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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1 -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ㅣ 샘터만화세상 3
다니구치 지로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평점 :
만화책이 매체의 특성상 메시지를 전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내용의 깊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아무나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이러한 단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책인 것 같다. ( 굳이 만화책이라고 하지 않고 책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러한 표현이 만화가 더 낮은 수준의 창작물이라는 나의 오래된 편견을 버리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사실 나는 만화를 매우 좋아한다. ) 스토리의 전개과정이 매우 잘 짜여진 단편 소설을 뺨치는 것 같다. 내용도 그렇고…
아버지 가출 후 홀로 자식들을 키우신 어머니의 기일 날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고 어머님 무덤 근처에서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 14살 중학생으로 돌아간다. 40대 후반의 나이인 주인공은 기억과 정신상태는 현재의 나 자신인 채로 과거의 육체로 돌아간 것이다. 과거를 아는 주인공은 과거를 바꾸려고 시도하지만 과거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요즈음 아이들 말로 싸움 짱에 공부 짱으로 학교제일의 미녀 여학생에게 데이트를 신청 받고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이 대목에서 모두들 과거로 돌아가서 나의 과거를 바꾸어 보고 싶은 공상을 누구나 하게 되는 것 같다) 가족사에 얽힌 실타래를 풀려고 시도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이해만 높아지고 결국은 과거는 과거로 흘러가게 되고 현실의 아내와 딸들에게 돌아온다.
과거는 과거라는 준엄한 사실이 존재하고 과거는 보이는 것 과는 다른 진실된 모습을 알수록 인생과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나 할까? 여러 번 다시 보게 되는 단편소설 같은 만화다. 과거의 멋진 변화를 통해 현재 자신의 삶을 바꾸어 보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과거는 과거라는 사실을 알고 현재에 충실히 살라는 게 작가의 또 다른 메시지가 아닐까?
재미있는 책이다. 그리고, 아저씨 아줌마를 위한 만화책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