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클럽
팀 피츠 지음, 정미현 옮김 / 루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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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클럽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미국인이 한국인을 화자로 내세워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게다가 애초 영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썼던 소설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다면. 그 안의 세상은 어딘지 모르게 한국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 거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모습이 문득 묘사되는가 하면, 또 문득 여기가 내가 아는 한국이 맞을까 싶은 낯선 모습들이 생겨난다.

형수나 집안 여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대며 등장하는 장면들이라거나 서울의 지하철 5호선이 한 이십년 전부터 변함없이 있던 듯한 묘사라거나, 그런 것들은 이 소설 속 한국은 현실과 픽션 어딘가쯤의 다른 곳이구나 싶게 만드는 요소들. 그리고 통영 언저리를 둘러싼 풍요로운 음식의 향연이라거나 가부장적인 가정이 굴러가는 방식에 대한 통찰력있는 묘사는, 역시 글쓰는 이들은 남다른 관찰력을 갖고서 뻔한 것들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감탄하게 만들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류의 방송 프로에서 보이듯 남들이 우리 한국인을 어떻게 보는지는 늘 흥미로운 관심사였다지만, 이 책을 읽는 건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게 있다. 한국인의 내밀한 가정사나 집밥,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국제관계-독도를 위시한 일본과의 관계나 '양놈'들에 대한 애증 같은-에 대한 애정어린 이해 위에 그려진 새로운 '한국'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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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의 시대 - 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
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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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의시대 #중국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지금 중국은 어떤 나라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누구도 그 답은 분명히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일 게다. 빠른 경제성장을 구가하며 G2의 하나로 차기 패권국가가 될 거 같기도 하고, 어느 순간 망가져버릴 것 같기도 하고.

온갖 유해음식과 땅에 떨어진 공중도덕, 꼼꼼한 인터넷검열을 표상하는 인터넷 만리장벽이 있는가 하면 상당한 교육수준과 부를 확보한 신중산층, 알리바바나 바이두를 필두로 한 글로벌 수준의 IT기업들이 뒤섞여 있다. 중국공산당은 계속해서 중국인의 정치적 통일성을 제시하려 하면서도 공산당의 기치에 걸맞는 가치는 버린지 오래, 중산층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중국몽'이 현재 업데이트된 그들의 선전문구이자 공식적인 중국의 비전이다.

저자는 8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변화를 크게 개인의 야망과 공산당의 권위주의 간의 갈등이라고 표현한다. 그 틀에서 흥미롭게도 미국 도금시대gilded era를 병치하며 곳곳의 긴장과 파열을 관찰하는데, 자못 설득력있는 데칼코마니가 그려지는 듯 하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여기저기서 추천한다더니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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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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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유령들 #문학동네소설상 #황여정 #북스타그램

문학동네소설상을 통해 등단하는 작가들의 첫 소설을 읽은지도 몇해째, 그중에서도 가장 처녀작같지 않은 소설이란 느낌의 작품이었다. 마르크스가 썼다는 한편의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을 중심으로 두 세대의 사람들이 풀어내는 총 네가지 버전의 스토리가 뻗어나가는데 그 얽힘이 미묘하다. 각자의 눈으로 담은 세계가 각자 어떤 빈틈과 차이가 생겨나는지를 보여주는 듯한 미묘한 감각.

수상작이 책으로 나올 때의 또다른 재미는 심사평들이 짚어내는 각기 다른 포인트와 장단점, 이 역시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 결이 느껴져서 좋다. 게다가 백미는 역시 수상자 인터뷰. 이제 막 공식적으로 작가 인정을 받은-문단 권력에 대한 반항심은 차치하고-이와 이를 축하해 마지않는 이의 만담 같은 인터뷰. 센스있게도 희곡처럼 괄호 안에 동작과 표정을 병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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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 타락한 권력과 무책임한 과학이 만났을 때
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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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전쟁에서무엇을했나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노벨상 #물리학자

노벨상을 받은 사람만 수십명이라는 일본, 아무리 그래도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소감이 '그다지 기쁘지 않다'라니, 게다가 기념강연에서 2차대전의 개인적인 경험과 더불어 전쟁에 대한 과학자의 책임을 논하다니 이사람 보통이 아니다. 동료교수나 외무성에서 그의 이런 발언들을 비난했대도 전혀 개의치 않았단다.

보통 한우물만 파도 최고가 되기 어렵다는 편견과 조바심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는 착실한 물리학 연구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이고자 했다. 그의 삶은 그렇게 연구소 내 비정규직 보호와 민주적인 시스템 구축, 평화헌법 9조 고수와 과학의 군사적 오용방지를 위한 기개넘치는 한길이었다. 게다가 노벨물리학상까지.

그는 과학이 전쟁에, 또 전쟁을 예비하는 정부에 악마적 도구로 쓰일 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과학자가 책상머리에만 파묻힌 채 현실에서의 쓰임에 무관심한 이론과 자기세계에만 집중해도 곤란하다고 한다. 이미 다이너마이트와 핵폭탄의 전례가 있고 후쿠시마의 예견된 비극이 있지 않았던가.

흥미로운 점 하나는, 그가 원전반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원자력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거다. 노후원전 폐로 등 당장의 액션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겠으나, 핵폐기물이나 안전성 제고와 관련하여 이를 풀어낼 방법은 결국 인간의 이성과 과학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믿음일 테고, 이 온건하고 뜨뜻미지근한 입장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정답에 가장 가까운 듯 하다. 다른 모든 것들에도 으레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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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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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철학자 #에릭호퍼 #맹신자들 #책스타그램

속았다. 이전에 그의 '맹신자들'을 읽고 굉장히 시니컬한 리뷰를 썼었는데 그새 잊고 말았다. 참고로 그때 리뷰의 제목은 "새삼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책은 의심하라." 뭐 딱히 말을 더하고 싶진 않은 책, 그리고 저자. 다신 잊지 않기로.

다만 두권째인 이번에는 뭐랄까, 김어준 류의 비틀어진 반지성주의가 보인다. 본인이 그걸 도구로 쓰고 있음에도 정규과정을 거친 지성에 대한 비난과 희화화, 직접 손을 쓰고 몸을 움직이는 이들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춘 이야기. 68혁명을 지난 70년대 미국인들에 어필했겠다 싶은 '보통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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