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토요일, 새해 들어서 첫 삼천배 가는 날이다.

백련암 마당에 내리는 순간 산속의 공기는 너무나 차가웠다.

부산은 춥다, 춥다 해도 바람만 불지 않으면 견딜만 한데, 백련암은 바람도 없는데 공기가 어찌나 차갑고 청명한지 머리속이 쨍하게 개이는 기분이었다.

 

이번 삼천배엔 참 의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직장 생활 잘하던 남자가 아무 이유없이 척추가 굳어지는 병에 걸려 장애 5급을 받았다. 옆에서 보기에도 그는 걷는 것도 불편해 보이고 말이나 행동이 어눌했다. 그 남자와 부인과, 처형까지 함께 몇번 왔었는데, 올때마다 남자는 절은 못하고 부인만 절을 했었다. 집에서 절을 하려고 해도 9배까지도 못하던 사람이 이번엔 삼천배를 다 해낸것이다. 부인과 본인의 감격은 말 할 것도 없고 옆에서 보는 우리도 너무 기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절을 마치고 설법전 법당에 얼마나 불을 따뜻하게 넣어주는지, 뜨끈뜨끈한 바닥에서 자고 나니  겨우 세시간 눈을 붙였는데도 몸이 가쁜하고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다.

 

아침에 법문 해주신 일봉 스님의 말씀도 마음에 와닿고 들을때 마다 새로웠다.

"자기는 전혀 바뀌지 않고 남들만 바꾸려고 하면 그건 공부가 안된 거라예.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사람, 용서가 안되는 사람이 이해되고 용서될때 그때서야 이제 공부가 좀 된거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마치 칼을 잘들게 계속 갈아온 것처럼 마음의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기때문에 기도하는 사람이 마음 잘못 쓰면 주변에 더 크게 해를 끼칩니다. 그래서 말 한 마디, 생각 하나도 남을 해롭게 하거나 피해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 아상을 키워서 내가 절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데 하고 남을 낮추어보거나 좋지 않은 생각을 내는 순간, 그건 날카로운 칼로 상대를 베는 것과 같습니다. "

 

요즘은 닦는 마음 밝은 마음, 붓다에 대한 책을 다시 읽는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공부를 1년, 10년 먼저 했다고 하더라도 그 빛은 30촉, 500촉 전구와 같다. 태양이 솟은 아침이면 30촉이나 500촉이나 모두 빛을 잃어버린다. "

절하고 기도하는 것이 빛 자랑하는 아상이 되기 않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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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2-2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혜덕화님
최근에 글로 만나 뵙지 못해 서운했는데 읽을 책을 검색하다가
님의 리뷰를 만나서 반가왔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손바닥에서 30년'을 읽기 위해 한 권 구입했습니다.
혜덕화님처럼 저도 붓다에 대한 책을 두 권 읽으려 마음먹고 있습니다.
해누리 출판사에서 나온 붓다에 대한 책입니다.
다카하시 신지의 책은 절판이라서 헌책방에서 조차 구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다시 공공도서관에서 대출받아서 두 번째 읽기를 시작합니다.
혜덕화님 삼천배 기도공부는 늘 저에게 큰 자극이 되는군요.
부디 성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혜덕화 2005-02-2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으르기도 하고, 방학때 아이들 밥해주랴, 간식해주랴 컴퓨터를 열어볼 시간이 더 없더군요. 저는 현암사에서 나온 붓다를 읽었는데, 다카하시 신지의 책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늘 먼저 말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이되다 2005-02-22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법명을 받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삼천배 일기를 볼때면 정말 열심히 정진하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또한 발심이 새로이 됩니다. 꾸벅~ 도반은 늘 곁에서 서로 공부를 도와주고 격려해주어 가는길이 외롭지 않는것 같습니다. 혜덕화님 화이팅~

글샘 2005-02-2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배라... 대단하세요. 저같은 문외한에겐 엄청난 수치로만 다가옵니다. 구경한 적 한 번 없으니 말이지요... 저도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이런저런 책들 보려 합니다. 님의 리뷰가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혜덕화 2005-02-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님, 사이버 상으로라도 함께 닦아 나가는 도반이 있다는 것은 정말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행 선사님의 글과 님이 올려주시는 모든 글들. 제겐 늘 새로운 자극이 됩니다.
글샘님. 삼천이라는 숫자는 그야말로 숫자일뿐입니다. 마라톤 선수들에겐 그냥 경주 코스일 뿐인 42.195킬로미터가 우리에겐 엄청나게 먼 거리로 보이듯이....
현암사의 붓다도 참 좋더군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