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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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쿠다 히데오, 오기와라 히로시, 노자와 히사시등 유명한 일본작가의 소설들을 나름 즐겨 읽다보니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팬이 된 것 같다. 특히 그의 작품중에 블랙유머 소설 시리즈 세 권 <독소>, <괴소>, <흑소>는 사회적 블랙풍자의 백미였고, 인간의 이유없는 악의적 본성을 일깨운 <악의>, 그리고 이번에 작가 스스로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라며 감히 호언장담한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물론, 일본에서는 10여 년전 문예지 『소설보석』에 98년부터 연재돼 문제가 되어 연재 후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금되어 단행본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그만큼 이 작은 문제작이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문제작이었던 것일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사실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서도.. 여튼, 국내에는 바로 신작으로 소개되면서 국내 주요 도서 사이트마다 일본소설 분야에서 상위에 랭크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앞 표지의 순백색의 그로테스크한 '아이'(eye) 즉 눈의 모습과 "잊지마,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 문구로 단박에 이목을 끈 환상의 걸작 미스터리 호러소설 <다잉 아이>.. 물론, 게이고의 기본 습성?답게 추리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이런 추리의 기본 얼개에 미스터리적 요소가 다분히 많게 전면을 휘감은 것이 이번 작 <다잉 아이>다. 더군다나 미스터리적 요소에 을씨년스럽고 무언가 신비적인 호러 그리고 관능적인 색정을 과감히 노출하며 읽는 독자들, 특히 남자들의 숫컷 본능적인 성욕을 자극한 지극히 못된? 미스터리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여자들에게는 이런 색정이 불편할 수 있지만 마치 질퍽한 애정영화를 보듯 그 묘사는 인간의 상상을 자극시키며 사건 해결을 미궁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과연 '죽은 눈' 또는 '죽어있는 눈'이라 해석되는 그 이야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이야기속으로 잠시 빠져보자.

어느 한 여자가 있다. 평범하게 살던 유부녀 '기시나카 미나에', 그 날도 밤에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비오는 날 밤.. 그는 뒤에서 갑자기 들이받은 차로 인해 죽고 만다. 그런데, 그녀는 그 차로 인해 짓뭉개지고 피범벅에 내장이 파열되며 서서히 죽어간 것이다. 마지막 삶의 끈을 놓지 못한채 서서히 식어가며 속으로 외친다. "죽고 싶지 않아.. 용서 못해, 내 육체는 없어져도, 이 원한을 끝까지.." 이렇게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죽은 한 여자의 이야기로 서막을 여니.. 여기 '미나에'가 바로 이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남자 주인공은 소위 물장사로 자신의 장미빛 인생을 개척할려는 현직 잘 나가는 바텐더인 '아메무라 신스케'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신스케가 일을 마치고 새벽 2시 문을 닫는 순간 그는 머리에 강하게 둔기를 맞고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다.

그리고, 그는 일부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물론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진 뒤 그는 형사로부터 뜻밖의 애기를 듣게 된다. 즉, 자신이 과거에 교통사고를 일으켜 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사고에 대한 정황도 기억도 없다. 그러면서 그 읽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서 탐정으로 분연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 전에 근무했던 술집 사장과 동료 바텐터를 찾아다니며 나름의 수사를 한다. 왜 내가 이렇게 당해야만 하는가.. 내가 정확히 잃어버린 그 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러는 와중에 동거녀인 '나루미'가 흔적없이 사라지고,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신비스런 여자 '루리코'가 찾아온다. 그러면서 신스케는 예의 알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며 그 둘은 육체의 탐닉으로 이어진다. 그 수위가 꽤 높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수 차례에 걸쳐 그 둘은 육체를 동물처럼 탐닉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주인공 신스케는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를 무서워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도대체 나의 기억을 앗아가 버린 아니 내가 일으켰던 교통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노력이 계속된다. 결국, 희미하게 서서히 찾아드는 사건의 전모, 그 교통사고에는 자신이 혼자만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는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된다.미스터리류라 감히 자세히 또 결말과 연관이 있기에 밝히지 못한다. 그 사건의 전모는 분명 예의 알 수 없는 매력녀 '루리코'와 관련이 되어 있다.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며 신스케는 그녀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또 신스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진실은 어디인지.. 이 모든 것이 그 날의 교통사고 현장에 있다는 것만을 밝힌다.



물론 이것은 다 읽었을때 알게되는 내용이고, 읽는 내내 이런 전반적인 사건의 전모를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작품 <다잉 아이>는 그런 특징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읽어 내려 갈수록 빠져드는 사건의 실체와 시종일관 미스터리적 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기를 연신 내뿜듯 표출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사는 삶이 아닌 소위 물장사를 하는 그들의 세계, 그 밤의 세계를 현실감있게 또는 의뭉스럽게 현장을 좇듯 묘사했다. 그래서 이런 다소 특이한 소재거리를 가지고 정교하게 구성하고 복선을 깔며 치밀한 각 캐릭터간의 심리묘사로 긴장감을 조성해 읽은 이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한게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바로 여자 주인공이자 교통사고로 죽은 유부녀와 그를 몹시 사랑한 남편의 애절한 마네킹 사랑, 그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주인공이지만 때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과, 그 주인공을 둘러싼 동거녀, 동료 바텐더, 형사, 전직 술집 사장, 그리고 알 수없는 매력적인 색정녀까지.. 이렇게 각 캐릭터간 인간 군상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나중에는 다소 의외의 결말로 치닫게 하는 매우 드라마틱한 구성적 요소를 선보이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분명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미스터리 소설과는 궤를 달리한 느낌이다.

그것을 다시한번 요약적으로 압축한다면..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죽은 어느 한 여자와 폭행 사고로 기억의 일부(교통사고 현장)가 날아간 한 남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과 그 사건을 무던히도 파헤치려는 주인공, 그러면서 차츰 드러나는 주변 인물들의 음모와 배신, 결국에는 이 등장 인물들이 파멸해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간의 원한과 슬픔, 어두운 욕망(색정포함)등 내면에 깊게 깔린 소용돌이치는 인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한 편의 드라마 아니 스릴러 영화를 보듯이 그 저변에 흐르는 긴장과 호러 그리고 관능까지도 절묘하게 믹싱시켜 그려낸 것이다.

이렇게 호평만 하다보니 그렇다면 단점은 없는 것일까..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인기작답게 단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아주 잘 빠진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것은 간단히 줄이면 자신이 교통사고의 진범이지만 또 다른 진범이 있지 않을까 하게 만드는 플롯의 힘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이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기에.. 여튼, 오랜만에 기본적인 미스터리 추리소설만을 접하다가 우리네 있을법한 교통사고에 얽힌 이야기속에서 인간의 모든 욕망을 보듯이 세트로 안겨준 절묘한 레시피같은 작품 <다잉 아이>.. 그 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관능과 호러의 미스터리 이야기속으로 빠져보자. 이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제목에 있다. 바로 사람 눈속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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