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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문집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문집
이옥 지음, 김균태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0월
평점 :
이옥, 글을 따라가 삶을 보다
조선 시대를 살았던 글쟁이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글을 찾아 읽어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글과 글, 문장과 문장 때로는 글자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느라 헤매기 일쑤다.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홍대용 등으로 이어지던 관심사가 어느 사이 한사람의 글에 흥미를 갖는다. 특히, 정조왕의 문체반정 과정에서 심하게 제재를 받았던 사람으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묘사, 고루하고 딱딱한 글이 아니라 생생하고 자유로운 글을 썼다 해서 과거 응시를 금지당하고, 두 번이나 군대에 가야 했던 선비” 바로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1760∼1814)이 그 사람이다.
이옥은 정조 ‘문체반정’의 대표적인 희생자로 죽는 날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진정한 글쟁이로 평가 받는다. 이옥은 성장을 알려주는 연보가 없어 생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성균관 유생 시절에 교분을 나누었던 김려 그리고 강이천 등에 의해 흔적이 남았으며 특히, 친구인 김려가 교정하여 ‘담정총서’ 안에 수록한 11권의 산문과 ‘예림잡패’에 시 창작론과 함께 남긴 ‘이언’ 65수가 전한다.
김균태의 번역으로 발간된 이 책은 통문관 소장 필사본 '담정총서' 중 이옥 저술 부분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 '예림잡패' 중 이언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이다. 운문 9편, 산문 19편을 담았다.
“차린 밥상 끌어다가/내 얼굴에 던진다네/낭군 입맛 달라졌지/있던 솜씨 달라질까”
언문 이조에 실린 ‘비조’에 나오는 문장이다. 여기에 실린 아조, 염조, 탕조, 비조로 구성되어 있으며,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다 여성으로 조선의 가부장적 시대를 살며 격을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풍자적이고 측면이 돋보이는 글로 정조의 문체반정의 주요한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개구리가 우는 사연 후편’, ‘거미의 충고’와 같은 부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시각도 이옥의 글이 주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땅 때문이다. 땅 때문에 산골짜기 말이 바닷가 말과 다르고, 바닷가의 말은 들녘의 말과 다르며, 도시의 말은 시골의 말과 다르다. 북방의 말은 여진과 비슷하고, 남방의 말은 왜와 비슷하다. 폐는 소리를 주장하고, 마음은 정을 주장하며, 그 땅에서 난 것을 먹고, 그 땅에서 난 것을 마시는데, 어찌 그 말소리가 땅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논설, 잡문, 기문, 전지, 문여 등으로 구분되어 엮어진 산문 역시 언문 이조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는 북학이라는 사상적 변환기에 접어들었던 조선의 시대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던 일상의 반영이라고 여겨진다. 앞선 길을 걷고자 했던 당시 지식인들의 모습을 이옥의 글을 통해서 살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