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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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역경제를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공동체에 대한 갈망이다. 공동체는 선물과 이야기라는 두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튼튼한 공동체는 경제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하나로 묶어낸다.(321쪽)


지역경제는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와 대면하게 만들어, 카르마의 순환 고리를 좁히고 타인을 포함하는 자아의식을 길러준다.(322쪽)



어떤 근원적 중요성을 띤 길목에 접어든 느낌‘적’ 느낌이다.


내가 사목의 길에 진지하게 접근하다 직감으로 느낀 이상적인 종교공동체 숫자는 150인 내외였다. 이유는 두 가지다. 그 이하면 공동체 개념 자체를 유지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이 생기기 어렵다. 그 이상이면 공동체 개념이 무너지고 권력투쟁집단이 된다. 실제로 그렇게 된 경우를 나는 수없이 목격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연전 숙의치유 중에 채집수렵 시대 공동체 숫자가 150인이었다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물론 누군가의 치밀한 연구 결과이겠거니 짐작했지만, 당시에는 더 이상 그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상하게도 오늘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지역경제를 읽는데 홀연 ‘150인’이 다시 떠올랐다. 아니. ‘홀연’이 아니다.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와 대면하게 만들어, 카르마의 순환 고리를 좁히고 타인을 포함하는 자아의식을 길러준다.”는 표현을 보고 ‘휴먼스케일’을 소환한 결과, 필연으로 배어나왔으리라.


내친 김에 자료를 찾아보니 수전 핀커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그는 ‘150명 정도가 사회적 교류를 가장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숫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village effect’라는 이름으로 묶어 책을 썼다. 심리학자이기 때문에 그가 언급하지 못한 경제 이야기는 찰스 아이젠스타인에게 들으면 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튼튼한 공동체는 경제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하나로 묶어”내기 때문이다.


공동체 경제관계의 고갱이는 선물이다. 선물의 무한 순환에 이바지하는 도구로 지역화폐가 있다. 지역화폐는 공동체의 물질적 본질이 휴먼스케일 안에서 드러난다는 진실을 알게 해준다. 공동체 휴먼스케일 150인 사이에서 선물은 익명으로도 현명衒名으로도 할 수 없다. 선물은 구성원 각자가 타자에게 직접 행하고 그 결과를 대면한다. 선물은 인과와 통제이념의 속박을 벗어나 자발적인 자기조직으로 일어난다. 선물을 주고받는 자타는 구별되나 분리되지 않아 서로 관통하고 흡수한다.


신성한 경제, 신성한 사회, 150의 마법실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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