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 옆에 있어야 하는 것 
사루비아 다방 김인 대표는 '차의 기분'이라는 책에서 '책 읽는 사람 옆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찻잔'을 이야기 한다.


볕좋은 봄날 오후 그 볕에 기대어 책 읽는다. 책 읽는 내 옆에 무엇이 있나 떠올려 본다. 먼저, 손때 묻어 이야기가 더해가는 '참죽나무 책갈피'가 있다. 만지는 촉감이 좋고, 보는 색감이 다정하며, 책과 이웃인 나무라서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손에 들고 있으면 외롭지 않아서 좋다. 
다음으로는 못하는 것이 없어 썩 마음에 드는 휴대폰이다. 여전히 단어의 함축된 의미를 사전에 의지하는 사람이고, 이제는 작은 메모라도 할라치면 펜이 아니라 엄지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두드리는 것이 익숙해진 까닭에 늘 함께 한다.
또다른 하나는 다양한 종류의 열매나 씨앗이다. 생명을 품고 있는 그 무한의 가능성에 매료된 까닭이다. 무환자나무 열매를 시작으로 인연따라 왔다가는 열매들이 있다. 지금은 앙증맞은 풍선덩굴의 씨앗 하나가 함께 한다.
이제는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찻잔이 그것이다. 잔이 아닌 컵을 대신해 커피나 물이 아닌 차를 둬야겠다. 오랜시간 일부러 멀리했던 차를 찻잔을 핑개로 다시 마주하고자 한다.


마알간 봄볕에 묵은 찻잔을 내 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