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 프랑 1
키기츠 카츠히사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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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미소녀 프랑의 메스가 빛날 때, 태어나는 것은 기적인가, 악몽인가?”

 

화제의 메디컬 호러 19금 만화란다. ,, 표지부터 야시꼬리하다. 뭔 만환가?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을 되살리기 위해 생명공학의 일인자라 칭송받는 마다라키 박사의 연구실을 찾은 한 남자. 하지만 마다라키 박사는 여행을 떠났고, 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 인형?은 넘어질 듯이 비틀거리는 프랑이란 이름의 소녀,, 프랑켄슈타인처럼 봉합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메스를 들며 술식을 외칠 때면, 절대 살아날 수 없으리라 믿었던 죽은 자들이, 죽어가는 자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 난 이 시점에 세일러문이 떠올랐을까?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노래까지,,,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어!” ,,, 프랑이 이렇게 하트봉을 휘두르는 건 아니지만,,, 왠지 수술복을 입고 술식을 외치며 칼을 휘두르는 그 모습에서 난 셀러문이 떠올랐음이다. ,,, 술식 이후,,, 무엇으로 태어날지, 다시 생을 부여받음에 기뻐할른지는 알 수 없지만,,, 때문에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행해지는 그녀의 술식은 가장 잔인무도한 행위일른지도 모르지만,,, 항상 고어틱하고 그로테스크한 반전으로 놀래키지만,,, - -;;;; 우우욱,,, 구토유발,,,

 

프랑켄 프랑. 고어와 그로테스크함, 그리고 신비한 치유의 세계는 키기츠 카츠히사의 작품이다. 8권으로 완결했다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발간된 것은 4편까지,,,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는데,,, 귀여운 그림과는 달리 갈수록 피와 비명, 그리고 욕지기가 나올 법한 만화에,,, 편집자도 과연 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던 만화란다. 살인, 살육; (TV·영화의) 유혈 폭력 장면을 뜻하는 하드 고어(gore) 만화라니,, 그나마 만화라 좀 다행인 듯 싶긴 하지만,,, 잔인하고 차마 두 눈 뜨고는 보지를 못할 정도의 그림이 수두룩 빽빽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읽다보면,, 아하,,, 왜 이 만화가 이리도 인기가 있었는가를 짐작하게 함은,,, 무심한 듯 술식을 행하는 프랑의 나름 철학적이면서도 자신 만의 정의로움을 행할 줄 알기 때문이었을까? 물론,,, 그 정의로움과 철학적인 생각이 지극히 주관적이라 대참사가 많아 허걱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 다이어트를 한다면,,, 한 번 읽어봄직한,, 식욕감퇴, 구토유발용으로 직방이다. 옥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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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과 일연은 왜 - 삼국사기.삼국유사 엮어 읽기
정출헌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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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는 아득한 삼국시대 면모를 전해주는 매우 소중한 우리의 역사 고전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은 이들 두 고전에 기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전하는 서적 가운데 가장 오래 된 최고(最古)가 바로 <삼국사기>이고, 우리 고대사를 가장 흥미롭게 담고 있는 최고(最高)가 바로 <삼국유사>. 이들 두 고전으로 말미암아 한반도 역사의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고대 국가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더듬어 볼 수 있는 것이다.”[김부식과 일연은 왜] 5

 

역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믿어야 할까?,,,였다. 역사야말로 특히 당대에 가장 유명한 사관이 쓴 역사서라면, 객관적인 사실은 아예 배재하고 저자 개인의 주관적인 사상이나 가치관에 시대적 요구, 왕권을 잡은 이들의 정당화를 위해 기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 동안 아주 강력한 배신감에 사로 잡혔었달까? 하지만 그 또한 역사서의 가장 강력한 매력이리라. 역사서는 그 해석에 따라 인물에 대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이고, 또 그 해석한 시기에 따라 그 시대 사상가와 문화, 대중이 주목한 인물, 주목한 시대 상황도 짐작해 볼 수 있음일 테니 말이다.

 

때문에 역사서야 말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 대로 자극하는 강력한 자극제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감춰진 진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야말로

역사의 가장 큰 딜레마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그 즐거움의 한 축이 되는 역사서가 바로 삼국사의 양대 역사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엄격한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귀족적인 정사 불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서민적이면서도 설화와 전설까지 수용한 야사라 불리는 <일연의 삼국유사>일 것이다.

