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도 내공은 여전하다. 그런데, 역시나 드라마와 영화든 아니면 이렇게 책이든 시리즈물을 접할때 우리는 보통 전작이 나름 흥행에 성공하면 후편은 못하다는 일종의 선입관 내지는 그런 마음을 갖는게 사실이고 또 그런 선입관이 대체로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번 '파라다이스 2'는 '파라다이스 1'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두 작품이 시기적으로 차이가 나서 발행된 것은 아니지만 총 17개의 단편 이야기들 구성과 배치를 그렇게 한 것인지 몰라도.. 분명 2편은 1편에서 나 스스로 '베르나르식 아방가르드 조각들'이라는 자평에 못미친 느낌이다. 하지만 2편은 1편보다 그런 상상의 아우라가 부족할지는 몰라도 1편과는 무언가 다른 차이점이 있다.

즉, 1편은 지구의 멸망과 관련된 환경 문제등 먼 미래의 신(新) 인류적 가치에 대한 고찰등이 담겨있다면.. 2편은 물론 1편처럼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추억', '있을 법한 미래'로 소재적 이목을 계속 끌면서.. 그런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와 그 사회속의 인간의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느낌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였는지 9개 단편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먼저, 『맞춤 낙원』- 어느 한 친구에게 자신의 처지와 얽힌 신세의 상황을 전하는 나.. 그가 생각한 낙원은 무엇이었을까.. 말하는 이의 관점에 따라 틀릴지도 모른다.『남을 망치는 참새』- 여기 젊은 두 연인이 있다. 그런데, 여자는 자주 졸도하는 증상인 '경련질'을 앓는 참새처럼 여리고 가녀린 여자다. 그러면서 그들 사이에 틈이 생기며 여자는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사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 의사의 숨겨진 폭력성에 전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자꾸 끌어들인다. 전 애인이었던 이 남자 인생은 그러면서 꼬여드는데.. 아마도 베르나르의 실제 연애담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ㅎ

『농담이 태어나는 곳』- 사실 2편에서 제일 재밌고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느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트리스캉'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사람들을 즐겁고 웃기게 만드는 농담이 도대체 무엇이고 누가 만들었으며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근원을 찾기 위해서 홀로 여정을 떠난다. 바로 유머에 대한 발원지인 전파된 경로를 역추적하는데.. 결국, 진원지를 찾아낸 그곳은 일종의 '유머 수련원'으로 혹독하게 사람들이 유머를 훈련받고 경쟁해서 생과사를 결정짓는 곳이다. 과연, 그 속에서 주인공 남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생존과 함께 이곳에서 우리는 인류사에 얽힌 유머의 역사와 진정한 유머학을 만날 수 있다.

『대지의 이빨』- 어느 풋풋한 남자 대학생이 조사차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서 '마냥개미'떼를 촬영한 수난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베르나르의 실제 모험담일지도 모른다.『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어느 유명한 극작가가 자신의 쓴 드라마 시나리오가 보기좋게 퇴짜를 맞는다. 이유는 이른바 '흥행 공식'에서 어긋난다면서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현실 세상이 보여주는 각종 광고성 선전문구와 홍보가 내비치는 어투들 '마음에 들어할 거라는..' 일종의 심적 강요에 대해서 불편해 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유 의지에 대해서 쓴 시나리오가 인기를 얻는데.. 그의 이름은 그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 '로댕'과 비슷한 '로뱅'이었다. ㅎ

『상표전쟁』- 현시대의 산업이 만들어낸 각종 상표의 홍보속에서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무엇과 무엇을 입고 먹고 쓰며 우리는 생활한다라고..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지금 우리네 삶을 휘감고 있는 각종 유명한 대기업 상표들 콜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애플, 디즈니, 삼성까지.. 심지어 가까운 미래는 국가와 정부가 아닌 대기업 상표가 세상을 지배하며 코카와 펩시가 유혈전쟁을 벌이고, 디즈니는 그들만의 '디즈니 시티'를 만들고, 애플은 '아이-로켓'을 만들어 화성을 점령하는등.. 각종 상표들이 지배하는 미래상을 이야기하며 조롱한듯 하지만.. 어찌보면 가장 현실성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ㅎ

『허수아비 전략』- 아파트 공동 소유주 회의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그 속에서 '다운증후군' 학교가 들어선다는 소식속에 펼쳐지는 여러가지 찬반의 의견들.. 결국, 6인의 반대파를 누르고 찬성으로 특수 학교가 들어오게 됐지만.. 찬성한 이들은 진정 스스로 자유롭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을까.. 여기서 '대중 조작의 네가지 법칙'이 나오면서 그 여론 추렴의 과정을 설명한다. 그 네가지중 마지막이 '허수아비 전략'으로서 다른 반대쪽을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쓰이는 집단이나 역할을 맡은 이들을 허수아비라 칭하며 우리는 이런 위치에 무의식적으로 서게 된다는 것이다. 6.2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법칙이다.

『안티-속담』- 보통 우리는 인류사가 전해주는 속담속에 맞춰서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속담도 틀리거나 어느 순간 안 맞는다고 느낄때가 있다. 과연, 진실을 말하는 속담은 있는 것일까.. 아주 짧은 속담 강의다.『아틀란티스의 사랑』- 어느 젊은 남자가 최면술사가 펴낸 최면에 빠져 안드로메다식 여행을 하고 온 이야기다. 마치 TV에서 많이 봐온 장면처럼 어느 최면술사에 빠진 한 사람이 무엇이 보이며 주절주절 떠드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 젊은 남자는 아주 오래전 과거의 먼대륙이라는 '아틸란티스'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한 여자와 러브까지 하게 됐으니.. 진정한 파라다이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ㅎ 

이렇게 파라디이스 2편은 내용의 소개를 보듯이 1편과는 틀리게 먼 미래의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세에 대한 고찰과 비유가 담겨있는 이야기들로 포진되어 있다. 그것은 때로는 작가의 연애담과 모험담이 담겨져 있을 정도로 아주 현실적이다. 물론, '상표전쟁'처럼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도 있지만.. 2편의 주제는 1편과는 다르게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과 비유가 담겨있는 베르나르식 상상의 조각들이다.

하지만 1편의 '아방가르드 상상의 조각들'에 비해서는 못하지만 충분히 여기에 단편 조각들도 우리네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는 의미를 내포하며 또 그렇게 표출이 잘 되었다. 하지만 현실의 비유등은 많이 봐온 그림들로서 '상상의 아우라'로 가기에 부족해 보인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이미 유명한 작가가 주는 포스의 전제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제목 '파라다이스'답게 베르나르가 제공한 과거와 상상 속 여행은 재미난 시간이었음에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썼다는 아우라만으로 충분했고 이렇게 2편도 찾아서 읽게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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