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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그대 ㅣ 일본문학 컬렉션 6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평점 :
작가와비평 출판사에서 연속 시리즈물로 발간되고 있는 일본문학 컬렉션이 6번째의 책을
새로 내놓았습니다.
'안녕, 나의 그대'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연인과의 사랑에 대해서 집필한 작품들만 모아서 출판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이별하고, 그리움에 눈물 흘리고, 인연인듯 아닌듯 스쳐지나가는
무수한 남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6번째 시리즈에 등장하는 일본의 작가로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고사카이 후보구, 나카지마 아쓰시,
오카모토 가코노, 이토 사치오. 7명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중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로써
불운하고 어두었던 그들의 삶을 대변하듯 작품들 또한 어딘지 모르게 염세주의적인 느낌들이
있었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남긴 사랑이야기라니 궁금증이 폭발하였네요.
그래서 그런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가을'이라는 작품이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사촌 오빠인 슌키치와 노부코는 남들이 보기에도 나중에 둘은 결혼을 할거야 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사이가 남달랐습니다.
일본은 과거 근친혼이 흔했기 때문에 이상한 일도 아니죠.
하지만 여동생인 데루코도 사촌 오빠인 슌키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노부코는
여동생에게 위해 사촌 오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 서둘러 결혼을 해버리고 말죠.
그녀의 결혼 생활은 밋밋했다고 할까, 아니 어쩌면 불운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동생을 위해서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여
마음속에 미련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겠죠.
슌키치와 그녀의 여동생인 데루코는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처음으로 여동생의 집에 간 그녀는 행복해보이는 사촌오빠와
그녀의 여동생이 부럽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노부코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데루코는 언니에게
질투를 하며 소맷자락에 얼굴을 묻고 발작하듯 울죠.
저는 이 작품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왜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추앙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이 가진 감정중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하죠.
기쁨과 슬픔, 절망과 분노, 행복과 고통, 질투와 연민 등등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이
똘똘 뭉쳐져서 만들어진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인듯 합니다.
아쿠타가와는 이 모든 요소를 소설 속에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에 대한 연민, 사촌오빠에 대한 사랑, 남편에게서 느끼는 절망, 여동생 부부에게
느끼는 질투, 언니와 남편의 다정한 대화조차 싫은 질투, 그런 여동생에 대한 배신감,
인생에 대한 허무함.. 길기 않은 단편속에 모든 감정을 실어놓은 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역시 대가는 그 이름값을 하는 군요.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라는 작품도 나의 구미를 당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여자 관계가 복잡한 유부남인 다지마는 아내와 떨어져 도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상당한 미모의 애인들을 있었죠. 애인들에게 다정했던 다지마를 사랑했던
그의 여자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죠.
방법을 모색하던 그는 장사꾼인 어느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더럽고 생선 비린내 나는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그녀였지만 화사한 정장을 차려입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는 절세미인이었죠.
다만 입만 떼면 까마귀 울음 소리가 나는 목소리 때문에 그 아름다운 얼굴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그녀를 이용해 자신의 애인들을 떼어낼려고 합니다.
그는 여자와 거래를 하죠. 돈을 줄테니 아내 역활을 해달라고 하고, 장사꾼인 그녀는 흔쾌히
다지마의 제안을 받아 들입니다.
입은 절대 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녀는 영악하였고 그가 원하는 역활을 충실히 이행하죠.
하지만 뭐만 부탁하면 그녀는 돈을 요구합니다. 그녀는 꽤나 욕심이 많았던 여자였어요.
본전 생각이 난 다지마는 그녀와 잠자리라도 해볼 요량으로 늦은 밤 그녀를 찾아가지만
보기좋게 까입니다. 그것도 아주 치욕스러운 방법으로 말이죠.
다자이 오사무는 염세주의자인데 이렇게 유머스러운 소설도 곧잘 썼군요.
스팩트럼이 넓은 작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됩니다.
1950년 이전에 쓰여졌던 소설들로 그 시대의 남녀에 대한 사랑법도 살펴볼 수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봄에 시작된 사랑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더욱 농후하게
영글게 되죠. 아니면 쌀쌀한 가을 바람처럼 이별로 끝나기도 하구요.
일본의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엮어낸 '안녕, 나의 그대'에는 다양한 사랑의 파편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랑과 불륜, 오해와 질투, 절정과 파국등
이 가을에 가볍게 읽고, 깊은 사고를 하기에 딱 좋은 책인듯 합니다.
추천합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