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놀이터
박성우 지음, 황로우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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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놀이터

시원하게 내리는 여름 소나기는 반갑다.
단 우산이 있거나 비를 피할 곳이 있다면.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을 떠올리게 한다.
또 목청껏 부르는 노래소리처럼 크고 신난다.

우리는 분명 소나기를 피하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소나기의 낙하는
놀이처럼 유쾌하게 느껴진다.

데뷔시집 "거미"부터 청소년 시집까지
늘 선명한 인상을 남겼던 박상우 시인의 글은
아름다운 동시로 마음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최근 "아홉살 마음사전"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맑고 예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참 고맙다.

매달리고 미끄러지며 개구장이처럼
천진난만한 빗방울들을 그림은
너무 사랑스럽다.

이 그림책을 읽고나면 소나기를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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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 - 올려놓고 바라보면 무럭무럭 잘 크는 트렌디한 다육 생활
톤웬 존스 지음, 한성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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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함께하는 초록 친구들

화초를 기르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움직임 없는 식물들은 햇빛을 보이고 물을 주면
쑥쑥 자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화초를 기르다보면
난관이 많다. 오히려 그 자리에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할때가 많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손이 걸린다는 선인장이고
또 고심끝에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는 사랑스러운 비주얼로 SNS에서 소문난 화제의 책이다. 책에는 저자의 트렌디한 감각과 애정 어린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식물 일러스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스타일링하기 좋고, 주변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50가지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엄선했다. 식물들이 각각 어떤 별난 특성을 지녔는지, 어떻게 물과 햇빛의 양을 조절하고,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는지 꼼꼼히 소개한다.
ㅡ 출판사 책 소개

이 책은 우선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수십종의 선인장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어서 키우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마치 책 제목처럼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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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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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다 그치. 제목을 가만히 따라 읽어보면 마치 공명음처럼 마음에서 한번 울리는 기분이다. 지금 좋다고 아닌 좋았다의 과거 시제는 어딘지 쓸쓸하게 마음을 적신다. 그치 ...라는 공감을 묻는 말 앞에 혼자 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사랑은 함께 하지만 사랑을 기억하는 일은 혼자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의 눈동자 안에서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사랑, 그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걸
그만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내가 더 잘 알아서.
- ‘마음대로 되는 마음 같은 건 없어서’63쪽

텅빈 하늘에 구름이 몰려와 채워지듯이
공허한 마음에도 그리운 그로 가득 채워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책도 영화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을 어딘가 접아둔 것 같은 날에
이 책을 편다. 그리고 속을 읽는다.
속마음에서 울리는 목소리의 파동.
이 책은 그 파동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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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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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직지라는 제목은 직지심체요절을 연상하기 때문에 역사소설이기도 하지만 미스테리 기법으로 강렬한 흡입력을 선사한다. 또한 이야기는 시공간의 벽을 허물고상상 이상으로 확장해나간다. 현재에서 과거로 동양에서 서양으로 그리고 구텐베르크 금속활자가 직지와 연관되어 종횡무진하는 것이다.

니 소설은 주인공인 기자 기연이 기이한 살인사건-상징살인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서울대 라틴어 전공의 노교수가 살해되고 범인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야기의 범위가 확장된다. 이야기의 무대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직지에서 구텐베르크 그리고 조선시대의 한글과 로마 교황청까지 종잡을 수 없는 속도감으로 독자의 시선을 이끈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예상치 못하게 확장되는 중에도 이야기의 밀도와 긴장이 놀라울 정도로 팽팽하다. 이전작으로도 증명이 되었지만 또 다른 소재에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힘이 대단하다고 여겨지고 또한 그간의 작품들에서 한국의 역사와 재조명으로 독자의 마음에 구심점을 심어줬다고 볼 수 있다.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은수는 라틴어를 깨우치면서 이 글귀가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는 뜻인 걸 알게 되었다. (p157)

직지의 부제목인 아모르 마네트에 대해 궁금했다. 사랑은 남는다. 활자를 통해 전해지는 지식의 전수 그 이상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명작가님의 이전작과 분명 다른 소재지만 읽고나서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 잡는 정체성은 읽는 즐거움 이상이다. 다만 이 종횡무진의 이야기가 철저한 자료조사와 철저하게 직조된 소설의 힘을 분명 확인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리하거나 지나친 설정으로 이해할 소지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스펙타클을 만나는 소설적 즐거움이 확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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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연한 고양이 문지 에크리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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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고 불리는 고양이들을 상상한다. ‘기형의 심장을 가진 늙은 고양이’인 보리와 ‘죽을 운명을 간신히 피한 어린 고양이’일다는 작가에게 ‘너’라는 관찰과 사유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길고양이였으며 그들의 삶은 도시의 덧없는 리듬을 닮아있다고 한다. 작가의 동거인이 된 ‘보리’와 ‘일다’. 그에 따르면 ‘고양이에게 진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동거의 첫 번째 조건이 이름인 것처럼 ‘보리’ 그리고 ‘일다’라고 붙여진다.

‘너의 이름은 보리이다. 그 이름을 붙여준 것은 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리라는 소리가 가진 친근함과 사소한 따뜻함.’ (p.16)

‘간호사가 수속을 위해 “고양이 이름이 뭐죠?”라고 물었을 때, 이 고양이가 생년월일도 이름도 없다는 사실이 오래전 비극처럼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일다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일다, 일다, 일다, 일다…… 이름은 주술이다.’ (p.55)

고양이와의 관계는 구축이지 종속이 아니다. 애완과 반려의 다른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양의 눈동자, 시선, 걸음걸이, 실루엣, 잠 등 고양이에 대한 섬세한 관찰은 대상에 대한 사유의 깊이 뿐만 아니라 삶의 낯선 감각들을 조명한다. 고양이라는 프리즘으로 사유에 접근하고 빛의 영역들이 선명하게 확장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 보리와 일다는 ‘너’라는 이인칭으로 불린다. 이인칭은 고양이라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순간 읽고 있는 나, 즉 독자를 부르는 것처럼 낯선 경험이다. ‘너’에 이입하여 필자가 시도한 고양이 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눈으로 나에서 ‘너’가 되는 역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너’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고양이들과 필자 그리고 읽고 있는 독자에게까지 해당된다.

그렇다면 왜 이인칭이어야 했을까. ‘나(고양이)’라는 설정은 명백한 허구로서 진정성의 순도가 떨어진다. 의인화된 고양이는 동거와 관찰의 대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라는 삼인칭은 대상화되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주체와 객체의 시선은 동등하지 못하다.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수직적 시선은 적절한 관찰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너’로 불리는 대상은 관계로 구축되지만 자유로움을 짐작하게 한다. 종속이나 포섭이 아닌 언제든지 멀어지거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날렵한 운동성은 고양이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설득력이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고양이 하기’ ‘고양이 되기’로서의 글쓰기가 가능한가에 대한 결과라고 한다.

‘고양이의 삶은 불가능하지만, 고양이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시간은 아무 데서나 찾아온다.(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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