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의 딸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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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의 그림에서 나오는 여자가 눈에 띈다. 마차위에서 아래로 응시하는 저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게 무언가 기품을 내세운 듯한 도도한 표정과 모습.. 바로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이자 ’러시아 근대문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마지막 대표 소설 <대위의 딸>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마리야 이바노브나’ 애칭으로는 ’마샤’로 불리는 그녀가 아닐까 읽기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다 읽고나서 마샤의 모습은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사진 속 모습처럼 도도하지 않았으며 다만 착하고,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그런 순정적인 여자였다. 그리고 겁도 꽤 많은 여자.. 바로 이런 대위의 딸인 그녀와 사랑에 빠진 한 젊은 귀족 장교와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단순한 연애가 아닌 그들 앞에 역사가 관류하며 그들 사랑을 아프게 했으니 바로 푸시킨의 역사소설 대표작 <대위의 딸>이다.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여기 한 남자가 곧바로 나온다. 남자의 풀 네임은 ’안드레이 페트로비치 그리뇨프’로 중령으로 예편한 퇴역 군인 출신이다. 당연 기강이 몸에 밴 사나이다. 이런 남자에게 아들이 하나 있으니 바로 ’표트르 안드레이치 그리뇨프(이하 그리뇨프, 책에서는 안드레이치)’다. 아직 10대 후반의 풋풋한 소년이지만 당시 러시아 군 제도로 그는 간부 장교로 군에 몸을 담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강하기 키우기 위해서 ’벨로고르스크 요새’로 보내고 만다. 그리뇨프는 이런 사정도 모른채 자신의 늙은 몸종 사벨리치와 길을 떠난다. 그런데, 이 몸종 참 말이 많다.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을 어찌나 아끼는지 매사 간섭이다. 그것도 위급존망에 상황에서도 말이다.ㅎ

암튼, 그런 그들의 여정은 매서운 눈보라속 날씨등 녹녹치 않아 험난하기만 했고 그런 과정에서 길 안내인을 자청한 한 농부를 만나면서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 농부가 바로 그 유명한 러시아 농민 반란은 이끈 ’예멜리얀 푸가초프(이하 푸가초프)’였다. 이미 작위적인 복선의 암초를 제공한 셈이다. 당시 푸가초프는 위험을 무릅쓰고 유배지에서 도망자 신세였는데.. 암튼, 요새에 도착한 그리뇨프와 사벨리치 그런데 의외로 요새가 안돈하고 조용하다. 그곳 사령관이자 마음씨 좋은 ’이반 쿠즈미치’를 만나 잘 적응해 가는중에 쿠즈미치의 딸 마샤를 본 것이다. 바로 그리뇨프는 뽕가고 만다. 너무도 순수해 보이는 자태와 여린 몸짓.. 전장터에서 저런 백조가 있었다니 한방에 훅 간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그녀에 대한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선배 장교 시바브린이 그에게 접근하며 둘은 친구가 되는데.. 하지만 이 시바브린은 주인공 그리뇨프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간사하고, 이기적인 그런 놈으로 끝까지 그리뇨프를 괴롭히게 된다. 마샤를 차지하기 위해서 결투까지 하면서 말이다. 암튼, 이 조용하던 요새에 농민 반란을 이끌며 표트르 3세를 참칭한 ’푸가초프’가 드디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결국, 요새는 함락되고 사령관 휘하 부하들은 모두 처형당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살아남는다. 물론 대위의 딸도 마찬가지다. 바로 자신이 이 요새로 오기전 길 안내의 보답으로 건네준 토끼털 외투와 포도주 한잔이 그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이때부터 푸가초프와 그리뇨프는 함께 대화를 나누며 내 세력으로 들어와라.. 그래도 난 여제(예카테리나 2세)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군인이다등.. 둘은 상충되지만 때로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 결국, 푸가초프는 엣지있게 그리뇨프를 풀어주며 다음에 전장에서 만나자고 호기를 부린다. 결국, 풀려난 그리뇨프는 다른 요새 오렌부르크로 가서 지원 요청을 했지만 움직이질 않았고.. 벨로고르스크 요새에 남겨두고 온 마샤가 걱정이 돼서 몸둘바를 모른다. 그래서 다시 푸가초프를 찾아가 남자답게 애원하며 시바브린의 마수에서 그녀를 빼오게 되는데.. 즉, 푸가초프에게 베푼 아량이 또 한 몫한 셈이다.

