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 자연농의 대가와 문화인류학자가 담담하게 나누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명의 길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 지음, 임경택 옮김 / 눌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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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이란 단순히 농법만이 아닐 뿐 아니라 농업조차 아닙니다.·······현대인 모두가 되돌아가야 할 입각점 같은 것이라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자연농은 우리가 설 자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추구하는 것은 지금 서 있는 내 발 아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여기, 이 자연계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쓸데없는 것을 제거하면 거기에 진정한 길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소중한 것은 뺄셈이네요.·······


우리 인간은 낙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낙원을 부수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다.”라는 시 그대로입니다.(248-250)



자연농은 새로운 삶이 아니다. 자연농은 본디 삶이다. 비대칭의 대칭인 자연에서 비대칭의 대칭인 존재로 알맞게, 그러니까 욕구의 임계점을 넘지 않고 살아갈 때 이미 경험한 우리 삶이다. 이 삶의 감각은 분명히 우리 DNA에 보존되어 있을 것이다. DNA에 보존되어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추상같이 깨닫고 칼날같이 살아야 한다. 역동적 평형의 시공이기 때문이다. 참 중도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추상같은 깨달음은 우리가 지금 우리의 낙원을 부수는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우리의 낙원을 재건하겠다고 무슨 새로운 짓을 더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칼날같은 삶은 지금 하고 있는 짓을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이는 매끈한 부작위가 아니다. 고답적인 무위가 아니다. 똑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꼭 하지 않는, 울퉁불퉁 구체적인 행위다.


자연농의 이 이치는 사회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적폐가 쌓인 대한민국에서 그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 짓은 똑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적폐 세력이 수탈한 돈을 그 수중에 놔두는 짓을 우리는 꼭 하지 않는다. 이 추악한 시대 뺄셈은 탐욕을 제어하고 수탈을 멈추는 데서 그칠 수 없다. 제 소유로 빼돌린 것을 털어내어 남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를 포함해야 한다. 능동적·적극적 뺄셈이다. 가와구치 요시카즈가 모르는 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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