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양승렬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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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종교는 필요치 않다. 필요한 것은 철학과 예술이다. 종교는 맹신과 미신 같은 이단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철학은 이성과 성찰로 일상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예술은 감수성과 재미로 삶의 의미를 채워준다. 철학과 예술은 동네 산책처럼 천천히 느끼고 수시로 완상해야 한다. 지식욕이나 지적 허영심에 사로잡혀 단거리 선수마냥 빠르게 질주하는 태도로는 철학과 예술의 정점에 설 수 없다.

동양 철학의 맛과 동양 미술의 멋을 함께 음미할 수 있는 교양서가 나왔다. 작가 양승렬은 《논어》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기준"을 추려내는데, 총 64개의 문장이다. 모두 험난한 삶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자기계발의 가치관을 강조한다. 더불어 조선 후기 유명화가의 그림 64점도 소개하는데, 《논어》 문장에 대한 설명보다 그림과 화가에 대한 부연설명이 쪼금 더 많은 편이다. 이 책을 펼쳐 매일 한 구절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공자께서 말씀하신 "지어도, 거어덕, 의어인, 유어예(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의 길에 들어선다. 자, 다들 도에 뜻을 두고 덕에 근거하며 인에 의지하고 예에 노니는 경지에 흠뻑 빠져보자.

흥미롭게도, 이 책 맨 마지막에 소개하고 있는 문장이 《논어》를 펼치면 바로 나오는 그 구절이다. "배움의 기쁨, 진정한 벗을 만나는 즐거움, 명성을 신경 쓰지 않는 초연함"을 강조한 학이편의 유명한 첫 구절이다. 저자는 '통달'을 키워드로 삼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경지에 오른다"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은 호생관 최북의 〈답설방우〉로, '눈을 밟으며 친구를 찾아간다'는 뜻이다. 공자의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에 화답하는 멋진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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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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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는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눈시울이 젖거나 왈칵 눈물이 터져나오게 할 만한 그리운 것을 보게 만든다. 잊었는 줄 알았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없어진 줄 알았는데, 그런 줄도 몰랐는데, 여전히 거기 그 모습 그대로 나의 돌아봄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훈훈한 감동과 전율이 온몸에 전해진다. 일본 작가 온다 리쿠는 바로 그런 기묘한 신통력이 있는 재담꾼이다. 그래서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고 불린다. 재담꾼에게 노스탤지어의 매개체는 실로 다양하다. 소설, 영화, 음악, 상표, 요리, 냄새, 풍경, 신문기사, 소문, 도시 전설, 움직임 등 모든 소소한 것들이 노스탤지어의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저주 받은 작품도 그러하다.

《밤이 끝나는 곳》이란 소설은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저주 받은 작품'이라 불린다. 영화든 드라마든 제작 때마다 불미한 사태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영화 제작 때는 세트장 화재로 여섯 명이 죽었다. 배우 네 명에 스태프 두 명이다. 두 번째 영화 제작 때는 남녀 배우 두 명이 죽었다. 게다가 영화 제작을 앞두고 각본가가 자살했다. 노트에 '필연성'이란 포스트잇만을 남긴 채 말이다.

한편, 원작 소설의 저자는 '베일에 싸인 이단의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다. 사생활이 베일에 싸인 인물로 행방이 묘연하다. 종적이 끈긴 지 7년이 지났기에 공식적으론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다. 바닷가 산책 중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풍문도 돌고, 자택에서 화재를 당해 죽었다는 소문도 있다. 작가의 정체나 성정체성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다. 작가가 두 명이라든가, 실은 여장남자라든가 하는.

원작 소설은 세 명의 엄마를 둔 아이의 이야기다. 그 세 명은 엄마이면서 엄마가 아니다. 낳아준 엄마 가즈에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의사소통이 불가하다. 키워준 엄마 사야코는 어딘가 비뚤어져 있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호적상의 엄마 후미코는 체면치레를 하기 위한 행동 밖에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들과 '나'의 생활권은 홍등가, '추월장'이라는 유곽이다.

