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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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수많은 미스터리 작가를 배출한 교토대학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으로, 동아리 활동 때부터 범인 알아맞히기의 명수로 유명했습니다. 2002년 단편 "그녀가 환자를 죽였을 리 없다"로 데뷔했고, 2004년 "알파벳 퍼즐러들"로 호평을 받았으며, 2012년 "밀실 수집가"로 제1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2018년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와 2020년 "왓슨력", 2022년 "시계방 탐정과 이율배반의 알리바이"로 여러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붉은 박물관"의 두 번째 이야기 <기억 속의 유괴>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황혼의 옥상에서'는 2학년 후지카와 유리코가 학교 옥상에서 죽은 채로 졸업식날 발견되어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유리코의 목소리를 들은 목격자는 죽기 전 옥상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을 들었답니다. 목격자는 옥상 아래층에서 왁스를 칠하던 작업자였고, 유리코는 상대에게 '선배. 이제 곧 작별이네요.'라고 말했답니다. 편하게 선배라고 부를 정도로 상급생과 친해질 기회가 있다면 유리코가 활동 중인 미술부 선배라 짐작해 경찰들은 미술부 3학년인 도모나가 신고, 오노자와 히로시, 가쓰라기 고헤이를 조사합니다.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결국 미해결로 끝나고 그들은 매년 모여 술자리를 함께 했고, 유리코의 사건을 잊지 못한 채로 23년이 지납니다. 집으로 돌아온 신고는 아내 나쓰미로부터 경시청 범죄 자료관에서 23년 전 일어난 여고생 살해 사건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연화(連火)'는 1990년 8월~11월에 4군데의 도시에서 발생한 연쇄 방화 사건 이야기입니다. 방화 대상이 목조 2층 주택이고, 방화 수법, 범인이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점이 동일해 5건 모두 같은 범인이 저지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범인이 전화를 해 준 덕분에 이때까지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0월 1일에 110 신고 전화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친구가 연쇄 방화 사건의 범인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TV 9시 뉴스에서 연쇄 방화 사건이 보도되고, 그걸 본 친구가 혼잣말로 '벌써 다섯 번째인데, 이번에도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네.라고 말한 것을 들었답니다. 신고 담당자가 그 친구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볼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바닥에 무거운 것이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퍼집니다. 신고 장소를 알아내 경찰이 출동했지만 젊은 여성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불을 지름으로써 누군가를 만나려고 했다는 말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그 후로도 방화 사건이 계속 이어지다가, 8번째 사건을 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에코는 재수사를 한다며, 사토시와 함께 여덟 건의 방화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납니다.

'죽음을 10으로 나눈다', '고독한 용의자', '기억 속의 유괴'의 이야기는 <기억 속의 유괴>에서 확인하세요.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기억 속의 유괴>는 형사사건의 유류품과 증거품과 수사 서류를 보관하고, 그것을 형사사건의 조사·연구 및 수사관 교육에 활용하는 런던 광역 경찰청 범죄 박물관을 모방해 만든 경시청 범죄 자료관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외모의 소유자이며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된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실수를 저질러 수사 1과에서 이곳으로 좌천된 부하 데라다 사토시가 일하고 있습니다. 9년 전에 관장으로 취임한 히이로 사에코는 CCRS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증거품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사토시는 유류품과 증거품에 QR 코드 라벨을 붙이고, 관장이 작성한 기본 정보 데이터와 그 코드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에코는 이곳을 진실을 밝혀낼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재검토하여 수상한 점이 있으면 재수사를 합니다. 앞선 전작 <붉은 박물관>에서도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관장 대신 탐문 수사를 나갔고, 미제 사건이나 피의자 사망으로 처리된 사건을 5건 해결했습니다. 이번 <기억 속의 유괴>는 사에코가 관장실 밖으로 나와 사토시와 동행해 사건을 해결합니다. 유류품, 증거품, 수사 서류만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고, 범인까지 추리하는 그녀의 비상한 능력은 냉정하고 아름다운 용모와 대조를 이룹니다. 등장인물이나 독자들이 현혹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버리는 사에코의 초연함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마다 우연이 등장하고, 우연이 겹쳐지지만, 그 우연이 수수께끼를 풀거나 생기게 하는 플롯이 됩니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中에서

순정만화의 전설인 이 작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인용합니다. 장르소설에서 우연은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우연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게 했습니다. 우연의 연속인 인생처럼, 관장실을 벗어난 설녀(雪女) 사에코 앞에 어떤 우연이 펼쳐질지 기대하며 다음 작품이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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