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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 ㅣ 초등 읽기대장
조경숙 지음, 김도아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1월
평점 :
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
역관인 아버지 덕분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부족함 없이 살던 단이. 그런 단이도 '병자호란'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고, 어머니와 단이는 청나라에 노예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가는 동안 굶주려 죽는 사람, 얼어 죽는 사람, 매 맞아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어느 누구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상상도 못할 갖가지 고초를 겪으면서 점점 삶의 희망을 잃어가던 단이는 아주 극적으로 세자빈 강빈에게 구출됩니다. 강빈은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왔지만, 절대 청나라에 굽히지 않는 여장부였습니다. 자신의 내탕금을 모두 털어 조선의 노예를 해방시키기로 결심하고 단이를 부르는데....
어린이 동화책이라서 가볍게 펼쳤다가 당황했습니다. 역사동화라는 특성상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병자호란'에 대한 기억이 싹 다 지워졌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의 한국사 책 중에서 '병자호란 편'을 꺼내 읽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 다시 보니, 무심하게 보이던 문장들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라는 게 보이더군요.
이 책은 한솔수북의 [초등읽기대장] 시리즈 중 한 권 입니다. 초등학생이라고 하더라도 한자로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는 아이,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의 아이, 한국사 책을 조금 읽어 본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낯선 단어에 대해서는 일부 부연 설명이 붙어 있기는 하나, '형제지맹', '군신지의' 처럼 아이 혼자서 한번에 뜻을 유추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제법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노예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끝을 흐린 부분들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린이 도서라 자세한 표현을 생략하신 것 같은데, 흐려진 문장 덕분에 당시 조선인들의 모습, 고통이 더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진하게 느껴지는 만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요. 그 속에서도 분명 우리의 단이와 강빈처럼 꿋꿋하게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은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