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손오공의 좌충우돌 도술쇼..

전우치 - Jeon Woochi
영화

꽃미남계의 좌장격이자 많은 여심을 후벼판 엣지남 강동원이 악동 도사로 분연하며 우리식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한 영화 <전우치>.. 제임스 카메론의 대형 블록버스터 '아바타'에도 아랑곳없이 맞장뜬 우리 영화 '전우치'는 홍길동에 익숙한 우리내 고전 영웅에 그는 어떤 기대치를 주었길래.. 한산한 우리 동네 시골 극장임에도 성탄절에 모처럼 꽉차는 기염을 토하며.. 다들 오손도손 가족, 연인과 함께 본 영화.. 특이한 소재답게 지상에서 공중쇼를 보여주며 솔찮은 웃음등을 제공한 우리식 액션 판타지인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 전대미문의 영웅, 천방지축 악동 도사가 온다!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되는데..

요괴 잡는 도사도 어느덧 전설이 된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이제는 신부, 중, 점쟁이로 제각각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다시 모여 화담을 찾지만, 500년 전 수행을 이유로 잠적한 그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심 끝에 신선들은 박물관 전시품이 된 그림족자를 찾아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 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마지 못해 요괴 사냥에 나선 전우치. 그러나 전우치는 요괴사냥은 뒷전인 채 달라진 세상구경에 바쁘고, 한 술 더 떠 과거 첫눈에 반한 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서인경(임수정)을 만나 사랑놀음까지 시작한다. 전우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신선들 앞에 때마침 화담이 나타나지만, 화담은 만파식적의 행방을 두고 전우치와 대적하는데...

먼저, 영화의 서막은 암울한 천상에서 요괴들이 왜 내려왔는지 상황전달이 있고 악동 도사 전우치가 임금을 골탕먹이며 도술로 진중한 국악을 난타로 변모시켜 들려주며 유쾌하게 서막을 연다. 그러면서 "도사란 무엇이냐?" 며 화두를 던진다. ㅎ .. 이렇게 그가 만들어낸 줄거리는 위처럼 장황하지만 스토리는 의외로 간단한다. 즉, 고삐풀린 망아치처럼 요괴들이 지상에 내려와 활개를 치고 그를 잡아들이는 도사들과 신선들의 활약상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에서 이런 내용때문에 비쥬얼을 담당할 CG는 기본이 되는데.. 사실 요괴들이라지만.. 거대한 쥐와 토끼 괴물로 나오는 딱 2개의 남녀 요괴가 다다. 하지만 이들의 그림은 실사에 못미친 CG스런 아쉬움이 남지만 볼거리는 나름 해주었다. 그런 가운데 여기에는 '만파식적'이라는 전설의 피리가 있으니 피리가 둘로 쪼개지는 웃지못할 상황에서 피리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 

암튼, 이런 요괴를 잡는 김윤석이 분연한 도사계의 거물 서화담과 망나니 악동도사 전우치, 그리고 이런 요괴와 전우치를 잡아야 하는 또 다른 신선 3명(송영창,주진모,김상호) .. 특히 신선 3명은 조연이지만 극에 중요한 개그코드로 시종일관 안습의 상황을 드러내며 웃음을 준다. 예를 들면 위급상황에서 휴대폰으로 주문을 외울때 난 뿜었다. ㅋ 

그리고, 전우치를 지근에서 따라다니는 친구역의 유해진이 열연한 초랭이 역은 극의 감초를 넘어선 웃음을 계속 날려준다. 특히 '개새끼'로 불려지고 개만도 못한 넘으로 치부되온 그는.. 현시대에 와서도 맥주를 개처럼 핥아먹는 모습부터 역시 유해진스럽다는 생각이다.ㅋ

