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투쟁 - <오마이뉴스> 표절 사건에 대한 140일간의 투쟁 기록
정태현 지음 / 헤이북스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마지막 날,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 기사를 게재했는데, ‘회사 때려 치고 세계 일주? 지옥을 맛보다란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이것은 여행작가 정태현의 책을 표절한 것이었다. 이 표절 기사는 포털사이트에서 인기 기사로 선정되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작가는 기사를 내리고 사과할 것을 오마이뉴스에 요구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표절은 인정했지만 기사를 바로 내리거나 사과하는 데는 인색했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로 저작권을 침해당한 정태현 작가가 사과문 게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벌인 ‘140일간의 광화문 1인 시위투쟁 기록을 모은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개인 기자가 표절에 대해 인정을 하고 원작자에게 사과를 했으나, 오마이뉴스는 9일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후에 표절한 부분을 삭제하고 표절된 내용이라 표시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책임자는 작가를 무시하는 태도와 자기네들이 피해자라 억울하다는 항변을 이어갔다. 어떻게 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 미안하다, 조치하겠다, 그런 말이 오갔으면 쉽게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고작 책 한 권 낸 신인작가 주제에 그게 뭐 대수라고’ ‘거 참 이상한 사람이네’ ‘이만큼 해줬음 됐지?’ 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끝까지 투쟁하게 되었다.

 

작가는 서울 광화문역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 첫 날은, 중국인 관광객의 길 안내자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관심했다. 모두들 자기가 필요한 정보만 얻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휙 뒤돌아 가버린다. 그들은 1인 시위자를 한국에 존재하는 신분제도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고백하자면 부끄럽게도 이 일이 있기 전까지 단 한 번도 1인 시위자 앞에 멈춰선 적이 없다. 나도 바쁘고 먹고 살기 힘든데 다른 사람을 챙길 만큼 여유가 없다고, 내게는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1인 시위를 하면서 깨달은 바가 크다.”(p.297)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양유업은 밀어내기(강매) 사건에 책임을 회피하다 늦게 사과하여 진정성을 의심 받았고,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을 하였다.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사건에 진정성 없는 사과, 협박 논란, 거짓말 의혹으로 사회적 이슈를 넘어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몽고식품은 운전기사 폭행, 욕설사건에 9줄 분량의 사과문으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워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사과는 근본적으로 핑계나 합리화와 다르다. 다른 해명 전략들이 잘못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거나 포장하는 데 견주어, 사과는 잘못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에 대한 유감을 표현해야 한다. 어떤 공개 사과는 사과한 사람이나 기관의 이미지를 도리어 더 높여주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하는 반면, 어떤 공개 사과는 사태를 오히려 더 악화하는 불쏘시개나 기름 구실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잘못을 삘리 인정하고 사과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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