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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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썩은 잎˝이란 다소 거부감이 드는 듯한 단어로 재출간했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본디 ‘낙엽’(1955)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 있는 이 소설은 마르케스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작품이자 그의 첫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왠지 서정적이고 왠지 고상하게 느껴지는 낙엽이란 단어도 책 분위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리하여 단어의 본래 뜻이라 하는 ˝축축하고 젖은 낙엽더미˝라는 뜻을 제 글 첫머리, 제목에 적어서 보충합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즐겨 쓰는 특징적인 문체, 리얼리즘과 환상적인 구상이 잘 결합되어 있으므로, 이런 마르케스의 특징이 재대로 결실을 맺은 ˝백년의 고독˝을 읽고 마르케스를 좋아하게 된 독자라면 이 ˝썩은 잎˝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원문의 제목은 한국말이 갖는 낙엽과는 조금 다른, ‘축축하고 젖은 낙엽더미’라는 느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영어 제목 The leaf storm)

이 작품에서에서 처음 나온 이후 그의 작품에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게 된 낯익은 ‘마콘도’라는 가상의 콜롬비아 마을에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과는 다르게 길이가 다소 짧은 중단편 정도의 길이입니다. 작품 속의 지명 마콘도는 가상이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적 배경은 실제 콜롬비아의 내전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콜롬비아 내전과 관련된 르뽀형식의 글도 많이 썼습니다 마르케스는,, 현실에 눈을 감지 않는 작가입니다)
‘낙엽’, 즉 ˝썩은 잎˝은 아버지, 딸, 손자로 이루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로, 같은 이야기를 각자의 시점을 옮겨가며 전개합니다. 나이들고 반 장님인 아버지가 지난 십년간 외부 사회와 완전히 고립되어 외롭게 살다 죽은 의사를 그 외딴 집으로 가서 마을 사람들과의 합의도 없이 묻어주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에서처럼 극적인 장면을 먼저 도입한 후 시간의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낯익은 방식을 느끼셨을 겁니다. 지난 이야기를 관점을 달리하여 다시 얘기하고 다시 얘기 함으로써 이야기의 궁극적인 결론에 도달하죠. 이야기의 모든 분쟁은 낯익은 이름(후에 지어졌으나 더 많이 읽혀서 알려진 ˝백년의 고독˝)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추천서만을 가진, 불분명한 과거에다가 이름도 불분명한 한 의사가 마콘도로 오면서 발생합니다. 아버지, 딸, 손자 삼대의 가족은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으로 펼쳐갑니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혹은 어수선하게, 어쩌면 낯설어서 어렵다고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초기작이며 중단편이라서,,, 책머리에 가족 도표를 그려넣고 시작하여야만 그나마 이해가 쉬워지는 ˝백년의 고독˝보다는 덜 복잡하며, 덜 방대하며, 아직은 덜 무르익은 마술적 리얼리즘이기에,,, 읽기에는 그나마 더 좋았다는 겁니다 ^^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어진 ˝낙엽˝을 아주 비싸게, 아주 어렵게 구하여 읽었던 터라 ˝썩은 잎˝이 출간되어 나오자 마자 다시 또 구매했습니다.
(좀더 일찍 출간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워하긴 했지만ㅋ 다시 나와서 좋기도 했습니다)

˝썩은 잎˝이라는,, 다소 거부감이 들 법도 한 제목 탓에,, 행여 마음 밖으로 밀어내지 마시고ㅋ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이기에,, 읽어보시길 조심스레 권합니다.

˝축축하고,, 젖은,,, 낙엽..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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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1-06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제목에 처음듣는 마르케스 작품입니다.
고민할 필요없이 바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책장에 백년의고독과 콜레라시대의 사랑이 꽂혀있네요ㅎㅎ
마술적 리얼리즘 무슨 뜻인지 대충은 알 것 같네요 아마 밀란쿤데라의 <커튼>에서 시도한 류의 사실주의인듯 합니다만~맞는지요ㅡ.ㅡㅎ
좋은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1-06 10:50   좋아요 1 | URL
밀란쿤데라의 ˝커튼˝은 아직 ^^; 사실 제가 소설담론이나 창작론, 자기계발서를 비롯한 에세이는 별로라ㅠㅠ
밀란쿤데라는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사랑, 농담, 정체성, 우스운 사람들, 불멸은 읽었으나,, 글쎄요,, 잘,,
마르케스는 카프카의 ˝변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밝힐 만큼 카프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ㅋ
언듯 카프카의 변신의 냄새가 솔솔 나기도 합니다ㅋ
하루키 역시 카프카나 마르케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듯 해요ㅋ 작품에서 카프카의 냄새도 나고, 단편에서는 마르케스의 소설을 읽고 있는 모습까지도 그려내니,,,
아마도 카프카의 변신, 하루키의 1Q84나 해변의 카프카 등등을 읽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마르케스의 낙엽도, 백년의 고독도,, {마술과 리얼리즘}이라는 극과 극같이 반대되는 두 단어가 이처럼 잘 어울려질 수도 있구나,,, 감탄했습니다.

