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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74
아마두 쿠루마 지음, 이규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5월
평점 :
아마두 쿠루마의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는 제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아프리카 각 나라가 독립을 하며 탄생한 독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독재자의 악행, 대중기만, 대중지배, 폭력, 비합리성, 탐욕, 개인숭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재자에게 지배받는 백성들의 목소리는 소설 마지막 챕터에 등장한다. 국민들이 독재자에게 저항하다가 다시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한데 그만큼 국민들한테는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고, 공포와 주술과 빵으로 국민을 다루는 독재자의 지배는 강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챕터마다 화자가 독재자의 삶을 읊고, 악사가 있고, 마지막엔 속담이 후렴구처럼 등장한다. 흡사 1인극 연극무대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이 인상적이었는데 독재자들의 지배방식이란 곧 정교한 연극이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세심하게 연출하고 치밀하게 구축하여 자신을 포장하고 백성들이 자신을 찬미하도록 한다. 히틀러, 무솔리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차우셰스쿠, 뒤발리에. 여지 없었다. 독재자들의 대중 지배 기술은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에서도 똑같이 등장한다. 아마두 쿠루마는 독재자의 본성을 말하기 위해서 1인극 연극무대처럼 소설을 구성했으리라.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이 등장한다. 아프리카를 착취하는 제국 열강의 폭력, 제국에서 독립한 아프리카 신생국 독재자의 정교한 폭력, 독재자에게 저항하는 백성의 처절한 폭력, 그런 백성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력. 반복되는 폭력은 시처럼 리듬을 주었는데 이때의 리듬은 슬프고 무거운 것이었다. 폭력은 멈출 것인가. 반복될 것인가. 책을 덮은 뒤에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두 쿠루마는 독재자들이 국민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다. 지배하는 자의 욕망과 지배받는 자의 두려움을 읽고 있다. 그 통찰이 놀랍다. 너무나 좋은 작품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