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 자연농의 대가와 문화인류학자가 담담하게 나누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명의 길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 지음, 임경택 옮김 / 눌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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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년 남짓한 삶은 끊임없이 가장자리로 밀려나면서 거기서 입은 인식론적 은총으로 중심의 경직성을 면해온, 그러니까 말랑말랑한 영혼을 빚어온 세월이었다. 밀려나는 것은 슬프고 아픈 일이었다. 말랑말랑한 영혼을 얻은 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다.


유난히 부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상실혐오/애착이라는 것이 있는지라 돌아보면 아프고 슬픈 기억이 더욱 뚜렷하다. 물론 그 기억이 없었다면 타인에게로 배어들어 말랑말랑해질 수 없었을 테니 진실은 역시 모순의 중첩이 일으키는 모호한 미학이다.


말랑말랑함은 경계를 물릴 수 있는 흔쾌한 무력無力이다. 욕辱됨을 향해 나아가는 자발적 무욕無慾이다. 그 무력·무욕은 사유들 사이, 실천들 사이 구멍으로 흘러든다. 구멍으로 흘러들어 채우려 함이 아니다.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부단히 확인하려 함이다.


채워서 하나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착취다. 착취가 아니려면 서로 경계를 물려서 나직한 존엄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함께 낮아져 이 세상에서 높이를 거둔다. 높이를 거둔 시공에서 거룩한 놀이, 질탕한 제의가 벌어진다. 이로써 족하다. 고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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