산을 오르듯 앞만 보고, 눈앞의 실존한 나무만 보고 생각없이 걷다가 갑자기 탁!! 하고 펼쳐지는 훤히 트힌 공간, 그 공간 너머 펼쳐지는 잡을 수 없이 아름다운 안개와 하늘과 지평선을 마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존과 허상}이 이처럼 오묘하게 어울릴 수도 있을까요,,, 그래서 독일 환상소설까지 손대기 시작했습니다ㅋㅋㅋ
남미식 ˝환상과 상상˝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게 받쳐주는 힘, ˝리얼˝ 그 필력이 좋았습니다.

물론ㅋ 오스터나 스타인벡, 베르나르나 쥐스킨트, 코옐료와 빅셀같은, 때론 모디아노, 고디머의 소설도 아주 좋아라 합니다.
˝다양하게˝라는 핑게로 최대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잡식성으로 읽으려 하고 있어요ㅋㅋ

밀란쿤데라의 커튼은 책은 도끼다와 더불어 장바구니에 담아만 놓았는 데,, 북프리쿠키님 덕분에 읽고 싶은 충동이 ˝번쩍˝ 참을 수 없게 드네요ㅋ 읽어야 겠어요,,,

2017-01-06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1-06 10:58   좋아요 1 | URL
아직은 리뷰를 쓴다던가 비록 100자일지라도 평을 쓸 만한 깜냥이 안되어,, 그저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절판되는 책들이 많아지기에ㅠ 리뷰라기보다는 그 안타까움에 대한 탄식이지요ㅋㅋ
알려진 좋은 책들이야 저 아니어도 많은 분들의 노고로 잘 쓰여지니,,
이 책은 1982년에 나온 ˝낙엽˝처럼 또다시 절판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보니ㅋㅋ
새해를 잘 맞이하고 계시죠? 왠지 일출 사진을 찍었을 것만 같은 예감이,,,ㅋㅋ

cyrus 2017-01-06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에 민음사가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가 포함된 단편집을 번역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령》도 정말 좋은 작품이라서 민음사가 다시 재출간하길 바랐었는데 《낙엽》에 수록되지 않아서 아쉬워요. ^^

마르케스 찾기 2017-01-11 11:30   좋아요 1 | URL
네, 압니다.
77년 본과 재판된 82년 민음사 본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묶어서 낸 책은 절판이 되었지만, (그책은 절판된 단편집이라해도) 그 속의 단편들은 이리저리 간혹 따로 번역되어 나오고는 있더라구요.

다만 이 책 {썩은 잎}, 낙엽은 1982년 지문사에서 절판된 이후 참,, 찾기 힘든 작품이었죠,,,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민음사 본과 더불어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할ㅋ 스페인어 원서까지 구매하여,, 책장 한가득 마르케스의 책을 채워서, 왠만한 것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있어} 이 책 ˝썩은 잎˝보다는 잘 찾아지고, 읽을 수 있고, 볼 수도 있으며, 나름 접하기 쉬운지라 안타까움은 조금 덜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배경이 (감독의 의도대로) 콜롬비아가 아닌 멕시코로 바뀌긴 했으나,,, 99년도 작품으로 나름 저는 영화제에서 찾아다니며 보기에 좋았습니다.

경춘선폐선부지 2017-01-0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히려 썩은 잎 이라는 제목이 매력있는데요

마르케스 찾기 2017-01-06 14:52   좋아요 1 | URL
썩은 잎이란 제목이 싫다기 보다는 행여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에 (제목이나 책 표지만으로 책을 고르는 분들이 행여) 선입견같은 반감이 들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들어서 입니다. 원체 오랜 시간 걸려 재출간되는 반가운 책이라서요...
낙엽이란 제목도 그리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 왠지 서정적이고 왠지 고상해야할 것 같은 책의 제목을 선호하는 분들의 마음에 선뜻 동할 수 있는 제목같아서 그닥 와닿진 않았더랬습니다만,,,

그리하여 제 글 첫머리에 단어 본래의 뜻인 ˝축축하고 젖은 낙엽더미˝라는 말을 썼습니다. 아마도(제가 감히 작가의 뜻을 헤아릴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축축하고,, 젖은,, 낙엽의,,,그 더미,, 그 느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오거서 2017-01-06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찾기 님의 글을 읽고나서 마르케스 소설에 관심이 생깁니다. 제목이 바뀌었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낙엽과 썩은 잎의 관련성이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1-06 16:54   좋아요 0 | URL
전체적인 분위기는 축축하고 젖은 낙엽이 쌓여있는 무더미,,같습니다.
그리하여 그렇게 제목을 지은 마르케스의 의도를 미숙하나마 알진 못해도 느껴는 집니다.
그것을 한 단어로 집약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동하는 제목으로 만들어 내기란,,
어찌됐든 많은 사람이, 다양하고 넓은 세계의, 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접하여 봤음 좋겠습니다.
특정 나라의 베스트셀러만 찾아 읽는 편협한 독서, 편협한 세계관을 가지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

시간나시면, 아니 좁은 제 생각으론 제발 시간을 내셔서ㅋ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으나 다행히 출판사에서 출판해 주셔서 고마운, 이런 책 ˝썩은 잎˝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마르케스이기에 찾는 사람이 적은 남미문학임에도 다행히 많이 찾아 읽을 것 같습니다만,,, 노파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