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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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인 전체주의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압력은 무시무시하다. 그 무기는 본질적으로 세 가지이다. 교육·지도·대중문화로 위장한 프로파간다 또는 직접적인 프로파간다, 정보의 다원주의에 반하는 봉쇄, 그리고 테러가 바로 그것이다.(30)

 

근대적인 전체주의 국가라면 히틀러의 독일이나 무솔리니의 이태리를 떠올리지만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들조차 민중에게는 사실상 전체주의 국가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사정은 21세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른바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만 보더라도 이명박 이후 모습에는 전체주의 마각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최근 능동적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지배집단의 이 대담성은 통제 메커니즘 완결에 따른 자신감에서 온 것입니다. 프리모 레비가 정확히 지적한 바 그 삼중압력 메커니즘입니다.

 

1. 교육·지도·대중문화로 위장한 프로파간다 또는 직접적인 프로파간다

 

프로파간다란 전체주의 세력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기만적 선전 행위를 말합니다. 이 프로파간다에는 온갖 내용이 다 포함되지만 아무래도 자기가 던지는 오늘의 떡고물과 내일의 장밋빛 희망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요컨대 대중의 눈먼 탐욕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물론 자기 탐욕을 극대화하기 위해 던지는 미끼일 뿐입니다. 그나마도 뿌려놓고 더 많이 회수하거나 아예 말 뒤집고 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정보의 다원주의에 반하는 봉쇄

 

정보의 봉쇄는 대중이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하는, 그러니까 무지 상태에 빠져 바른 판단과 비판, 나아가 저항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입니다. 대중이 접하는 정보는 왜곡된 교과서, 국정 홍보물, 관제 및 부역 언론과 미디어, 기타 마름들이 만들어내는 찌라시들이 전부입니다. 부분적이고 일방적인 정보만 습득함으로써 전체적 쌍방향적 지식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대중은 어리석음에 깃들어 서서히 죽어가는 것입니다.

 

3. 테러

 

국가의 테러는 대개 공권력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경찰과 용역집단의 물리력,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의 판결, 정보기관의 기획사건은 물론, 세무조사를 포함한 이른바 현지실사 등 이루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정당화된 테러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아무도 동정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당하는 사람도 목격하는 사람도 공포에 사로잡혀 꼼짝달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치명적인 압력입니다.

 

프로파간다-봉쇄-테러의 순서로 설명된 압력 메커니즘을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거꾸로 체험하였습니다. 먼저 느닷없이 테러를 가합니다. 그 뒤 다른 정보를 봉쇄하고 단군 이래 최대의 거짓 정보만으로 편리한 진실을 세웁니다. 마지막은 알량한 떡고물을 던지며 번드르르한 프로파간다로 장식합니다. 오늘의 정치적 어젠다는 이내 역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피맺힌 진실은 속절없이 현실에 묻히고 맙니다.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공포를 이겨내야 합니다(). 손을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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