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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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책을 열었다 덮었다 한다. 차마 읽지 못하겠다는 마음은 허풍인 것 같고 반드시 읽어 진실 앞에 함께 서겠다는 마음은 오만인 것 같으니 달리 길이 없다. 아우슈비츠를 그린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마주해 열고 덮기를 반복하면서 영혼이 부서져 열렸던 그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나치와 다를 바 없는 이 땅의 살인집단은 오늘도 천인공노할 언동을 계속한다. 416가족의 고통을 처절하게 짓밟았던 박근혜가 살을 베어내는 통증이 있다고 엄살떨면서 형집행정지를 요구한다. 그의 주구들이 이 협잡을 거드는 한편 막말과 막말 비호 퍼레이드를 벌여 희생자의 등에 다시 한 번 칼을 꽂아 넣는다.


저들의 악행에 화를 내는 일은 쉽다. 쉽다는 것은 그뿐이라는 뜻이다. ‘그뿐’을 넘어서려면 저들의 악행을 결결이 겹겹이 기억해두어야 한다. 저들의 악행과 결결이 겹겹이 맞물리며 증폭되는 것이 바로 416가족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416가족이 어떻게 고통의 장에서 자신과 사회를 성숙시켜 가는지 발맘발맘 좇아가 합류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걸음걸음깨알 같이 상처 입힌 살인집단의 죄악을 쫓아가 심판해야 한다.


박근혜 떼거지를 포함한 매판독재분단세력을 온전히 심판하고서야 416가족은 416공동체로 완성된다. 416가족이 416공동체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야말로 2014년 4월 16일 이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천명이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진실의 결곡함과 사랑의 상상력은 서로 손잡고 춤추며 나아간다. 진실과 사랑으로 춤추기 위해 우리의 창을 두드리는 그날을 극진히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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