정출헌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두 역사서의 차이, 그리고 김부식과 일연의 차이를 ?”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왜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말하는가?라는 것이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두 고전이 그리고 있는 삼국의 역사는 참으로 판이하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국사기는 정사, 삼국유사는 야사란 사실이 아니란 사실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편찬자의 시각에 따라, 또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삼국의 역사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고 그 속에서 그 시기의 사상과 생각, 그리고 신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사건의 관점, 가치에 대한 배경에 대해 역사가 어떻게 해석되고 쓰여지는지, 어떻게 누락되고 왜곡되는지를 나름 이해(?)하게 된다.

 

김부식의 <삼국사기>편찬 작업은 자신의 오랜 정치적 경륜을 총동원해 지난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고군분투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관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떠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이고, 왜 열전에 그리 목숨을 걸며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지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역사가의 사관 속 '여성'에 대한 해석에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예를 들면 공주는 왜 미천한 사내를 만났을까-평강공주와 선화공주”, “여자는 나라를 다스리지 못한다?-선덕, 진덕, 진성여왕등등),,, 김부식은 유교적 사관에 사로잡힌 남성우월주의자이고,, 일연은 불교적 사고관에 의해 여성에게 관대했을까? 역사서에 서술된 여인네들의 대한 생각은 두 역사가 모두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었다. 남존여비사상은 지위고하나 사상을 불문하고 뿌리 박혀있었던 모양이다.

 

어찌됐든 신라, 고구려, 백제라는 삼국의 역사와 그 속에서 숨 쉬는 역사적 인물들, 그리고 시대와 인물에 대한 해석, 해석에 대한 해석은,,, 우리에게 역사에 대한 또 다른 독법을 제시한다. 물론,, “역사 바로 세우기, 역사 바로 잡기를 그 누가 할 수 있으랴는 생각이 더 짙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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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레드 로드
모이라 영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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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 앞장선다. 언제나 앞장서고, 나는 그 뒤를 따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게 옳은 거니까.

원래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거니까.

루는 아름답고, 나는 못생겼다.

루는 강인하고, 나는 비쩍 말랐다.

그는 나의 빛이다. 나는 그의 그림자고.

루는 태양처럼 빛난다.

그래서 그들이 그를 찾아내는 게 그렇게 쉬웠을 것이다.

그냥 그의 빛만 따라서 오면 되니까.”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룬 소설들은 대부분 어두침침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황량한 사막,,, 쌍둥이 오빠를 잃은 사바의 독백으로 시작된

[블러드 레드 로드] 역시 다르지 않음이다.

 

고립된 황야에서 쌍둥이 오빠 루와 동생 에미와 살아가고 있는 사바, 어느 날 말을 탄 검은 망토의 남자들이 나타나 사바의 소중한 쌍둥이 오빠 루를 납치해 간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오빠 루를 되찾기 위해 사바는 동생 에미를 버리고 기나긴 여정을 떠나려 한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오빠 루와는 달리 엉뚱하고 약간 모자란 여동생 에미를 돌아가신 엄마 친구에게 맡기고 가려하지만 사바 몰래 따라나선 에미를 버리고 갈 수 없어 함께 사막을 건너게 된다. 처음으로 바깥세상과 접하게 된 사바를 기다리는 것은 잔혹한 현실,,, 하지만,,, 그 현실과 마주하면서 그녀는 그녀 안에 숨어있는 자신의 에너지와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소녀 글래디에이터로의 탄생이라고나 할까?

 

그녀를 글래디에이터라 생각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는 모양이다.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를 만든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흥행 감독 리들리 스콧이 정식 출간 전부터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 작업에 착수한 작품이란다. ,, 그러면 그렇지,,, 보는 눈은 다르지 않음이다. 헝거게임의 캣니스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사바’!