변호사 마사하루와 소설가 후키야 고즈에는 재혼 부부다. 마사하루는 상처했고 고즈에는 딴 살림을 차린 남편과 이혼했다. 마사하루의 전처가 바로 각본을 쓰고 자살한 사사쿠라 이즈미다. 부부는 마치 미스테리를 푸는 탐정이나 수사관처럼 2주간의 크루즈 여행을 이용해 《밤이 끝나는 곳》에 얽힌 저주를 밝히려고 한다. 유람선의 중앙홀이 연극 무대라면, 암회색의 어둑어둑한 바다는 무대 배경이다. 배의 승객들은 무대에 오른 연기자가 된다. 마사하루는 '여행이란 조금 죽는 것이다' 라는 프랑스 속담을 꺼낸다. 크루즈 여행의 검은 바다를 상징하는 둔색(鈍色)이 바로 그런 죽음의 색이다.

고즈에는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의 삶과 작품을 둘러싼 저주의 진실을 뒤쫓는다. 크루즈 여행에는 소설과 관계된 영화감독 쓰노가에, 영화 프로듀서 신도, 편집자 시마자키, 콤비 만화가 마나베 자매, 평론가 다케이 등이 초대된다. 고즈에는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저주 받은 소설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들을 수집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독자 눈 앞에 펼쳐진 《둔색환시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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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 팡세 클래식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카나 그림, 보탬 옮김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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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은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의 성장과 우정, 사랑을 그린 소녀소설의 고전이자 가족소설의 백미다. 어릴 때의 독서는 등장인물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해서 문학소녀인 조를 내 분신처럼 여기곤 했다. 책과 글을 사랑하는 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이남일녀 가운데 내가 서열상 둘째인 이유도 있고, 피아노는 배운 적도 없고 그림에 별다른 소질도 없던 더벅머리 소년인지라 더욱 그러했다. 사실 조는 저자 루이자 올컷의 분신이기도 하다. 초등고학년의 눈높이로 볼 때, 만약 이 네 자매 가운데 한 명과 결혼을 해야 한다면 메그와 하고 싶다는 엉뚱발랄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현모양처에 가장 어울리는 베필감이 장녀 메그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작은 아씨들』 원서가 무려 네 권이나 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빨강머리 앤』의 원서가 여덟 권이나 된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어쩐지 어릴 때 본 소년소녀 명작문고판 『작은 아씨들』에선 조의 결혼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원작에 기반한 영화에선 조와 에이미의 결혼 장면이 나와 놀란 적이 있다. 동심의 아름다운 추억을 무참히 깨부수는 기묘한 에피소드랄까.

19세기 작은 아씨들의 인생 궤도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 있다면 분명 결혼과 출산일 것이다. 영화는 매번 챙겨보았지만, 반백의 나이가 되어서야 마치가의 작은 아씨들이 배우자를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 후속편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네 자매는 정말 열정과 예술적 재능이 넘쳤다. 이제 남은 건 사랑과 결혼,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일이다. 『작은 아씨들1』이 마치가 네 자매의 어린시절을 그렸다면, 『작은 아씨들2』는 자매들이 짝을 만나고 베스의 죽음이라는 상실을 극복하면서 더욱 성장하는 서사를 담았다. 특히 예전엔 전혀 주목하지 못했던 에이미의 성장 서사가 나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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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언어 - 우아하게, 거침 없이 원하는 것을 얻는 대화의 기술
마티아스 뇔케 지음, 장혜경 옮김 / 더페이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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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한다. 마법사가 감쪽같이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내듯, 언어술사는 언어에서 권력과 설득을 끌어낸다. 독일의 언론인 마티아스 뇔케는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를 권력과 전술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언어이며, 대인관계에서 권력과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이른바 '이기는 언어'의 다양한 용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기는 언어는 세 가지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바로 주도권, 설득력, 카리스마다.

