국 그녀를 보지 못한다. 비밀스런 장의사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는 가운데, 애나를 목격했다는 아이가 나타나고 폴도 그녀에게서 걸려온 듯한 전화를 받는 등 주변에서 점점 미스터리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그녀는 정말 죽은 걸까?

이렇게 교통사고로 죽은 여자 주인공과 그 여자를 무덤에 묻기전 3일간 염을 하는 동안 깨어난 여자와 아주 자연스럽게 놀라지도 않고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며 그 여자의 인생을 반추케 만드는 구조의 영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의문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아니 죽었다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면 순간 숨이 멈춰서 깨는 경우도 있기에 그 여자를 살려야 하거늘.. 여기서 장의사 엘리엇은 계속 "너는 죽은거란다. 무서워 하지 말고.. 내가 하는대로 따라주기 바란다."모드로 여자를 진정시켜려 노력한다. 물론, 죽은 여자 애나도 이런 얼척없는 상황에서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 당신과 대화할 수 있느냐"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장의사 엘리엇은 예의 이런 시체와의 대화에는 도가 튼 것처럼 "당신들은 죽음을 항상 내 탓으로 돌린다"며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 것이고, 정말로 그녀가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그렇게 시체와 대화가 익숙한 그의 숨겨진 진짜 의도는 무엇인지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어찌보면 죽은자가 다시 산 것인지.. 산 자가 정말 죽은 것인지.. 꿈속처럼 몽환적 분위기속에서 오묘하고도 기이한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쏠라닥질을 해대는 영화가 바로 <애프터 라이프>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이 갇힌 영안실이라는 공간에 애나의 애인였던 남친은 여친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 장소에 몇 번을 찾아 나선다. 마치 죽은 그녀가 자신을 부른듯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며 그녀를 어떻게든 볼려고 무던히도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세 사람을 옆에서 관조적으로 목도하는 한 꼬마 아이까지..

이렇게 이 영화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다분히 아니 충만된 영화다. 물론 죽은자가 간혹 살아난다는 소설같은 해외토픽감 가십거리가 있긴 했지만서도 그런 현상을 '라자루스 신드롬'이라 명징하며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사망선고후 그 죽은 영혼이 떠도는 3일간의 체험을 한정된 공간인 차고 차딘 영안실 공간에서 시체와 장의사의 대화라는 독특한 플롯으로 이목을 끈 영화 <애프터 라이프>.. 그러다보니 이것은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꺼야.. 저 여자는 정말 죽었거나 살아있는 경우고, 만약 정말 살아있다면 죽음으로 인도한 저 장의사는 사이코패스가 맞을꺼야등.. 기대를 갖게 하지만 무언가 임팩트한 마지막 반전이 없는게 아쉬운 느낌이다. 대신에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무언가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를 자극하는 묘한 느낌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래서 스토리 전개중 상당부분 영안실에서 둘의 대화는 인생을 논하는 드라마적 분위기로 흘러 스릴러로서의 맛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아직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모르는 인간들에게 연기자나 연출자가 그 대척점에서 쏠라닥질을 해댄 어찌보면 당차고 위험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누구나 한번쯤 겪을 아니 겪는 순간 인생을 마무리하게 되는 죽음.. 그 죽음의 무한 경계에서도 마지막까지 살고자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는 가녀린 인간들.. 그 인간들에게 여기 장의사는 모호하면서도 기이한 메시지를 던질것은 아닐까.. 그가 종국에 사이코패스든 아니든 말이다. 

아무튼 영화 홍보처럼 <식스센스>급의 대단한 반전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 번쯤 우리네 인생을 뒤돌아보며..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서 묵시록적 화두를 던진 영화 <애프터 라이프>.. 제목 그래도 '인생의 후(後)' 즉, 저승길로 떠나는 정처없는 죽음으로 종결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은 누구나 살고 싶은 것이다. 여기 그들처럼, 비록 사는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바로 살아 숨쉬지만, 삶의 가치를 이미 잃어버린 이들에게 던진 경고의 메시지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끊임없는 쏠라닥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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