 

교활한 사기꾼 부부의 속임수에 넘어간 사바,,, 모래 위를 달리는 배를 타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그 움직이는 배? ?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물론 타고 있는 주인장은 천양지차 지만,,, - -;;;) 도시로 끌려가 콜로세움에서 소녀 글레디에이터로 활약하게 되는데, 마약과 유흥에 취해 왕의 노예를 자청한 시민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아이들을 보며 기뻐하고, 철창 속에서 벌어지는 이 잔혹한 싸움에 군중들은 열광한다. 사바가 자신의 변화를 처음으로 실감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자신의 진면목,,, 글래디에이터 계의 강자임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동생이 볼모로 잡혀있기 때문에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바는 소녀혁명가집단 '자유의 매', 왠지 시선을 뗄 수 없는,,, 자신이 목에 걸고 있는 돌이 그 사람만 나타나면 뜨거워지는(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나타나면 뜨거워지는 돌 목걸이) 정체불명의 여행자 잭과 팀을 이루게 되면서 그녀의 운명은 점점 더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파워풀 넘치는 액션과 로맨스를 넘나드는, 하지만 화려함보다는 건조한 매력이 돋보이는,,,

[블러드 레드 로드],,, 조만간 2[Rebel Heart]가 곧 출간된단다.

3부작이라는데,, ,,, 이걸 또 어케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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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여행자 - 북위 66.5도에서 시작된 십 년간의 여행
최명애 글.사진 / 작가정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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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66.5,,, 지리학자들은 이 선 너머를 북극이라고 말한단다.

,, 말 그대로, 제목 그대로 입김, 콧김이 그대로 얼어붙어 수염에 고드름이 달리고, 흰 북극곰이 내달려 뛰어오는,,, 빙하가 둥둥 떠다니는 그런 북극여행기를 예상했는데,,, ,,, 오롯이 북극만이 보여지는 여행기는 아니란 점,,, 미리 말씀드린다. ^^;;;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발바르, 캐나다, 알래스카까지,,, 그러니까,, 지리학자들이 정의한 북위 66.5도를 따라 10년 동안의 여행기이다.

 

섭씨 36, 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 ,, 책이라도 북극이 들어간 서적을 읽노라면, 조금은 폭염지수가 내려가지 않을까,,,하는 혹여나 하는 마음에 잡았더니,,, 오옷,,, 절기상 입추가 지난 후라 그런지,, 폭염이 멈추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북극여행자]의 위력일까? ^^;;; 암튼 2001년부터 경향신문에서 일하던 저자 최명애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가장 좋아하고 반경 삼 미터 이내 식물은 모두 말라 죽게 만드는 초능력을 지녔단다. 기자 생활 절반을 여행과 환경 분야를 담당하며. 2011년 가을 한국생태관광을 주제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 서산 천수만에서 수천, 수만 마리의 철새가 제 이름을 부르며 날아가는장면을 목격하고는 큰 감동을 받아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생태관광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후 동물원의 북극곰부터 순천만 흑두루미, 백령도 물범, 울산 장생포 고래, 알래스카 북극고래, 캐나다 북극곰, 아이슬란드 고래 등을 찾아다니며 여행하고 또 취재를 해온 인물입니다. 말 그대로 인생의 반은 비행기와 차 안에서 보낸? 작가,, 아니 기자라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이 여행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 마을 바닥에 흰 페인트로 그려져 있던 북극선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형형색색의 자일리톨 껌을 사느라 열차를 놓쳤던 이야기며, 알래스카에서는 흰 돌고래 수프를 먹으며 귀여운 얼굴이 떠올라 눈물을 훔쳤던 이야기(먹질 말지~ ^^;;;), 캐나다 처칠에서 렌터카를 빌리려다 머쓱해진 일 등 때로는 웃음이 터지고, 때로는 황량하다 못해 애달픈 북극의 나라들을 묵묵히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나와 조우하게 되는 것이죠. 아마도 여행 최강의 묘미를 찾았다고나 할까요? 진정한 여행자의 길로 접어든 것이겠죠?

 

그렇게 북극이 좋아서 북극으로 달려갔던 저자는 이 무렵 문득 걱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의 여행이 야생동물의 삶터를 훼손하고 현지 주민의 삶을 상품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여행후유증, 여행 뒤끝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래 탐조선과 포경 기지가 공존하는 아이슬란드, 평생 바다 얼음 위에서 일하며 살아가다 얼음이 얇아져 바다에 빠져 죽는 에스키모들,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하던 하얗고 큰 북극곰, 귀여운 얼굴로 배영을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름에 전 채 죽어가던 코르도바의 해달들. 전체 폭이 겨우 400여 미터인 알래스카의 섬 시시마레프의 해안선이 지난 30년간 20여 미터나 깎여나간 것을 목격하며 얘기합니다.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집 안 보일러의 온도를 낮추는 일이라는 사실이 저자는 씁쓸하지만,,, 그래도 환경과 여행의 행복한 공존을 도모하는 에코 트래블(Ecotourism)’을 실천하라고 말이죠.

