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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팀 피츠 지음, 정미현 옮김 / 루페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소주클럽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미국인이 한국인을 화자로 내세워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게다가 애초 영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썼던 소설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다면. 그 안의 세상은 어딘지 모르게 한국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 거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모습이 문득 묘사되는가 하면, 또 문득 여기가 내가 아는 한국이 맞을까 싶은 낯선 모습들이 생겨난다.
형수나 집안 여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대며 등장하는 장면들이라거나 서울의 지하철 5호선이 한 이십년 전부터 변함없이 있던 듯한 묘사라거나, 그런 것들은 이 소설 속 한국은 현실과 픽션 어딘가쯤의 다른 곳이구나 싶게 만드는 요소들. 그리고 통영 언저리를 둘러싼 풍요로운 음식의 향연이라거나 가부장적인 가정이 굴러가는 방식에 대한 통찰력있는 묘사는, 역시 글쓰는 이들은 남다른 관찰력을 갖고서 뻔한 것들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감탄하게 만들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류의 방송 프로에서 보이듯 남들이 우리 한국인을 어떻게 보는지는 늘 흥미로운 관심사였다지만, 이 책을 읽는 건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게 있다. 한국인의 내밀한 가정사나 집밥,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국제관계-독도를 위시한 일본과의 관계나 '양놈'들에 대한 애증 같은-에 대한 애정어린 이해 위에 그려진 새로운 '한국'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