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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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인생의 늦가을을 견디면서 나는 자연이 믿을 만한 안내자임을 깨닫는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라지는 모든 것을 응시하기란 쉬운 일이다. 관계의 해체, 잘한 일들의 소멸, 목적의식과 의미의 쇠퇴·······하지만 가을이 대지에 그렇게 하듯, 삶이 우리에게 ‘거름을 주며’ ‘씨를 뿌리는’ 이치를 터득하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가장 힘든 시기에도 우리 안에 가능성이 심어지는지 알게 되었다.(227쪽)


  인생과 결별하는 일이 즐겁기야 하겠는가. 내 성장을 도와주는 도전, 무상으로 주어진 선물, 또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작별을 고하는 일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데 작은 몫이라도 보탤 수만 있다면 나는 기뻐하리라. 그런 전망으로 말미암아 삶은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이 된다.(247쪽)


죽음을 말해야 하는 자리에 오자 나는 오랫동안 서성이며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엄밀히 따지면 죽음은 실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목숨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시점, 삶이 더 이상 번져가지 않는 경계선이 있을 뿐이다. 점도 선도 관념이다. 죽음을 말할 수 있는 산 자는 없다.


산 자는 죽음이 남기는 결과를 말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것은 “전망”만 할 수 있다. 죽음이 남기는 결과를 말하는 것은 삶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으로서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산 자가 남기는 최후의 이야기다.


최후의 이야기는 더 이상 목숨을 이어가지 않아도, 더 이상 삶이 번져가지 않아도 ‘거름을 주며’ ‘씨를 뿌리는’ 보탬으로 남을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는지, 살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는 것이다. 이 성찰이 뒷날 후렴refrain-Carrie Newcommer의 <Leaves don't drop they just let go> 노랫말에서 취함-으로 소생할 때 비로소 그것을 죽음이라 부를 만하지 않겠나.


내 인생도 가을로 접어들었다. 내 삶이 다른 삶의 거름이 되겠는지 묻는다. 내 삶이 다른 삶의 씨가 되겠는지 묻는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잎을 돌아본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꽃 진 자리를 돌아본다. ‘추락’을 예감하면서 남은 날을 약속으로 가득 채울 수 있으려나.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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