이렇게 조선시대와 현대시대를 오간 그림은 대비감을 주는데.. 현시대에서 봉인된 그림 족자에서 풀려나 요괴를 잡아야 하는 전우치와 그를 좇는 도사계의 실력파 화담 도사(김윤식).. 특히 김윤석이 전작 '추격자'나 '거북이 달린다'에서 고삐풀린 형사의 이미지에서 이번에는 어깨에 힘좀 들어간 악당 도사로 열연했는데.. 나름 그 모습이 꽤 어울려 보인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한복을 입으며 요괴를 잡으러 다니는 모습속에 외친 한마디의 포스는 아직도 생생하다. 중저음로 외친 그 한마디 "저 말고 요괴를 잡아달라는 자가 또 있었습니까?" ㅎ

결국 영화의 그림은 중반이후 후반으로 달리면서 전우치와 화담도사의 대결로 귀결된다. 하지만 악동 도사 전우치는 그 대결로 가기전 그의 원래 끼를 발산하며 여자와 러브에 빠진다. '뭐하다 사랑하고'식의 그넘의 러브도 여기서도 나왔으니 그 상대역으로 임수정이 열연했는데.. 나름 둘의 모습은 키 차이가 나는 비쥬얼에도 꽤 어울려 보인다. 이렇게 러브에 빠지는 사이 화담 도사는 전우치를 잡으려 드는데.. 이때 초랭이의 활약이 있었으니 그는 진정 '개'만도 못한 넘으로 낙인이 찍히고 만다.

과연, 전우치와 화담 도사의 맞붙은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화담 도사는 진정 도사였을까? 아니면 전우치가 진정 도사였을까? 이래저래 궁금한 마지막 결말은 역시나 남겨둔다. 이렇게 영화 <전우치>는 우리의 고전소설을 모티브로 홍길동에서 한켠에 물러나 있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히어로를 우리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 전우치의 모습은 마치 중국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을 보는듯 하다.

페이스만 원숭이가 아닐뿐 잘 생긴 얼굴에 도술을 부리며.. 하늘을 날고, 축지법을 쓰고, 분신술로 자신의 모습을 여러 만드는등 역할은 손오공 못지 않다. 그리고 그 손오공의 단짝 사오정은 마치 유해진이 분연한 초랭이와 일맥상통한 느낌이다. 삼장법사는 천관대사(백윤식)이고.. 암튼, 이 영화는 의적 홍길동의 아성을 깨뜨리려는 우리식 슈퍼히어로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악동 도사의 대부격 손오공을 모티브로 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우치는 조정의 탐관오리와 벼슬아치를 까는 일갈을 날리며 우리 고전이 주는 메세지를 어느정도 담아내려는 흔적을 보였고, 이런 천방지축 악동 도사 전우치는 시종일관 고뇌가 아닌 유쾌한 모습으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했다. 물론 그 활약속에 안습상황을 계속 연발한 신선 3명과, 전우치 친구 초랭이의 '개'같은 역할, 인간에서 악당으로 변해가는 모습으로 열연한 김윤석의 서화담 도사, 전우치의 여인으로 등장한 김수정과 자뻑에 자폭한 극중 영화배우 염정아등.. 이 영화는 조연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이런 조연들의 활약속에..

사실, 이 영화는 어떤 영화라고 딱 귀결짓기가 애매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 판타지 장르로 도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소재에 무슨 큰 의미 부여가 있겠는가.. 그냥 재밌게 봤으면 그만이고 그만큼 나름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런닝타임에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 부자연스런 느낌이지만 그래도 나름 선방한 영화라 자평한다. 물론, 전작 '범죄의 재구성', '타짜'로 성공한 최동훈 감독의 이번 작품은 그 둘과는 궤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기에 주목을 받았지만.. 천방지축 손오공같은 악동 도사 이야기에 무엇을 많이 담을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큰 기대치 없이 본 영화다.

말 그대로 악동 도사의 모습을 그냥 보고 즐기면 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라 감히 생각해 본다. 전우치가 자주 한 말처럼 말이다.
"어디 한번 놀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