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 대한민국 소비자 심리 탐사 보고서
최상학.Team RED PILL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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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경력의 광고 전문가 최상학은 광고의 진수가 소비자 심리 파악에 있다고 강조한다. 즉 뛰어난 광고쟁이는 그 누구보다 소비자 심리 파악의 대가라는 얘기다. 광고인은 소비자의 욕망과 감정을 파악하고 소비 행동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광고 제작은 기본적으로 시장조사가 바탕이고, 시장조사의 핵심은 소비자 조사, 즉 소비자 개인의 소비 행동과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지를 작성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다.

저자가 지도하는 광고홍보학과 학생팀, 일명 '팀 레드 필'은 심층 인터뷰 방식을 사용해 대한민국 소비자 행동의 비밀을 파헤친다. 탐구 사례는 껌, 스타벅스, 일본 불매운동, 아침햇살, 원소주, 올리브영, 포토부스, 음식배달서비스 등이다.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에 대한 탐구도 흥미로웠지만, 이젠 고객의 외면을 받아 찬밥신세가 된 '국민 간식' 껌과 아침햇살에 대한 탐사 보고서가 더욱 내 눈길을 잡아끈다. 일종의 반면교사랄까.

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글쎄다. 나는 요즘도 껌 좀 씹는다. 자일리톨 라임민트향을 씹곤 하는데, 내가 껌을 씹는 주된 이유는 저작이 주는 의외의 효과 때문이다. 껌 자체가 좋아서 씹는 것은 아니다. 저작(츄잉)과 뇌력 발달의 관련성을 따진다면 말그대로 츄잉껌만한 걸 따라갈 게 없다. 그런데 요즘 껌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돈다. 주위를 둘러봐도 정말 그런 것 같다. 남들 쇼핑 카트를 보더라도 껌통을 담는 이가 거의 없다. 특히 대학생을 비롯한 2030세대들에게 껌은 완전히 찬밥 신세다. 하지만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일주일에 서너 통의 껌은 기본이지 않나. 젤리가 껌을 밀어냈다고 하는데, 솔까말 젤리나 껌이나 모두 아이들이 제 용돈으로 사먹는 대표 메뉴다. 초등학교 아이들 입에서 '요즘 누가 껌을 씹어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상, 껌이 한물갔다는 건 다소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아이들에게 껌은 당근칼 같은 반짝 유행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개인적으로 껌의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껌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더 많아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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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님의 선(禪) 명상
영화 지음, 윤희조.박재은 옮김 / 운주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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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뇌는 소음통이다. 조정 안 된 라디오 주파수처럼 지지직거리기도 하고, 공사판의 둔탁한 소음처럼 시끄럽다. 명상 경력 삼십 년이 훌쩍 넘은 내 머리도 가끔가다 황사가 급습한 대기질이나 물안개처럼 흐리다. 코로나19의 끔찍한 후유증인 '브레인 포그' 때문이다. 코로나로 죽다 살아난 것치고는 그나마 가벼운 후유증이랄 수 있지만 집중력과 기억력엔 치명적이다. 그래서 명상처럼 뇌력 발달에 유익한 행위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그동안 명상을 다룬 책만 수레 가득 읽었다. 그럤더니 알겠더라, 명상도 유행을 탄다는 것을. 좌선에서 행선으로, 행선에서 일상선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요즘은 명상 자세에 유연하고 너그럽다. 토굴이나 선방에서 대나무같이 꽂꽂하게 결가부좌를 하고 날밤을 지새면서 좌선하는 것보다 그냥 안방에 편히 드러누워 십여 분간 만트라나 긍정확언을 하는 것이 요즘의 명상 트렌드랄까. 게다가 스트레스가 유난히 심한 사업가나 연예인들이 명상에 뛰어들면서 명상이 일종의 잘나가는 '반짝 아이템'처럼 되어버렸다. 리얼리티 쇼에 나오는 연예인의 소꼽장난같은 일일 명상을 보라. 하기사, 이런 게 다 명상의 대중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연예인들의 흔하디 흔한 '이미지 메이킹 도구'로 전락한 측면도 없진 않아 씁스레하다.

혹자는 명상을 만병통치약처럼 간주한다. 몸의 통증을 가시게 하고, 마음의 번민과 걱정을 단박에 사라지게 하고, 영혼의 탁함을 깨끗이 씻어주는 그런 만능의 치유도구 말이다. 물론 명상이 우리 심신에게 미치는 다양한 실익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명상이 현대적인 의료 서비스를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명상 경력이 대단한 고승들도 암이나 뇌졸중으로 병원 신세를 지곤 한다. 명상의 신비화는 곤란하다.

