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영화가 풍자적이다. 이 영화에 인상적인 장면이 많은데 특히 이병헌이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노래를 부르는 이병헌 뒤로 이병헌의 과거가 플래시 백으로 드러난다. 윤수일의 ˝아파트˝ 가사가 사실은 쓸쓸하다는 걸 생각하자 이병헌의 노래에 고난에 찬 삶의 비애가 배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클로즈업된 이병헌의 얼굴을 비추는 빛, 이병헌 주위에서 행복에 겨워 춤을 추는 주민들의 그림자. 그들을 둘러싸는, 윤수일의 ˝아파트˝ 가사는 오묘하다.

영화에서 ‘아름답다‘고 말하는 장면은 유일하다. 집을 지켜 기뻐하고, 식량을 찾아 기쁨에 겹더라도 그 누구도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지만 도망을 친 박보영은 예수를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에 햇빛이 통과하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탄성을 발한다. 뒤이어 등장한 세 명의 낯선 이들은 박보영을 발견하자 배척하지 않고 밥과 잠자리를 내민다. 아름답다는 탄성, 어쩌면 고백은 낯선 이의 환대 장면까지 이어지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감독이었다면 거짓이 진실로 호도되고, 주민들이 이병헌을 더 굳건히 받드는 것으로 만들었을 것 같은데 엄태화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감독이 이기적인 인간 뒤에 환대하는 인간을 보여준 것은 감독이 인간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나는 너무 비관적인가.

정말 잘 만든 영화이다. 한 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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