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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윌북아트에서 나온 마이라 칼만의 그림 에세이는 소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해지는 책입니다.
마이라 칼만은 세계적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포함한 전 세계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3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마이라 칼만의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강렬한 색채에서 그녀만의 개성과 고집이
보이는듯 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제목에서 느껴지는 임펙트가 대단했습니다.
올해 75세가 되는 마이라 칼만은
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아이들과 음식, 친구관계
일, 세상의 일, 인간다워지는 일, 기억들
근심거리들과 슬픔들과 환희,
그리고 사랑.
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그녀의 그림을 한번 살펴볼까요?

[닭은 안고 있는 여자]
많은 그림 중에서 이 그림이 눈에 띄였던 것은 그녀의 표정에서 지겨움과 피로감을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안고 가는 저 닭은 목을 쳐서 그날의 저녁요리가 될까요?
아님 알을 얻기 위해 먹이를 주며 키워야 할까요?
그녀는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가족들을 위해 참고 해나가는 중이겠죠.

[거대한 바위를 안고 아몬드 꽃 사이를 걷는 내 꿈속의 여자]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윗돌을 들고 있는 여성의 이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도 힘이 들어갑니다. 저 여자는 어째서 저런 큰 바윗돌을 들고 가는 걸까요?
그녀의 꿈속에 나왔던 여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비추고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온갖 걱정거리, 슬픔, 불안을 이고지고 휘청거리며 한발씩 나아가는 모습이
마치 내 모습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중에는 저 바윗돌만한 무섭게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이었습니다.

[책을 보는 여자]
푹신한 쇼파,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커다란 통창, 따뜻한 차 한잔, 화려한 커텐이
걸려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저 연인의 모습은 저의 로망입니다.
하루중 잠깐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요.
저렇게 여유있고 행복한 시간이 주는 달콤한 인생이라는 것도
한번 느껴보고 싶어지는 그림입니다.

[악의를 가진 여자들과 피아노를 치는 나]
이모들과 피아노를 치는 어린소녀인 본인의 모습을 그려놓았은 것 같습니다.
두 이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네요.
분명 이 순간 악의를 가지고 누군가의 험담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모들의 대화가 듣기 싫지만 그렇다고 피아노 건반을 너무 세게 누를 수도 없고,
조용조용 띵동거리며 이모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치는 것도 힘이 듭니다.
마치 뒷통수에도 눈이 달린것 처럼 눈치를 보고 있는 피아노 치는 소녀 '나'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입니다.

[바이올린을 든 소녀] [튀튀를 입은 소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손에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는 소녀.
발레복인 튀튀 자락을 살짝 들고 서 있는 소녀.
바이올린을 배우고, 발레를 배울 수 있는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뜻이겠죠.
이 두명의 소녀들의 손에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과 발레복 치마자락은 앞으로 펼쳐질
그녀들이 미래를 엿보는 듯 합니다.
풍요로움과 부유함을 바이올린과 튀튀로 대신한듯 하네요.


이처럼 마이라 칼만의 그림 에세이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는 인물그림 86점이 실려 있습니다.
그림속에서 인물들이 들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 따라서 인물들의 삶과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보이는듯 하였습니다.
손에는 양배추, 책, 개목줄, 쥬스잔, 류트, 강아지, 립스틱, 지팡이, 아코디언등
각양 각색의 물건들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얼굴에는 피곤한 표정, 화가 난 표정, 웃고 있는 표정, 고통스러운 표정,
심퉁이 잔뜩 묻어 있는 표정등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저마다의 얼굴과 손에 들고 있는 물건들은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기분도 듭니다.
한권의 그림 에세이를 통해 마이라 칼만의 예술 세계에 대해서 들여다 볼 수
있는듯 하여 행복했습니다. 마치 칼만의 전시회에 갔다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계 미술계에서 칼만의 그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대중들이 다가가기에
너무 어렵지 않고 친숙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든 그녀의 그림을 보고 그림속의 인물들의 인생과 삶을 유추해 볼 수 있고,
인물들이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얘길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겠죠.

일상의 소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그림으로 그리고 짤막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 에세이는 펼치는 순간 이미 힐링 타임으로 빠져들게 될것 입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책을 보는 여자]의 그림처럼 운명같이 내 마음에
박히는 그림도 만나게 될것입니다.
오늘의 일상이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내일은 또 다른 색으로 채색된 날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오늘을 버텨야겠죠.
당신이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꼭 버티세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마이라 칼만의 글과 그림.
이 책의 주는 힐링의 시간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