다시 명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베트남 출신으로 미국 대승불교를 이끌고 있는 영화 스님은 선 명상의 진정한 목적이 견성임을 다시금 강조하고, 전통적인 결가부좌의 자세를 중시한다. 또한 명상 수행에서 올바른 선지식의 도움과 지도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참고로 영화 스님은 선과 정토를 함께 수행하는 '선정쌍수'를 제창하며 정법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에는 청주 보산사와 분당 보라선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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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행 일본어 - 패턴 말하기 트레이닝 영상 + 실전 시뮬레이션 영상 + 여행 표현 사전 + 원어민 MP3 음원, 일본을 가장 완벽하게 여행하는 방법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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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서양인에게 '벚꽃'하면 한국보다 일본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아는 일본어는 딱 두 마디 뿐이었다. 바로 '사쿠라'와 '고코로'다. 일어를 배우지 않은 이 땅의 장삼이사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하지만 1930년대 중반, 일본 땅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벚꽃과 대포'라는 일본 문화의 민낯을 간파하고 만다. 대단하다. '국화와 칼'에 버금가는 문화인류학적 통찰력이다.

"일본은 강건하고 자제할 줄 알며 무서운 다중 나선형 용수철 같은 동양의 정신과, 기술이 발전한 유럽 문명의 물질을 다루는 능력을 통합하려고 한다. 일본의 전통적 기사인 사무라이는 기모노 위에 무거운 철제 무기로 무장했다. 일본은 원래의 기질을 지키려고 애쓴다. 그들의 본바탕은 부드럽고 강하며 감각적이고 무자비하다."

그리고 '사쿠라'와 '고코로'에 이어, 일본을 이해하는핵심 키워드로 '테러'(공포 혹은 전율)를 추가한다. 지금으로부터 90여년 전에 일본 기행에서 이런 소회를 남기다니 소름돋는 경지가 아닐 수 없다. '테러'라는 말에서, 나는 '지진', '방사능',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 등을 떠올렸다. 그래도 일본으로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이들이 주위에 수두룩하다. 일본 여행을 갈 생각이 있는데 일어를 전혀 배워보지 못한 분이라면 이 책을 권해본다. 바로 시원스쿨어학연구소에서 펴낸 《진짜 여행 일본어》다.

잘 알다시피, 여행의 본질은 소비 지출, 쉬운 말로 써재끼기다. 고로 여행 외국어의 기본은 언제나 숫자 읽기다. 날마다 써재끼는 액수를 알아들어야 하기에 숫자 읽기와 이해는 기본이다. 《진짜 여행 일본어》에서는 숫자 읽기부터 개수 세기, 인원수 세기, 매표 시 연령대 구분하기, 월 읽기, 요일 읽기, 층수 읽기, 시간 말하기, 전화번호 말하기를 필수 생존 일본어로 간주하고 여행 일본어의 왕기초를 빠르게 알려준다.


숙소, 식당, 마트, 관광지에서 여행객이 자주 쓰는 단어와 문장 패턴을 활용하고 있어 초행길의 자신감을 키워준다. 가령 '~와 도코니아리마스까'(~은/는 어디에 있나요)의 구문 패턴과 '환전소', '안내소', '화장실', '택시승강장'의 단어를 갖고 연습하는 식이다. 택시에서 매우 자주 쓰게 되는 '~마데 잇테 구다사이'나 '~마데 오네가이시마스'(~까지 가주세요)도 왕초보 울트라 필수 패턴이다. 난바역, 긴자역, 통천각, 금각사, 오사카역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모든 단어와 구문에 우리말 독음이 달려 있어 매우 편리하다. 또한 요미 선생님의 현지 영상 강의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다.



외국어를 잘 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자, 다음과 같이 식당과 카페에서 용감하게 현재 알고 있는 일본어를 적극 활용해보자. 웃고 마시고 먹으면서 쓸수록 느는 것이 외국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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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예술로 만드는 법 - 인생이 두근거리는 크리에이팅 수업
로버트 프리츠 지음, 신혜연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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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예술에서 쓰이는 창조 프로세스의 원리를 삶과 일상에 적용한다면 말이다.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예술가의 창조력에 대한 탐구를 해왔었다. 가령 은유적 사고, 디자인 씽킹, 편집력, 몰입, 브리콜라주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사색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유명 철학자의 예를 든다면,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것, 들뢰즈의 리좀적인 것, 데리다의 차연 같은 것이 창조적인 프로세스의 일면을 보여준 개념이라고 하겠다.

인생 컨설턴트 로버트 프리츠는 우리 인생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창작하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 저자는 먼저 삶의 기본 구조를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나눈다. 전진 패턴과 진동 패턴이다. 전진 패턴이 우리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플러스 에너지라면, 진동 패턴은 우리 삶을 정체시키고 하락하게 만드는 마이너스 에너지다. 예술로서의 삶은 진동 구조에서 벗어나 전진 구조로 나아가는 삶이다.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창조 과정, 자신만의 성장 프로세스를 창조해야 한다.