이로써 다시 만나게 된 그리뇨프와 마샤.. 하지만 아직도 푸가초프의 반란은 계속되는 가운데 마샤를 자신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그리뇨프는 다른 전장에서 합세해서 싸우게 된다. 그런 전투 과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언급이 안되었지만 1774년 푸가초프가 반란이 진압되며 그는 잡히게 된다. 이로써 러시아 전역을 휘몰았던 반란은 끝이 났지만 여기 두 남녀의 사랑은 끝이 나지 않는다.

바로 반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리뇨프가 푸가초프와 함께한 사실이 발각되며 그는 반역으로 몰려 처형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가슴졸이는 대목이다. 과연 우리의 주인공 그리뇨프는 처형을 모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전장터에서 자신을 구하며 끝까지 사랑을 지켜내겠다 약속한 약혼남 그리뇨프를 마샤는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인가.. 바로 마지막 장에서 그녀의 활약이 펼쳐지니 후에 읽은 분들을 위해서 남겨두겠다.ㅎ

이렇게 본 작품은 한때 러시아를 휘몰았던 농민 반란 ’푸가초프의 반란’을 소재로 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젊은 귀족 장교와 요새를 지키던 사령관의 딸 그 둘의 사랑을 이야기한 역사소설이다. 실제로 푸시킨은 기존의 시(詩) 창작에서 산문에도 눈을 돌리던 시점에 러시아 역사를 직접 공부하고 답사하며 순수역사물 ’푸가초프사’를 쓰기도 했다. 그런 푸가초프의 반란 과정에 실제로 젊은 귀족 장교가 함께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그의 예술적 창작을 켣들이며 탄생시킨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정통 역사 소설로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끝까지 지키고자 애썼던 한 평범한 귀족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며 대위의 딸과의 로맨스와 그들의 가족사가 작품 전면에 부각시키며.. 역사소설의 진중함을 때로는 비웃기라도 하듯 곳곳이 동화적이면서 목가적인 분위기속에 때로는 해학적인 묘사와 언행들과 함께 유쾌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것은 당시 푸시킨도 19세기초 러시아의 가혹한 시대를 겪어야 했고 또 실제 겪으며 때로는 변절자로 러시아 정부의 감시와 검열속에서 그는 이렇게 아이러니컬한 작품을 쓴게 아닐까 싶다.

사실 지금이야 많이 봐온 사랑의 이야기들.. 특히나 전쟁과 전투를 통해서 인류 역사가 바뀌는 그 순간에도 인간은 사랑에 대한 끈을 놓치 못했다. 그 끈은 바로 인간애에 대한 휴머니즘의 발호요 투영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 한켠에 자리잡은 편린들이다. 여기 푸시킨도 <대위의 딸>을 통해서 어찌보면 자신의 유년과 청년시절의 격은 상황들의 투영이었고 그런 모습들을 ’푸가초프의 반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관통시키며 이른바 선남선녀의 사랑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낸 것이다. 즉, 그 둘의 모습을 보면 어떤 가식도 없이 말이다.

이렇게 시인의 예술적 역량으로 ’러시아 시문학의 태양’이라 불리우며 탄생시킨 마지막 유작 소설 <대위의 딸>은 소위 역사 소설이 갖는 거대하고 어떤 사건의 의미를 좇아야 하는 의무감 대신 개개인의 아주 평범하면서도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거짓없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나 역사라는 가면속에 감춰진 진실된 삶의 모습과 그들속에 핀 사랑들.. 그래서 후세에 지금까지도 전장에서 핀 사랑의 이야기들은 푸시킨이 남긴 <대위의 딸>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바로 고전이 주는 매력이자 계속 읽히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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