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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여행자 - 북위 66.5도에서 시작된 십 년간의 여행
최명애 글.사진 / 작가정신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북위 66.5도,,, 지리학자들은 이 선 너머를 북극이라고 말한단다.
딱,, 말 그대로, 제목 그대로 입김, 콧김이 그대로 얼어붙어 수염에 고드름이 달리고, 흰 북극곰이 내달려 뛰어오는,,, 빙하가 둥둥 떠다니는 그런 북극여행기를 예상했는데,,, 음,,, 오롯이 북극만이 보여지는 여행기는 아니란 점,,, 미리 말씀드린다. ^^;;;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발바르, 캐나다, 알래스카까지,,, 그러니까,, 지리학자들이 정의한 북위 66.5도를 따라 10년 동안의 여행기이다.
섭씨 36, 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 음,, 책이라도 북극이 들어간 서적을 읽노라면, 조금은 폭염지수가 내려가지 않을까,,,하는 혹여나 하는 마음에 잡았더니,,, 오옷,,, 절기상 입추가 지난 후라 그런지,, 폭염이 멈추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북극여행자]의 위력일까? ^^;;; 암튼 2001년부터 경향신문에서 일하던 저자 최명애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가장 좋아하고 반경 삼 미터 이내 식물은 모두 말라 죽게 만드는 초능력을 지녔단다. 기자 생활 절반을 여행과 환경 분야를 담당하며. 2011년 가을 한국생태관광을 주제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 서산 천수만에서 수천, 수만 마리의 철새가 ‘제 이름을 부르며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큰 감동을 받아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생태관광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후 동물원의 북극곰부터 순천만 흑두루미, 백령도 물범, 울산 장생포 고래, 알래스카 북극고래, 캐나다 북극곰, 아이슬란드 고래 등을 찾아다니며 여행하고 또 취재를 해온 인물입니다. 말 그대로 인생의 반은 비행기와 차 안에서 보낸? 작가,, 아니 기자라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이 여행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 마을 바닥에 흰 페인트로 그려져 있던 북극선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형형색색의 자일리톨 껌을 사느라 열차를 놓쳤던 이야기며, 알래스카에서는 흰 돌고래 수프를 먹으며 귀여운 얼굴이 떠올라 눈물을 훔쳤던 이야기(먹질 말지~ ^^;;;), 캐나다 처칠에서 렌터카를 빌리려다 머쓱해진 일 등 때로는 웃음이 터지고, 때로는 황량하다 못해 애달픈 북극의 나라들을 묵묵히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나와 조우하게 되는 것이죠. 아마도 여행 최강의 묘미를 찾았다고나 할까요? 진정한 여행자의 길로 접어든 것이겠죠?
그렇게 북극이 좋아서 북극으로 달려갔던 저자는 이 무렵 문득 걱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의 여행이 야생동물의 삶터를 훼손하고 현지 주민의 삶을 상품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여행후유증, 여행 뒤끝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래 탐조선과 포경 기지가 공존하는 아이슬란드, 평생 바다 얼음 위에서 일하며 살아가다 얼음이 얇아져 바다에 빠져 죽는 에스키모들,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하던 하얗고 큰 북극곰, 귀여운 얼굴로 배영을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름에 전 채 죽어가던 코르도바의 해달들. 전체 폭이 겨우 400여 미터인 알래스카의 섬 시시마레프의 해안선이 지난 30년간 20여 미터나 깎여나간 것을 목격하며 얘기합니다.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집 안 보일러의 온도를 낮추는 일이라는 사실이 저자는 씁쓸하지만,,, 그래도 환경과 여행의 행복한 공존을 도모하는 ‘에코 트래블(Ecotourism)’을 실천하라고 말이죠.
사실,,, 제대로 된 북극 여행을 꿈꾸는 사람을 위한 길잡이라고 하지만,, 제목대로 직설적인 북극여행자는 아니었던 듯 싶습니다. 그래서 책이 좀 더디 읽혔던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정말 끝내줬던 건,,, 사진발이었습니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들은,,, 정말, 무지, 대단히, 아름다운 블루, 블루, 블루였어요. 채도 낮은 북극의 짙푸른 하늘빛과 그와 호응한 바닷빛과 노을빛, 채도 낮은 퍼렁~빛은 정말 마음을 울랑이게 만들더군요. 청회색부터 코발트 블루, 생생한 파란색까지,,, 북위 66.5도,, 북극의 도시들,,, 딥 블루가 주는 사진 속 다양한 변주를 보는 재미는 정말 최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