저자는 화가와 작가, 작곡가, 안무가, 영화 창작자들에게 배울 수 있는 창조 프로세스의 실제와 그 메커니즘, 지향성, 인간 정신 측면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는 '구조적 긴장'이다. 저자는 창조를 메커니즘, 지향성, 정신이라는 세 영역으로 나누고, 창조 과정의 가장 강력한 메커니즘을 구조적 긴장이라고 해석한다. 구조적 긴장은 예술가가 예술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원리다. 화가의 경우를 예로 들면, 화가 자신이 상상한 작품(비전)과 캔버스 위에 그려지고 있는 그림(현실)이라는 두 개의 분명한 기준을 두고 둘 사이의 차이 혹은 어긋남 혹은 구조적 긴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긴장은 압박감이나 불안감, 스트레스나 중압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구조 내의 한 요소가 동일 구조 내의 다른 요소와 '대비되고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45쪽)

구조적 긴장을 이용한 창조 과정은 몰입과 동시성의 우연 같은 초자연적인 경험이 일어난다. "기이한 우연의 일치, 마법처럼 행복한 세렌디피티, 특별한 일들이 갑자기 그 작업을 돕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어떤 창조 과정이든 전부 배움의 과정이라면서 '배움의 자세'를 기본적으로 강조한다.

"학습의 동기가 가장 강력할 때는 구조적 긴장이 그 촉발제일 때다. 학습의 목적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므로, 학습과정은 전략적인 실행 계획의 일환이다. 긴장은 역학을 설정함으로써 학습이 그 안에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도록 긴장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우리가 창조하고자 하는 결과를 달성한다는 일차 선택에 대한 이차 선택이다. 더 나아가 학습 목표를 정의하면서 구조적 긴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290, 291쪽)

창조의 메커니즘과 정신은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의 지인이자 캐나다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데이비드 베넬로의 경우처럼, 누구나 예술적 지향성과 미적 스타일을 일상에서 발휘하고 구현할 수 있다.

"그는 자신만의 매력적인 환경,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를 창조한다. 그의 세계에는 진정한 공동체 의식, 재미, 참여, 에너지, 낙천주의, 희망, 연결,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숨쉬는 활력과 같은 창조과정이 있다."(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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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의 나라 - 왜 우리는 분열하고 뒤섞이며 확장하는가
문소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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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론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의 혼종적 정체성을 다룬 인문교양서가 나왔다. X세대 출신의 문화 저널리스트 문소영은 한국을 '이상하고 아름다운 혼종의 나라'로 간주하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BTS로 대표할 수 있는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한국 문화 혁신의 원동력으로 혼종성 혹은 잡종성을 꼽는다. 혼종성은 탈식민주의 문화이론의 핵심 개념인데, 여기서 혼종적 정체성은 유동적이고 역동적이고 적응력이 강하며 새롭고 혁신적인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요상한 '짬뽕' 이미지다. 저자는 '돈, 손절과 리셋, 반지성주의, 하이브리드 한류, 신개념 전통, 일상의 마이크로 정치, 포스트 코로나와 인공지능'이라는 일곱 개의 키워드로 한국 문화(인문ㆍ예술ㆍ대중문화 영역)의 혼종적 특성을 살피고 있는데, 탈식민주의나 비판이론적 색채가 강하지는 않다. 참고로 이 책은 〈중앙일보〉 칼럼 ‘문화가 암시하는 사회’에 연재한 내용을 보완한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혼종적 특성을 발현한 본격 세대로 X세대를 강조하는데,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X세대는 일명 '샌드위치 세대'라 불린다. 이는 집단적 이념성이 강한 '86세대'와 개인주의의 화신인 'MZ 세대' 사이에 '낀 세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생 시기에 배낭여행의 붐을 타고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서구 다문화주의와 탈식민주의의 세례를 받고, 졸업과 동시에 IMF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은 사회 초년병이었던 터라 그만큼 혼종적 특성에 대한 문화적 촉이 매우 예민한 편이다. 저자가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의 혼종적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분야는 현대 건축물이라 하겠다. 가령 청와대 본관 인테리어는 좋게 말해서 '절충주의 양식'이지만 기실 유럽풍과 한국식, 서구에 대한 동경과 민족적 자존심,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기이한 혼종체다.

저자는 한국이 경제와 문화에 있어서 이미 '대국'인데 일반 대중의 마인드 자체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한강의 기적'이나 '고도 압축 성장'이라는 장미빛 문구 밑에 깔린 암울한 그림자다. 한국의 슈퍼 엘리트 계층에서 '갑질'과 '내로남불'만 판을 치지, 정작 고상한 귀족문화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과도 연관이 있다. 자본주의가 전통적 가치관과 이념을 대체했고, 가치관의 아노미적 상태에서 일반 소시민이 믿고 섬기는 숭배 대상은 종교에서 자본(상품, 화폐, 소비)으로 넘어갔다. 물론 여전히 가족과 지역 공동체 차원에선 유교적 집단주의적 가치관과 서구의 자유주의나 개인주의 가치관이 혼재해 갈등과 모순을 빚고 있지만 말이다. 특히 국내 정치판은 그런 가치관 충돌과 분열 갈등의 최전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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