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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은 할아버지
한태희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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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얼마나 추웠던지 1.2월 한달 동안은 거의 집안에서만 지내다시피 했다.  

물조리개에 받아놓은 물도 꽝꽝 얼어버린 베란다에 나가보면 말갛게 얼어버린 화초가 허리를 꺽고 있었고 나는 아이들이랑 옷을 한겹 더 껴입고 어서 이 추위가 지나가고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봄을 찾은 할아버지>의 할머니도 그런 마음이었을것이다.  

깊고 깊은 산 속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딴집, 산짐승은 모두 겨울잠에 빠져 있고 사방을 둘러봐도 파릇한 풀 한포기도 보이지 않는다. 날이면 날마다 내린 하얀 눈은 지붕과 뜰의 세간살이를 덮어버려 쓸쓸함을 더 해준다 

할머니는 긴 겨울이 지루했고 "어서 봄이 와서 꽃을 볼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긴긴 겨울밤 노부부가 화로를 가운데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모습이 부드러운 먹선으로 은은하게 퍼져있다. 노부부에게 한 겨울 엄동설한이 결코 춥지 않을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시골에서 자라서 저런 느낌의 그림이 참 정겨워보인다. 어릴 적 할머니가 화롯가에서 옛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왜 저 부부에겐 옛이야기를 들려줄 손자나 손녀가 없나? 하는.... 

좀 쌩뚱맞은 생각인가.......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혼잣말을 듣고 "내가 꼭 그녀석을 찾아오리다" 했던 말도 꼭  

내가 우리 아이를 찾아오리다. 하는 말처럼 들린다. 화롯가에서 군밤을 구워주며 뜨거운 김을 호호불며 할머니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줄 생기넘치는 아이..... 그 아이가 봄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은 것은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과 겹쳐져서 인가보다 

할아버지는 모든 생명들이 소복소복 쌓인 눈 아래 잠들어 있는 산 속을 헤맨다. 봄을 찾아내겠노라고 할머니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산골짝, 봉우리마다 올라가봐도 한 겨울에 봄을 찾을 수 없다. 겨울잠자는 곰에게, 갈대밭에 웅크리고 있는 꿩에게, 얼어붙은 강아래 이무기에게 주먹밥을 나누어주고 물어봐도 도무지 봄, 그녀석이 어데 있는지 알지 못한단다 

옛이야기의 매력은 이렇게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 과정에 있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자기 것을 다른 사람, 짐승들에게 베푸는 주인공의 마음 씀씀이를 보면 어느덧 마음이 훈훈해지고 위로롤 받는다 

봄을 찾다가 벌판에 지쳐 쓰러진 할아버지 위로 눈이 하염없이 쌓여가는데 어디선가 향기가 풍겨오고 할아버지는 꿈결인가 하고 일어난다. 할아버지 앞에 거짓말처럼 한 아이가  나타난다. 내 생각이 맞았다. 봄은 바로 뺨이 볼그레한 아이였다!!!! 

아이의 보드라운 손을 잡고 다다른 그곳에는 봄 매화꽃가지가 흐드러지게 늘어져 있었고, 놀랍게도 그곳은 할머니가 봄을 기다리고 있는 자기 집이었다.  

매화는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진 자리에 잎이 나오는 나무이다. 봄바람에 꽃잎을 날리는 봄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꽃비를 맞으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 같다. 꽃 진 자리에 살고마니 싹을 내미는 고 보드랍고 여린 새순은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마치 조잘대는 어린아이들 같다. 솜털이 보드라운 어린아이를 내 무릎에 앉혀놓고 <봄을 찾은 할아버지>를 읽어주고 싶어진다 

<봄을 찾은 할아버지>는 그림이 아름다운 책이다. 매화꽃 아름다운 향기가 책장 밖으로 솔솔 풍길것 같은 느낌이 난다. 한지 위에 퍼진 먹그림 그 위에 피어난 꽃송이들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봄은 볼게 많아 봄이라고 했던가. 그림책을 보고 냄새맡고 느낀다. 아름다운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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