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펭귄클래식 19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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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부터가 확 끌리는 작품이다. 저 그림속의 여인이 바로 이 작품의 여자 주인공 ’지나이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련되고 우아하고 매력적인 자태에 새침떼기 같은 행동과 어투 때로는 도발적이기도 한 그런 여인.. 만약 이런 여인을 눈앞에서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다 큰 성인이 아닌 성인과 소년의 경계에 선 갓 청년기에 접어든 질풍노도의 시기의 16세(우리나이로 18세) 소년이 이런 그녀를 보게된다면 그것은 충격파로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그런 소년의 폭풍우같이 몰아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있으니 바로 잊혀진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첫사랑’이다. 우선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이야기의 서막은 어느 세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을 이야기 해보자는 제의에 마지막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라는 중년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며 젊은 날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여기 어느 부족하지도 충족하지도 않은 한 가족이 주말 교외 농장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 특히 부부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는 소원했고 아들은 두 부모에게 말을 잘 듣는 그런 착한 아들이었다. 특히 이런 아들눈에 비친 아버지는 언제나 침착하고 우아한 모습의 카리스마로 그가 꿈꿔온 이상적 남성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가족에게 어느날 이웃으로 몰락한 자세킨 공작 부인과 그녀의 딸 ’지나이다’가 옆집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그 공작부인은 소위 교양 머리 하나없이 잡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그녀의 딸은 다르다. 현대식으로 보면 엣지있고 세련됐으며 때로는 우아한 백치미까지 그녀는 한마디로 여신이다. 그래서 그녀를 추종하는 다섯 남자가 그녀 주위를 항상 둘러싸 돌보기도 하고 같이 게임도 하며 놀아주는등 마치 여왕을 모시는 몸종 신하들 같다. 여기 주인공 열여섯 소년 ’볼로댜’가 이런 그녀를 봤으니 그는 그때부터 가열찬 카오스적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자신보다 네살 많은 그녀에게 말이다.

그러나 ’지나이다’는 그 소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게만 보는것도 있지만 그녀는 갓 청년기에 들어선 소년 볼로댜를 때로는 유혹도 하면서 갖고 놀기도 하고 나중에는 ’시동’으로까지 부리는듯 그녀만의 아름답고 오만한 매력의 발산은 계속 이어진다. 위의 추종자들과 함께 말이다. 이런 그림들은 소년의 눈을 통해서 섬세한 심리 묘사적 문체로 전달되고 그런 분위기는 마치 터질것만 같은 소년의 감정선으로 표출이 곳곳이 되었다. 이렇게 한 소년이 한 여인을 통해서 첫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간단한 서사적 구조다. 

하지만 그 첫사랑의 그림속에 추종자들이 때로는 적이 되거나 동지로 돌변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아버지가 그의 적이자 동지로 나온다. 그렇다. 바로 여주인공 ’지나이다’는 소년의 아버지와 밀회를 나눈 것이다. 그것을 목도한 소년에게는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온 첫사랑의 셀렘과 열정 이렇게 고통으로 다가온 가슴앓이는 자신이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바라본 아버지를 통해서 투영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은 마치 92년작 영화 <데미지>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극중 아들의 연인 ’줄리엣 비노쉬’와 격하게 사랑하는 씬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물론 그것과 여기의 설정은 다르지만 느낌은 많이 닮았다. 그래서 고전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본 작품은 보통 우리가 첫사랑에 갖고 있는 일종의 환상적 그림들 깨끗하고, 신선하고 순수함의 결정체 뿐만 아니라 성인의 사랑으로 대비되는 질투와 욕망, 소유욕과 이기심등 고통과 쾌락이 함께하는 유희적 사랑이자 정염으로도 그려냈다.

그런 첫사랑의 모습은 소년이 극복해 나가는 지적이고 이성적인 성숙 과정으로 그려내며 그 과정에는 소년의 아버지를 동참시켰다. 즉, 소년의 아버지는 바로 자기의 분신이자 남성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의 알싸한 추억들은 봄날 따스한 아침의 뇌우처럼 임팩트 강하게 남았으니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 자신의 어린시절 전기적 트라우마가 자리잡으며 표출되었고, 그것은 그만의 자유분방한 산문적 필체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등을 통해서 미학적으로 잘 그려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의 고전이 된 작품이었다. 

그래서, 첫사랑 추억의 편린을 끄집어 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추하는 바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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