주도권은 노래방 마이크와 흡사하다. 노래 실력을 뽐내기 위해선 마이크를 오래오래 잡아야 하지만, 때때로 마이크를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주도권을 양보하는 경우는 힘을 아끼기 위해서,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 호감을 얻기 위해서,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주도권을 잡는 가장 간단한 방식은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결점을 지적하는 평가나 비판도 유효하다.

주도권을 잡으려면 피해자 코스프레나 분노 표출과 같은 약간의 무례함도 나쁘지 않다. 미시건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브래드 버시맨은 '적절한 정도의 화는 명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단 어디까지나 통제가 가능한 전략적인 분노여야 한다. 의도적으로 상대를 경멸하고 모욕하고 상대의 품위를 앗으려는 목적의 경솔한 분노, 즉 악의적인 분노는 오히려 해가 된다.

설득력이 좋아야, 공감력이 높아야 타인의 마음을 얻는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감정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설득력이 있는 말은 간단하고 감정에 호소하며 직선적이다. 최고의 설득력은 단순함과 반복의 결합에 있고, 은유와 특이한 비유가 공감력의 결을 살린다. 연대감과 결속력을 높이려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처럼 '우리'로 시작하는 '우리 메시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끝으로, 카리스마의 완성은 자기확신, 독립성, 현실적인 자화상, 타인에 대한 관심과 예의가 필수적이다.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은 명확한 표현, 간결한 언어를 선택하고, 재치 있고 위트가 넘치며 기지가 번쩍이는 말을 던진다. 그리고 자신의 카리스마가 위협을 당할 때는 '번역가 기술'을 활용한다. 상대의 불쾌한 말을 객관적인 언어로 번역하거나, 상대의 숨은 의도를 부풀려서 숨은 공격을 무력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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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쉬운 핑거푸드 요리책 - 홈파티·케이터링을 위한 레시피 150
노고은.강정욱.정지윤 지음 / 아마존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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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먹을 때보다 만들 때가 더 행복하다. 특히 사랑하는 이를 정성껏 대접하는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즐겁다. 케이터링(Catering)이란 말이 있다. "여러 장소에서 파티, 행사 등을 위하여 요리, 음료, 식기, 테이블, 비품, 글래스, 린넨 등 필요한 집기들을 준비하고 행사 콘셉트에 맞춰 음식과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홈파티라는 말은 자주 해도, 케이터링이란 말은 꽤나 생소한데, 돌날이나 회갑 같은 특별한 날의 '출장뷔페'와 비슷한 연회 비즈니스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다과 케이터링, 풀 케이터링, 도시락 케이터링, 일인 케이터링, 박스 케이터링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케이터링 의뢰가 들어오면 메뉴와 콘셉트를 정하고 견적을 계산하는데, 견적은 출장비, 디렉팅비, 재료비, 인건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며, 부가가치세 별도인지 포함인지 고려하여 최종 금액을 결정한다. 재료비 단가는 평균적으로 최대 30퍼센트다.

책은 다양한 핑거푸드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바이츠, 브루스케타, 유부초밥, 오니기리, 파이, 카나페, 샌드위치, 보틀 케이크, 디저트, 음료 등 무려 150가지 레시피다. 바이츠는 사각이나 원형의 식빵튀김을 활용한 간식이다. 개인적으로 해산물 가운데 연어와 새우를 즐기는데, 훈제연어, 올리브 연어, 연어타워, 연어스시, 아보카도 새우, 칠리 새우 등을 활용한 간편한 바이츠가 소개된다. 브루스케타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전채요리인 안티파스티 중 하나로, 바게트빵이나 치아바타 위에 과일(바나나, 생딸기, 파인애플, 후르츠믹스, 믹스베리), 치즈, 고기(통조림 참치, 다진 돼지고기, 다진 소고기) 등 다양한 토핑을 올려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다. 참, 음료 레시피로 '키바주스'라 불리는 키위와 바나나 조합이 나와서 좀 놀랐다. 평생 마셔본 적이 없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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