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강금순 - 강제동원과 군함도 그리고 일제 강점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 도토리숲 평화책 3
강이경 지음, 김금숙 그림, 이재갑 사진 / 도토리숲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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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43년 일본 야하타 제철소에서 태어난 실제 강제동원 2세 배동록 할아버지의 실제 증언으로 기록한 책이다.

강제동원으로 일본으로 건너 간 가족의 삶을 통해 슬픈 역사를 거쳐 온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삶과 제일동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제동원’과 ‘지옥 섬, 하시마 섬(군함도)’ 그리고 민족학교와 재일동포의 아픔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담겨 있다.

이야기 화자인 배동록 할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는 1940년과 1942년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하타 제철소와 여러 곳에서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고,결국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서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겪은 보통의 재일동포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 책은 단순히 강제동원과 하시마 섬(군함도) 이야기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말 일제 강점기 시기를 살아 온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책에는 ‘강제동원’과 ‘강제징용’에 대한 설명과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군함도 안에 있는 건물 사진과 배치도, 하시마 탄광 희생자 등의 사진 자료도 함께 실려 있다. 무엇보다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리고 착한 조선의 소녀와 소년이 그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고, 낯선 땅, 잔인한 땅에서 식민지 조선과 강제징용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자가 되기까지, 우리가 너무도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침.. 군함도라는 영화 개봉 소식이 있고, 애들 아빠가 애들한테 군함도에 대해서 검색해 주고 같이 읽어 보고, 또.. TV에서 우연히 군함도에 대한 여화 설명 및 역사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서.. 깊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군함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 책을 조금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 강금순 엄마의 아들 배동록 할아버지와의 오랜 시간 인터뷰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 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 이야기며, 어머니 이야기, 형제자매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네 가족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할어버지는 꽤 긴 시간을 이야기하시고도 빼 놓은 이야기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할아버지는 작가에서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한복을 입은 흑백사진... 사진 속에는 할아버지의 어머니와 삼형제 그리고 누나의 모습이 있었다. 아주 어린.. 할아버지는 태어나기 전...

작가는 말한다.

사진 속 젊은 어머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노라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더 가난해진 조선 땅에서 어린 나이에 굶주림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녀 강금순, 가난하지만 착하디착한 남편마저 일제에 속아 일본으로 가고, 호로 남은 어린 남매 넷을 키우다 남편을 찾아 일본으로 간 젊은 어머니 강금순.. 그리고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강금순들이 떠올랐기 때문에.,,


'책 본문 이후에는 강제동원이란 무엇인가'라는 페이지와 '직접 마주한 지옥섬, 하시마 섬' 페이지가 추가되어 있어서,

책의 내용에 대해 조금은 더 전문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나 현장 사진 등이 함께 삽입되어 있어서, 그 시절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이렇게 영화나 책으로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이슈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그저 알지 못한 채... 지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잊혀질 우리의 억울하고, 서러웠던 과거...


여리고 착한 조선의 소녀가 그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가 되고, 낯선 땅, 잔인한 땅에서 식민지 조선과 강제동원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자가 되기까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너무도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평화로운 이 땅에서 살 수 있기를....

보통의 일상에 더 없는 감사를 느끼며...





@ 책 속에서



- 우리 가족사진이야. 맨 뒤가 우리 어머니, 그 앞은 우리 형들과 누나. 나는 저기 없어. 태어나기 전이거든.

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우리 어머니는 왜 누나와 형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야 했을까? 지옥선이라고 불리는 그 커다란 배를..



- 우리 어머니 이름은 강금순이야.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어.

그때는 일본놈들에게 모든 걸 빼앗기다시피 해서 먹을 게 없었어. 빼앗기고 남은 손바닥만한 땅에 농사를 짓고, 남의 땅을 빌려 농사도 지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먹고사릭가 너무 힘들었지.



- 어머니와 아버지는 참 사이좋게 살았어. 그러는 사이, 자식들이 넷이나 생겼지. 아들 셋에 딸 하나, 어머니 나이 서른 전이었어.



- 어머니는 아이들과 홀로 남았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었어. 자식들을 굶겨 죽이지 않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들판을 헤대고, 밤이 깊도록 길쌈을 하느라 바빴지. 하지만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어.



-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아버지처럼 모집이나 강제로 일본으로 온 사람들 이야기였어. 아버지는 기타규슈의 공업 지대이고, 조선 사람 이백 명이 야하타 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



-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고 자식인 조선 사람들이 남의 땅에 끌려와 짐승처럼 살다 죽어야만 하는지, 어머니는 하늘이 원망스러웠어.



- 어머니가 고구마나 무를 넣어 죽을 끓이던 무렵, 내가 태어났어.

배동록.

우리 집 다섯째.



- 우리는 살던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 아버지는 새벽같이 조선소로 가고, 형들은 학교에 가고, 누나는 아이들을 돌보고, 나는 어머니를 도았지.



- "무조건 배워야 하는 거라. 일본 애들보다 더 배워야 무시를 안 당한다 이 말이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기라. 일본놈들보다 더 잘 살아야 아무도 몬 건드리는 기라. 그칼라모 형제간에 우애도 좋아야 하는 기라."



- 그리고 두 번 다시 고향에 가지 못했어.

아버지는 고향이 그리울수록 우리를 더 사랑해 주었어. 그러면서 너희는 흩어지지 말고 꽁꽁 뭉쳐서 살라고 했어.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 우리 부모님도 자식들이 사이좋게 잘 사는 게 소원이었으니까.



- 어머니는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강연을 끝냈어. 강연장은 눈물바다가 되었지. 일본 사람들은 우리 노랫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슬픈 표정과 한 맺힌 목소리만으로도 그 뜻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으니까.



- 난 이 일을 죽을 때까지 할 거야. 우리 엄마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우리 손자들과 손자들의 손자를 생각하면서, 전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 아이들이 살아갈 그 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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