 

 

사실,,, 제대로 된 북극 여행을 꿈꾸는 사람을 위한 길잡이라고 하지만,, 제목대로 직설적인 북극여행자는 아니었던 듯 싶습니다. 그래서 책이 좀 더디 읽혔던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정말 끝내줬던 건,,, 사진발이었습니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들은,,, 정말, 무지, 대단히, 아름다운 블루, 블루, 블루였어요. 채도 낮은 북극의 짙푸른 하늘빛과 그와 호응한 바닷빛과 노을빛, 채도 낮은 퍼렁~빛은 정말 마음을 울랑이게 만들더군요. 청회색부터 코발트 블루, 생생한 파란색까지,,, 북위 66.5,, 북극의 도시들,,, 딥 블루가 주는 사진 속 다양한 변주를 보는 재미는 정말 최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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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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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은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만 하면 꿈은 이루어질 거라고 들썩들썩, 들떠 있었다. 그것이 세상이 말하는 성실함이라고. 그러나 실제로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불가능한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 세상의 현실이다. 그 무렵의 꿈의 대부분은 마흔을 넘긴 지금, 되돌아보면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기랄, 하고 생각한다. 꿈만 꾸면서 나이 먹게 하고, 그것이 인생이라는 놈의 방식인가. 더럽지 않아? 하고.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의뢰받은 일을 매일같이 해내고 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고, 실은 나는 아직 어딘가 낙관적인 데가 있다. 그런 식의 슬픔과 기묘한 충실감. 일하지 않는 자는 이 비참함과, 상반되는 황홀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 123

 

 

우릉우릉,,, 우레 소리가 하늘을 가르고 있다.

기묘한 마리오네뜨 인형은 표정을 감춘 채 나를 응시하고 있다...

사쿠라바 가즈키의 [토막 난 시체의 밤],,, ,,,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펼쳐든 소설이라 시작이 좀 하드코어적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 소설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닮아 있음을 감지할 것이다. 물론 미미여사의 화차는 좀 서늘한, 사쿠라바 가즈키 여사의 소설은 좀 기묘한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마흔 넘은 번역가 요시노 사토루, 고학생 시절에 하숙했던 고서점 나미다테이의 이층에서 묘령의 여인 시로이 사바쿠를 만난다. 빼어난 미모와 어딘가 현실감 없어 보이는 묘한 분위기의 사바쿠는 이름부터 기묘하다. 시로이 사바쿠, 흰 사막이라니. 너무 드라이하고 외로운 이름 아닌가? 그녀는 부모를 잃고 대출 광고에 넘어가 다중 채무자로 전락한 파산자로 쫓기는 신세다. 사토루는 아름다운 부인과 자녀를 둔 대학 강사와 번역가지만 이름만 그럴싸할 뿐 실상은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일 뿐이다. 요시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바쿠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그런 요시노가 번역한 책의 인세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바쿠는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요구하면서 그들의 정사 장면이 찍힌 비디오 테잎을 보여주고,,, 두 사람의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토막 난 시체]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진 일본 버블 경제의 파탄 속 소비자금융 전성시대를 살아간 등장인물을 통해 그들의 욕망과 현대 사회의 외롭고도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눈처럼 불어난 빚의 위력에 눌려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저 돈에 이끌려 허우적대는 사바쿠, 자신과 같은 수렁에 빠져있는 여자의 욕망이란 뗄 수 없는 거머리를 짓이겨버리려는 듯 한꺼번에 묻어버리려는 요시노의 악마성을 드러나게 만든다. 그리고 한 번 빠져들면 다신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과도 같은 지옥의 문을 열어 제친다. 그리고 우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불안, 절망, 공포를 통해 우리 사회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이다. 아마 이 소설에서의 가장 극한의 공포는 우리 사회와 닮아있는 그래서 발을 빼려 해도 한 없이 수렁으로만 빠져드는 현실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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