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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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가 낳은 천재적 젊은 작가였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자국 출신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널리 알려진 밀란 쿤데라도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으니.. 그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그로테스크(Grotesque, 괴기하고 극도로 부자연스런 현상이나 양식과 행태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중 장편의 대표적인 소설 <성(城)>,<소송>을 제외하고 여러편의 단편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변신>이다.

그래서 단편답게 페이지는 100여페이지 밖에 안돼서 금방 읽히기에 지장이 없다. 또한 이 작품은 국내에 번역서가 많이 나왔고.. 그중에서 나는 '변신'이라는 주제에 맞게 그로테스크적인 삽화가 중간중간에 삽인된 문학동네 완역판으로 읽게됐다. 나의 상상력에 플러스된 느낌을 갖기 위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선택은 아주 대만족이었다. ㅎ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출장 영업사원 '그레고르' 라는 젊은 청년이 어느덧 아침에 일어나보니 자신이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흡사 바퀴벌레를 연상케하는데 한마디로 얼굴만 사람이고 그외의 모습은 등껍질, 더듬이, 수많은 가는 다리등.. 즉, 벌레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 자신도 놀라고 가족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아버지 '잠자'와 여동생 '그레테'는 오빠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무진장 애를 쓴다. 하지만 어머니는 거의 기절상태로 차마 아들을 대하지 못한다. 즉, 이렇게 벌레 인간으로 변한 아들을 둘러싼 가족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그런데, 이 그림이 마치 우리 영화 '조용한 가족'과 외화 '아담스 패밀리'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즉, 가족들이 좀 심상치 않다. 물론, 이들 가족은 '그레고르'가 열심히 성실하게 가정 경제를 책임지던 순간까지는 극히 평범하고 나름 단란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벌레로 변신하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아버지는 수수방관적 모습에서 사과를 무차별 던지는 폭력성을 띄며 아들을 사지로 내몬다. 특히 여동생은 그런 오빠를 도우려 하다가 나중에는 매몰차게 오빠를 버리려 하는 극단적 이중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엄마만이 차마 아들을 대하지 못한채 남편과 딸에게 의존하는 객체적 힘없는 존재다.

이런 가족들에게는 처음에는 하녀가 있었는데 가세가 기울자 그 하녀가 나가고 늙은 할멈 가정부가 들어오면서 어찌보면 그 할멈이 벌레 인간으로 변한 '그레고르'의 유일한 소통이 된다. 그 할멈은 그를 '말똥구리'라 부른다.ㅎ 또한 나중에는 세를 벌려고 세 남자를 하숙인으로 들이면서 이 가정은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데.. 과연, 벌레인간으로 변한 우리의 '그레고르'는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대로 벌레도 죽을 것인가? 결과는 마지막에 있다.

이렇게, 카프카가 그려낸 '변신'이라는 작품은 어찌보면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즉, 그의 실제 생활과 이력을 조금만 살펴보면 가부장적이고 일벌레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한마디로 기를 못피고 어린 동생들이 병과 전쟁통으로 죽어나가고 자신의 꿈마저 버리고 법학을 선택해야 했던 갈등을 겪으며 아버지와 불화속에서 지낸 유년기.. 즉, 자신의 자전적 테마가 아주 깊게 깔린 소설이다. 즉, 벌레로 변하기 전에는 그나마 자신이 중심이 된 것이지만 벌레로 변하고 나서는 그는 바로 소외되고 몰화된 인간으로 치부된 것이다.

하지만 살기 위한 사투는 벌레나 인간이나 똑같은 법이다. 그것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충돌속에서 어찌보면 벌레는 일종의 해방적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하고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이해되는 탈현실의 긍정적 의미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순간 세상과의 소통불능, 가족들의 몰이해, 변신의 고착화 등으로 인해서 인간의 육체적 실존에 대한 의식의 소멸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즉, 우리네 현대인들의 실존적 위기를 주제로 한 일종의 현대적 우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실존의적 주제를 벌레의 형상을 빌려서 우화적으로 묘사한 프란츠 카프카의 역량에 박수를 보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그가 젊은 천재 작가가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카프카적(Kafkaesque, 인간의 부조리, 무의미, 허무, 냉소, 악몽) 신조어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세계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장편작이자 '고독의 삼부작'이라 불리는 <성(城)>, <소송>을 읽고 싶어지는 이유중 하나다.

물론, 이 <변신>이라는 작품도 카프카적 그로테스크한 고전으로 감히 추천하는 바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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