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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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런 유의 팩션 소설을 만나는 감흥은 기대되고 좋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가장 기본인 공식으로 외우고 지금도 까먹지 않고 있는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은 빗변 길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이른바 '피타고라스 정리'.. 그런데, 그가 정립한 이 대단한 수학 공식이자 이론이 사실 그가 만든 공식이 아니었다?는 도발적 전제로 유혹한 책..

더군다나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에 1억원 고료까지 받은 책.. 그래서, 나같이 일천한 수학적 사고와 이과 계통의 문외한에게도 과연, 그 숨은 진실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설날 연휴동안 단박에 읽게 된 '천년의 침묵'..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도시 국가 크로톤. 그 곳에 수의 제국을 세운 현자 피타고르스가 학파를 이루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아니 그는 바로 神적인 존재였다. 수 많은 제자들도 그를 알현할 수 없었으며 청강자 생활을 수년을 거치고 시험을 통해 제자로 들어가 또 몇년을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 최고의 학파였다. 이런 피타고라스의 학파의 수제자이자 주인공인 디오도로스가 어느날 바닷가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의 동생 아리스톤이 형의 죽음을 파헤쳐간다. 그러면서 또 다른 현자의 수제자 히파소스를 만나며 의기투합해서 현자의 학파를 둘러싼 음모와 진실을 밝혀나가는 전형적인 추리적 팩션 구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현자의 수제자중 카리톤은 옆에서 방해하거나 돕는 세력이 있으니 바로 크로톤의 참주이자 귀족 권력가인 킬론과 그의 아들 팜필로스. 그리고, 팜필로스가 건드린 하녀인 코레와 그의 오빠이자 시민단체의 니논, 이런 시민단체의 수장이자 권익을 대변하는 인물 니코스. 그는 아리스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어른신이다. 또 현자의 아내이자 여제자들의 스승인 테아노 그리고 그의 딸 다모와 아들 텔라우게스와 빼놓을 수 없는 밑바닥 생활의 지존 청부살인업자 테론까지 이렇게 갖가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특히 테아노는 현자와 원치 않은 결혼에 가슴 아파하고 유부녀지만 디오도로스와 히파소스 사이에 에로스적 사랑에 갈등하고, 현자는 부인 테아노 이외에 동생애적 연인 에우니케와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독특함도 선보인다. ㅎ 암튼, 이런 부수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큰 줄거리는 역시 디오도로스의 동생 아리스톤이 형의 죽음을 조사하는 위해서 현자의 학파에 입문하고,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스파이 활동을 통해서 히파소스와 개구멍을 드나들며 진리의 아버지인 현자의 숨은 이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현자가 밝혀낸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바로 천년전 이미 바빌로니아 시대에 현자가 우연찮게 여행하는 과정에서 얻게된 두개의 흙 서판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즉, 바빌로니아에서 밝혀진 진리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는 과정속에서 수제자 디오도로스가  이런 내막을 알게되고 현자에게 이론 수정발표를 제시하자 그는 스승에 대한 불경죄등으로 청부 살인을 당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막은 다시 수제자 히파소스와 아리스톤이 알게되고 또한 히파소스는 그속에서 순환되지 않는 무한소수 '무리수'를 발견하며 현자는 놀라움과 함께 앙앙불락하며 그와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이렇게 지식이 권력과 결탁했을때의 부패상과 진리에 대한 현자의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다.

즉, 자신에게 그 이론을 넘기고 너는 나의 부인 테아노를 가져라식. 이런 과정속에 오래 지속된 피타고라스 학파의 기세와 억압이 시민들에게 봉기를 일으키게하고 그 중심에 참주 키론이 선동질을 부추기며 새로운 학파의 교체를 꿈꾸게 되는데.. 과연, 현자는 이런 반란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스승에게 자신이 발견한 '무리수'의 이론을 넘긴 히파소스는 오매불망 사랑했던 여자 테라노와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을까.. 또 형의 죽음을 파헤쳐 알게된 주인공 아리스톤은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

이렇게, 본 팩션 소설은 역사속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을 재창조해 그 속에서 '피타고라스 학파'가 이루어낸 엄청난 성과물에 메스를 가하며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파헤진 작품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피타고라스 정리'는 당시로부터 천 년전에 이미 발견된 이론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자 피타고라스는 자신은 신적인 존재로 아니 신이 되고자 했던 그 열망과 욕망속에 갖히며 그 침묵이 깨지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천 년이상 지속되온 '피타고라스 정리'가 그의 업적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의 수제자 히파소스가 발견한 무리수 존재까지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일천한 수학적 사고를 가진자도 피타고라스가 이룬 학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맛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만족하며, 그것은 그가 만든 수의 제국, 그 비밀의 수를 둘러싼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또 다른 재미를 충분히 준 팩션이었다. 특히,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크로톤에서 펼쳐진 피타고라스 학파의 풍경과 폴리스 사이의 정치 구도의 생생한 묘사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감흥은 배가 되는 것이고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이런 거대한 업적속에 숨겨진 이면을 잘 파헤쳤다. 그것은 바로 실제 수학을 지도해보고 수학사를 다룬 경험을 토대로 '수학적 정보'의 제시와 역사적, 문학적 감각으로 승화시켰으니.. 어떻게보면 참 지적인 팩션 소설의 경지를 보여준 작품이자 잘 써내려간 감각적 팩션이라 본다. 그래서 피타고라스의 숨은 이면과 진면목을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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