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떨어지고 나니 기대하지 않았던 다른 모습이 보인다. 분명 꽃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는 하지만 주목하지 않아서 몰랐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새로움에 주목한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를 통해 드러난 모습은 어쩌면 꽃이라는 표면의 한가지 단면에 집착한 생각에 틈을 내서 일상에서 놓치고 살아가는 무엇을 다시 주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늘을 향해 활짝 웃는 하늘말나리의 주홍색 꽃잎이 때를 알고서 자신을 키워준 몸을 떠났다. 떠난 꽃잎보다 더 진한 색으로 남아 훗날을 기억하는 것이 남아있는 존재의 사명일 것이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이와 같다.

때론, 마음에는 있었으나 잠재워 두었던 일이 뜻밖의 계기를 통해 표면화되기도 한다. 잡을 것인지 아니면 다시 수면 아래로 잠재워둘 것인지는 순전히 내 몫으로 남는다. 때가 되어 다가온 기회를 잡는 일이 지금인지 아닌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기에 다소 번잡해진 숨을 고르고 내면의 울림에 귀기울인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은 꽃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어쩌다 문득 듣게되는 내면의 울림에 귀기우려야 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화양연화花樣年華가 따로 있지 않고 삶의 매 순간이 꽃 아닌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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